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고.
충북도가 다시한번 명문고 설립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번엔 충북 이시종 도지사 혼자가 아니다. 충북시장‧군수협의회(회장 한범덕 청주시장, 이하 협의회)까지 가세하고 나섰다.
6일 충북의 지자체 장들은 힘을 합쳐 명문고를 설립해야 한다고 성명서까지 채택했다.
이들은 "전국 14개 시도에 58개의 명문고가 설립돼 우수인재를 배출하고 있지만, 충북은 명문고가 전무한 실정으로 우수인재 유출은 물론 지역불균형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충북도는 자사고 설립만을 건의한 것이 아니라 명문고 설립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여 국가와 충북도, 충북교육청이 역할을 분담하여 충북교육의 현안을 해결하고자 한다”며 “충북도교육청은 당초 협약한대로 명문고 설립을 적극 이행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주장했던 자사고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한걸음 물러나 SKY에 많이 입학할 수 있는 학생이라면 전국단위 자율고도 괜찮다는 얘기다.
협의회가 제시한 방법은 세 가지다.
△전국 모집 자사고 설립 △자사고가 없는 충북 등에 한해 전국모집의 자율학교 설립 △외지에서 충북에 이주하여 연구소・대기업 등에 근무하는 인력들의 자녀들에 한해 전국 어느 학교에 다니든 충북도 내 고교에 응시할 수 있는 제한적 전국모집의 자율학교 지정
충북도가 그토록 명문고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대놓고 말하기 민망하지만 지역을 먹여 살릴 인재, 중앙정부에 ‘큰소리’칠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인재유출.
사실 각 지자체에서는 인재유출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역의 인재를 유치해 지역을 살리자는 목적이다. 각 지역 단위 장학재단에서는 이른바 ‘공부 잘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까지 주며 SKY입학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공부 잘하는 학생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 SKY에 입학한 학생들이 과연 얼마나 지역을 위해 힘써 줄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기대하는 사람은 사실 많지 않다.
그들은 그저 각자의 삶을 살뿐 지역을 위해 ‘헌신’할 의무도 없다. 기대한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연고주의에 입각해 생각해도 다른 지역에서 살다 고등학교만 충북에서 다닌 학생들이 나중에 대학졸업 후 충북을 위해 힘써줄거라고 기대한다는 발상자체는 어처구니가 없다.
장학재단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의 말이 생각난다.
그는 “중고등학교 재학 시절 장학금을 주었던 학생들에게 나중에 지역에서 하는 행사에 참여해달라고 부탁을 하면 장학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오히려 외면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장학금 먹튀 논란이 나오는 대목이다.
‘우리지역을 얼마나 챙겨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굳이 답하자면 차라리 우리 지역에서 나고 자라 공부한 아이들에게 더 투자하고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충북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수많은 학생들은 SKY 및 ‘좋은 대학’,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공하고 있다.
명문고 설립과 관련 어떻게 세우고 운영할 것인지, 또 누가 얼마나 투자를 할 것인지 대안도 모호한 상황에서 새로운 학교를 짓느라 애를 쓰고 열정을 낭비하느니 오히려 지금 있는 아이들이나 잘 챙기는게 어떨까. 그들 또한 지역을 위해 헌신할 의무는 없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