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 역대 국무총리·장관 배출수가 자랑
스탠포드, ‘졸업생이 세운 기업수 4만개’가 자긍심
‘SKY=고위공무원 양성’으론 창의선도경제 꿈도 못꿔

"서울대가 목표" 수능관문 통과를 위해 공부하는 학생. (충북인뉴스 DB /촬영 : 충청리뷰 육성준 기자)

 

글쓴이 :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학교)

 

최근 충북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명문고 문제를 보면서 2014년 11월 10일자 모 일간지에 실린 ‘스탠포드대가 연세대를 앞서는 이유’라는 글이 떠오른다.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학교)

두 대학 총장이 만나 자기 대학을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한 내용을 중심으로 전개한 글이다.

연세대 총장의 프레젠테이션 내용은 “유서 깊은 연세대는 한국에서 수능 상위 1%의 최우등 학생들이 들어온다. 역대 국무총리 ○명 배출, 장관은 ○○명, 국회의원도 ○○○명이나 나왔다. 지난해 사법고시 ○○명 합격, 행정고시 ○○명 합격, 회계사 ○○명 합격….” 등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이에 비해 스탠포드대 총장의 프레젠테이션은 완전 달랐다. 이 대학 출신의 후버 대통령이나 유명한 정치인·장관은 아무도 등장하지 않았다.

스탠포드대에 입학하려면 SAT 성적이 몇 점이나 돼야 하는지도 포함되지 않았고,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명단도 찾기 어려웠다.

스탠포드대 총장의 프레젠테이션에는 “4만 개=1930년 이후 스탠포드대 졸업생들이 세운 기업 수입니다.”

“540만 명=우리 대학 졸업생들이 창출한 일자리입니다.” “연(年이) 2조7000억 달러=이 회사들의 총 매출액입니다.” 라는 내용이 소개되고, 이어서 누구나 알 수 있는 회사 이름들이 하나씩 소개되었는데, 3분 가까이 계속되었다.

구글·야후·테슬라 전기차·HP(휴렛 패커드)·나이키·시스코시스템·갭(GAP)·썬마이크로시스템….

 

스탠포드의 고민 “졸업생보다 중퇴생이 세운 회사가 더 잘나가”

 

스탠포드대 총장은 “이 로고나 브랜드들은 우리 대학 출신이 만든 회사들입니다. 다만 졸업생들만큼이나 중퇴자들이 세운 회사들이 더 잘나가고 있다는 게 함정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큰 고민이고, 스탠포드대가 도전해야 할 숙제입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스탠포드대는 이 대학 출신 창업자들의 기부 덕분으로 9조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모아 세계 대학들 중 기부금 1위를 차지했다.

이민정은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는 저서에서 스탠포드대학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의 창업은 현실을 바탕으로 한 상상력, 창조성, 혁신, 기업가정신으로 이어지는 스탠포드대학 나름의 창업교육이 큰 역할을 했다고 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암기식 교육, 서열 경쟁 교육, 그리고 고시공부로는 상상력과 창조성을 기를 수 없고 창의·선도형 산업을 기반으로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없다.

미래교육은 창의·융합적인 사고와 협업을 이루어내는 소통·공감능력을 길러주는 교육 내용을 담아내야 한다.

 

2018 라이덴 랭킹(우수논문비율)  

서울대 우수논문 비율 604위, 연세대 747위, 고려대 727위

 

이시종 지사가 충북출신 인재를 상위대학에 보내 고위 공무원을 길러내겠다고 한 것은 연세대 총장이 프레젠테이션에서 전한 내용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학 서열이 의미하는 바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고는 대학 본연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것이고, 초·중등 교육을 비정상적인 과거방식 교육에 묶어두는 것이며 충북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작년 5월 네덜란드 라이덴대학에서 발표한 ‘2018 라이덴 랭킹’에서 서울대학은 논문 편수에서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1만5,468편으로 세계 9위를 차지했지만 우수 논문 비율에서는 7.9%로 603위에 그쳤다.

연세대학은 논문편수에서 52위, 우수 논문 비율 6.3%로 747위였고, 고려대학은 논문편수에서 97위, 우수논문 비율 6.6%로 727위 였다.

작년 모 탐사보도언론매체에서 상당히 많은 국내 유명대학 교수들과 제자들이 가짜학회에 가서 논문을 발표하고 실었다는 것을 보도한바 있다.

이 정도면 부실대학을 넘어서 대학본연의 정체성을 상실한 가짜대학인 셈이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불합리한 평가방식으로 대학서열을 매기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을 통해 충북경제를 발전시키려면 명문고를 유치하여 고위 공무원을 길러내는 인재육성 방식이 아니라 충북에 있는 일반 대학들을 스탠포드대학과 같이 기초학문을 통해 창의·선도형 산업을 일궈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학으로 발전시키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우수한 인재들이 충북의 대학으로 오게 하고 실리콘밸리와 같은 지역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명문고를 유치하며 서열을 매길 것이 아니라 충북의 모든 고등학교를 창의·융합적인 사고를 하며 협업을 이끌어내는 소통·공감능력을 갖춘 미래인재육성 학교로 육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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