세상과 소통하고 어른으로 본보기 되는 교사돼야
교육의 목적…삶의 주인, 민주시민 되도록 돕는 것
명예퇴직 후 지역·마을에서 아이들과 함께할 계획

힘들수록 기본으로 돌아간다 ②

‘힘들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라는 말이 있다. 풀기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종종 하는 말이다.

우리사회에서 교육문제만큼 풀기 어려운 문제가 또 있을까?

수많은 제도개편과 변화를 위한 노력은 있었지만 여전히 학생은 학생대로,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또 교사는 교사대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교육은 교육계만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지는 않다. 교육과 사회문제는 뒤엉켜 그 누구도 실마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충북인뉴스에서는 ‘그 어려운’ 우리나라 교육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교육의 본질을 다시한번 보고자 한다. 교육의 기본이 무엇이었는지, 평생 교육계에서 몸담았던 교육계 원로들로부터 듣는다.

 

<전 칠금중학교 이선희 교사 인터뷰>

 

전 칠금중학교 이선희 교사

 

‘삶과 연계된 교육’, ‘삶의 주인이 되는 교육’,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교사가 있다.

지난 2월 말로 명예퇴직을 했으니, 교사가 아닐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교사면 어떻고, 아니면 또 어떠랴.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그들의 삶을 디자인하는데 약간의 도움이라도 된다면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다.

지난 2월 28일 충주시 칠금중학교를 마지막으로 31년간의 교직생활을 마감한 이선희 교사(60). 권영국 충북 전교조 초대지부장의 부인이기도 하다.

그녀는 요즘 ‘학교 안 선생님’에서 ‘학교 밖 선생님’으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정년 3년을 앞두고 있지만 지역에서 보다 단단히 서기 위해 지난 2월 과감히 학교 밖으로 나섰다.

“이제는 학교 안 교육, 교과서 지식보다는 지역사회와 연계된 교육, 삶과 연계된 지식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마을과 지역에서 아이들과 함께 할 계획입니다.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지식, 학교에서 미처 챙겨주지 못한 교육을 할 거예요. 할 게 너무 많아요.”

 

미래교육 목표는 도전정신 갖춘 창의·융합 인재양성

 

노마드(Nomad, 유목민).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는 1968년 ‘차이와 반복’이라는 저서에서 노마드라는 말을 처음 언급했다.

과거 유목민이 목축을 위해 물과 풀을 따라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면 오늘날의 유목민은 디지털 기기를 들고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이리저리 자유롭게 살아간다.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경계를 넘나들며 자유로운 상상, 창조를 통해 영역의 경계를 허문다.

이 노마드의 특성은 '도전정신을 갖춘 창의·융합 인재양성'이라는 미래교육 목표와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 교육현장은 어떤가?

말로는 ‘창조와 융합’을 이야기 하지만 아이들에게 한 곳에 머무르길 바라고, 경계를 허물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이선희 교사가 학교 밖 교사를 자처한 이유는 굳이 철학적 담론을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학교 안에 갇힌 교육’, ‘삶과 분리된 교육’, ‘교육을 위한 교육’에서 벗어나 영역을 넘나들며 창조와 융합에 도전하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다.

 

굴곡 많았던 경험은 교직생활의 자양분 돼

 

이선희 교사.

30여 년 동안 학교에 재직했던 교사지만 그녀의 삶은 학교, 하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평생 교직에 계셨던 아버지 덕에 자연스럽게 교사의 꿈을 키웠지만 굴곡 많은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었다.

충북대 사범대를 다니며 1979년 10·26, 연이어 일어난 12·12, 80년 5월 광주항쟁을 겪었고 87년 6월 항쟁 등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 속에서 울고 웃었다.

1982년 5월 임용된 지 두 달 만에, 시국사건과 연루돼 파면교사로 낙인찍혔고 해직 후에는 노동운동에 뛰어들기도 했다. 6년 만에 복직된 학교현장에서 전교조 활동을 이어간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행보였다고.

“지금 생각하면 사회와 정치에 관심을 갖고 활동했던 경험은 교사로 살아갈 수 있는 자양분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본질은 민주시민 양성

 

이선희 교사가 주장하는 교육의 본질은 민주시민 양성이다. 진정한 삶의 주인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세상을 이롭게 변화시키는데 일조할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을 키우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다.

“교육은 삶과 유리된 것이 아닙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을 올바르게 볼 수 있도록 학생들의 시야를 키워주고 교사가 먼저 어른으로서 본보기가 되어야 합니다.”

30여 년 동안 9개 중·고등학교에 재직하며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시민단체와 협력하고 다양한 자료를 이용해 교수안을 준비하며, 아이들과 함께하는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유다.

환경동아리를 하면서 나무이름을 아이들과 함께 찾아보고 환경과 쓰레기 문제를 아이들과 함께 고민했다.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줬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며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해마다 수업의 소재를 고민합니다. 당연하게 주어지는 문제나 생각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다양한 시각과,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죠. 아이들과 함께 토론하고 생각하다 보면 의외로 신선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남녀합반 문제, 교복, 화장 문제 등입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많이 성장합니다.”

칠금중학교에 재직할 당시 학교 옆 분리수거장 환경개선은 그녀에게 뿌듯한 사례다.

학교 담장 바로 옆에 위치한 쓰레기장은 늘 문제였다. 등굣길임에도 늘 지저분했고 여름에는 냄새때문에 골치꺼리였다고. 

지역주민, 주민센터 공무원, 학부모, 교사, 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문제해결을 위해 회의를 거듭한 끝에 분리수거장 환경을 개선했다. 쓰레기통을 바꾸고 환경을 단장해 인상을 찌푸리는 장소가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하고 반가운 곳으로 만들었다.

사소한 일일 수 있지만 그 일을 통해 아이들이 한층 성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교사가 먼저 학교교육 성벽 넘어서야

 

이선희 교사는 요즘 젊은 교사들에게 학교 안에만 머무르지 않기를 주문한다. 교사가 먼저 다양한 시각으로 사물을 볼 줄 아는 능력을 기르고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얘기.

“교사는 미래사회 주역이 될 우리 아이들을 최일선에서 만나는 사람입니다. 교사들이 먼저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학교교육의 성벽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교육이 중요합니다.”

그야말로 제 2의 인생을 설계하는 이선희 교사.

그녀는 요즘 지역에서 ‘진짜교육’을 한다는 생각에 마음도 몸도 설렌다.

창작기술협동조합 환경교육 활동가, 행복교육지구 마을학교 교사, 충주지역 교육네트워크 일원으로 새롭게 거듭날 생각이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교육은 ‘사회생활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 및 바람직한 인성과 체력을 갖도록 가르치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을 말한다.

당연히 맞는 말임에도 언제부턴가 우리 교육현장은 이 말에서 멀어져 버렸다. 교육의 본질이 무엇이었는지, 미래인재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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