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나오면 인재,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뭐라 부르나

(배경사진) 충북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굣길 작은음악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계없음)

글쓴이 : 김은란 (꽃자리인문학회 회원)

 

최근 들어 충북의 정치인들이 ‘교육’과 ‘학교설립’에 열성이다. 지난해 12월,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김병우 충북교육감과 ‘미래인재육성’에 대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후 이시종 지사는 교육부에 직접 방문하여 자율형사립고 설립을 허용해달라고 건의했고, 최근에는 충북시장군수협의회가 ‘충북 명문고 설립이행 촉구 성명’을 내며 이시종 지사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들이 충북의 ‘우수인재유출과 외지 우수인재 유입이 어렵다’며 세워달라는 자율형사립고의 설립 목적은 소위 SKY로 대표되는 명문대학 신입생 양성이다.

자율형 사립고를 설립해야 하는 이유로 제시된 근거는 “명문 대학을 나온 이 중에 충북 출신이 적어 충북이 예산이나 지역현안 해결에 고충이 많다”였다.

먼저 간단한 의문 몇 가지가 떠오른다.

인재양성을 하는 이유가 지역 예산 책정이나 지역현안 해결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서인가?

SKY로 대표되는 대학을 나오면 인재인가? 지역 발전은 SKY로 대표되는 아이들이 만드는가?

 

명문대 나오면 인재,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최근에 부모님을 모시고 문경석탄박물관을 다녀왔다.

2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광부로 살았던 아버지는 당신이 광부학교를 나온 당사자로서 전시물에 대한 완벽한 설명을 자신하시며 출발 전부터 기대와 자부심으로 들떠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그래도 가방끈이 훨씬 길고 역사를 가르치는 내가 더 낫지요" 하며 피식 넘겨 버렸다.

사실 박물관은 지식, 정보를 나열한 설명들로 둘러싸여있는 공간이 아닌가.

그러기에 초등학교도 나오지 않은 아버지보다 내가 더 잘 설명하리라는 것은 또한 자명한 이치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박물관에 도착했을 때 예상을 뒤집는 상황이 벌어졌다.

광부의 생활상을 속속들이 보여주는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아버지는 너무나 구체적이고 열정적으로 그 시절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광부가 석탄을 캘 때는 눈과 귀가 어떻게 석탄과 하나가 되는지, 갱에서 도시락을 먹자면 하얀 쌀밥에 시꺼먼 석탄가루가 덮여 얼마나 삼키기 어려운지, 갈증에 시달릴 때 물을 전해주는 동료가 얼마나 고마운지를 이야기하는 아버지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반짝였다.

사고 현장을 재현한 전시관에서는 아이고, 아이고, 어째, 연신 탄식하시면서 눈시울을 붉히셨다.

 

광부학교 나온 아버지

 

그 순간 나는 아버지가 광부학교를 나왔다는 말을 다시금 의미 깊게 떠올리며 그전과 다른 아버지, 전문적인 노동을 통해 범접키 어려운 실력자로서의 아버지를 발견하고 있었다.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명문고를 나오고 삶과 분리된 공부에만 매진해 명문대 졸업생이 된다면 과연 그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진정한 기여를 하리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또한 지역사람들이 겪는 고충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교육학자 일리치는 배움이란 수업이라는 형식에 맞추는 것도 아니고 시험점수나 학력을 따내는 것도 아니라 고 말했다.

배운다는 것은 스스로가 배움의 주인이 되어 능동적인 주체로 살 수 있게 하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라 했다.

교육전문가나 교육제도가 필요에 따라 사람 혹은 사물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낸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명문고와 명문대학을 졸업장을 따낸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나눌 것이 아니라 서로 어떻게 접속하고 공감하게 해야 할 것을 고민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든다.

인재에 대한 재 정의와 명문고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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