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교직원 30개 문화예술 메이커교육연구회 선정
1년 동안 500만원 지원…스토리형 메이커마켓 개최
평가기준 등 개선점 많지만 미래인재교육 위해 필요

충북학생교육문화원 주관으로 열린 메이커교육 교사연수 장면.

 

전국적으로 ‘메이커교육’이 교육계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충북 교육계에서도 메이커교육과 관련 발돋움을 시작하고 있다.

지난 19일 충북학생교육문화원(이하 문화원)은 교직원, 학생으로 구성된 ‘문화예술 메이커교육 연구회’ 공모결과를 발표했다.

참가자는 30개 팀으로 유치원 1팀(교직원), 초등학교 14팀(학생 7팀, 교직원 7팀), 중학교 8팀(학생 4팀, 교직원 4팀), 고등학교 7팀(학생 4팀, 교직원 3팀)이다.

선정된 30개 연구회는 유아, 초·중·고 학생 대상의 문화예술 메이커교육 콘텐츠 자료개발, 국내·외 메이커교육 교수학습 자료분석을 통한 적용방안 등을 모색할 계획이다.

또 연말에는 각 연구회에서 제작한 예술작품과 콘텐츠 결과물을 가지고 연구회별 운영취지와 진행과정이 담긴 성장 스토리형 메이커 마켓도 개최한다.

문화원은 올 1년 동안 연구회당 500만원의 교육활동비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전국 교육계는 ‘메이커 교육 중’

 

타 도시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메이커교육과 관련된 교육과정을 준비 또는 실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은 150억 원 예산을 투입, 2018년도부터 단계적으로 메이커교육 발전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형 메이커교육은 ‘메이커 괴짜’를 키우기 위한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상상하고 생각한 것을 디지털 기기와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여 직접 제작해보고 그 과정에서 획득한 지식과 경험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도록 이끄는 과정중심의 프로젝트 교육이다.

‘메이커 괴짜'를 키우기 위해 매년 100곳씩 5년간 총 500곳의 초·중·고에 3D프린터와 3D펜을 지원하며 드론, 로봇, 사물인터넷, 가상현실(VR)등을 활용한 창작·교육활동이 가능한 메이커 스페이스 센터도 2022년 문을 연다.

부산시교육청도 메이커교육을 위해 300억 원을 투입한다.

올해에만 110개 초·중·고등학교에 무한상상실을 구축한다. 무한상상실은 현재 124개 학교에 설치됐으며, 내년까지 모두 300개 학교에 구축될 예정이다. 무한상상실 구축이 어려운 학교와 폐교 예정인 120개 학교에는 기자재와 재료 구입비, 운영비 등을 지원해 창의융합 메이커문화 확산사업을 펼친다. 미래교육센터는 오는 2021년 3월 문을 연다.

충남교육청도 자체 수립한 메이커교육 중장기 종합계획에 따라 2022년까지 60억 원을 들여 '충남형 메이커교육'을 추진한다고 발표한바 있다.

메이커교육 환경구축, 프로그램 개발활용, 교육역량 강화, 공유와 나눔문화 확산 등 4개 영역 31개 중점 과제를 추진한다.

교과교육연구회를 중심으로 교육과정 속에서 메이커교육 요소를 결합할 수 있는 자료도 개발· 보급한다.

전북도교육청도 창의융합형 미래인재 육성을 위해 도내 16개 발명교육센터 내 미래창작공방을 구축하고 메이커교육 강화에 나선다.

지난해 ‘미래창작공방’ 8개 구축을 시작으로 올해 8개를 추가 조성키로 했다. 메이커교육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내 16개 미래창작공방 담당교원을 대상으로 월 1회 메이커교육 교수·학습방법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서울에서 열린 '메이커 페어 서울 2017' 장면 <사진 뉴시스>

 

왜 메이커교육인가?

 

사실 관심있는 물건을 만들고 상품으로 재탄생되는 메이커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제와서 교육계는 왜 메이커교육에 주목하는가?

한마디로 말해 메이커 교육은 미래교육의 대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메이커교육이란 쉽게 말해 학생이 직접 물건을 만들거나 컴퓨터로 전자기기를 다루는 등의 작업을 하면서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 공동체성을 키우는 것을 말한다.

