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차왕 엄복동’ 이범수 제작·출연 불구 관객 외면

벤처기업 성공신화의 주인공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첫 영화사업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15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 전액을 투자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이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 당했다.

지난달 27일 야심차게 개봉했으나 5일 현재 관람객수는 16만291명에 그쳤고 624개로 출발한 스크린 수는 일주일만에 100개가 줄어들었다. '극한직업’이 개봉 첫 날에 거둔 성적(37만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의 저조한 성적이다. 일부 평단에서는 신파적인 연출과 전개로 ‘시대를 역행한 작품’ 예술적인 요소가 배제된 ‘쌍팔년도 국뽕영화’라고 혹평하고 있다. 10억원의 순제작비를 들여 같은 날 개봉한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가 100만 관객을 불러들인 것과도 대비된다.

서정진 회장의 충북대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 함께 참석한 배우 이범수씨(사진 오른쪽 끝)

'자전차왕 엄복동'은 셀트리온홀딩스(지주사)와 셀트리온스킨큐어(화장품 계열사)가 제작비 전액을 투자했다. 여기에 배급까지도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청주 출신 배우 이범수씨(세광고 졸업)가 출연해 엄복동 역을 맡은 가수 비(정지훈)의 스승역으로 열연했다.

영화제작까지 맡은 이범수씨는 오창 출신인 서정진 회장의 총애를 받아 지난 2015년 셀트리온제약 오창공장 준공식 때 사회를 맡았고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제작진을 소개해 선뜻 3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는 것.

지난달 26일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엄복동' VIP시사회에 참석한 서 회장은 "처음 김유성 감독과 이범수 배우가 이 시나리오를 가지고 왔을 때는 찍을 생각이 없었다. 자전거 경주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당시에 용산에 10만명이 모였다고 하더라. 그 암울한 시기에 10만명이면 대단한 것이다. 그 시대를 버텨낸 할아버지, 아버지들에 대한 미안함에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3.1운동 100주년에 맞춰 개봉할 정도로 치밀하게 제작‧기획된 상업영화임에도 시장에서 외면당한 셈이다. 이같은 흥행부진은 영화 제작과정에서 빚어진 잡음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당초 김유성 감독은 촬영 중 중도하차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소동을 겪었다.  김 감독은 당시 하차와 관련한 언론 인터뷰에서 “연출권이 심각하게 침해를 받아왔다. 촬영장에 감독이 두 명일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언급했다. 결국 제작책임을 맡은 배우 이범수씨와 감독간에 갈등이 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오는 5월 SBS에 이승기, 수지를 내세워 유럽에서 촬영한 드라마 '배가본드'(제작비 250억원)를 방영한다. 하반기에 JTBC 방송 예정인 양세종 주연의 대하사극 '나의 나라'도 제작비가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 투자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서 회장은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를 주식시장에 상장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 서 회장의 벤처 성공신화가 엔터테인먼트 사업까지 확장될 수 있을 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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