교사의 역할은 최소화되고, 창작공동체 안에서 아이들의 자발적인 호기심과 동기에 의해 창작활동이 진행된다. 얼핏 STEAM교육과 닮았지만 메이커교육은 과정 속에서 협업하고 물건의 가치를 공동체 속에서 공유하며 깨달음을 얻는다는 점에서 스팀교육과 차이가 있다.

즉 메이커교육은 개인의 호기심과 만족감을 위해 물건을 만들고 창조하는 활동에서 벗어나 ‘만들고 배우고 공유한다’는 철학을 지향한다.

실제 미국 스텐포드 대학 내 디자인씽킹 연구소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4차 산업혁명 도래와 인공지능으로 제조산업이 축소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학생들이 만들어낸 기발하고 엉뚱한 결과물들이 제조산업에 활력을 주고 있는 것.

비록 같은 물건을 만들더라도 계속 시도하고 공유하다 보면 업그레이드된 제품이 나올 수 있다. 개인의 소유가 아닌 공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보공유는 성장을 촉진하고 관계성을 확장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메이커교육은 미래사회 역량이라고 할 수 있는 창의성, 협업능력 등을 강화시킬 수 있다. 기존 공교육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얘기.

지난 2015년 EBS에서는 ‘누가 1등인가?’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바 있다. 수능만점자, 영화제작자, 시인, 앱 개발자, 수능꼴지 등 다양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DeSeCo(핵심역량교육) 실험을 진행했다.

심사위원은 학생들의 이력이나 경력, 출신 등에 대해 전혀 모르는 채 모니터만을 통해 △도구 활용능력 △이질적인 집단속에서 상호작용하기 △자율적으로 행동하기 등을 기준으로 청년들의 수행능력을 지켜보고 평가했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이른바 공교육에서 낙오자로 불리는 ‘수능 꼴찌’가 1등을 차지했기 때문. 인도를 여행하며 인도어를 공부하고, 래퍼로 거리공연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청년이 도구사용능력과 상호작용, 협력 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다큐멘터리에서는 ‘과연 1등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던지며 성적이라는 숫자보다 다양한 분야의 재능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래사회에서는 단순히 국어, 영어, 수학 성적보다 다양한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메이커 교육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한다.

문제해결능력, 협력하고 창조하는 능력, 건강한 공동체문화 형성을 위해 일조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미래인재 역량이고 메이커교육을 통해 이를 구현할 수 있다고 봤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하고 성공, 실패와 상관없이 물건을 만들어보고, 개인의 성과가 아닌 공동체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 활동으로 이어지는 것.

이것이 바로 메이커 교육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충북에서는 어떻게?

 

충북에서는 메이커교육 분야인 과학, 정보소프트웨어, 문화예술 중에서 특히 문화예술에 집중할 계획이다.

충북학생교육문화원 김종현 연구사는 “기존의 메이커교육에 문화예술장르를 결합한 방식으로 인문과 예술의 보편적 가치지향과 사회현상에 대해 벽화, 공예, 영상, 이야기 등의 작품 창작으로 만들고 배우며 공유하는 인문·기술·예술 융합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움직이는 형태의 스탠드 조명을 제작한 후 사람들의 손이 닿으면 하트 모양으로 변해 따듯한 색감의 빛이 밝게 발산하는 스탠드 작품을 보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사랑의 메시지를 배우고 함께 공감하는 것이다.

김 연구사는 “과거 산업사회에서 만들어진 창작물이 개인의 만족에 그쳤다면 메이커교육을 통해 얻은 결과물은 공적인 가치에 부합하고 그 과정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협업능력은 필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다른 시도가 하드웨어 측면에서 메이커교육을 준비하고 있다면 충북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보다 집중할 계획이다. 첨단 기자재를 갖추기보다 학생들과 교사들의 인식개선과 컨텐츠 개발에 더 집중한다. 이후 컨텐츠가 확보됐을 때 다양한 하드웨어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아직은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교과 내에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문제 등 개선돼야 할 점은 앞으로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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