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가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원평초. 5월 14일 오후의 운동장 풍경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운동화와 청바지 차림의 학부모들이 속속 운동장으로 모여들고, 선생님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하늘은 햇볕 한 점 없이 구름으로 가려져 있고, 이날 따라 시원하게 불어주는 바람으로 “아이사랑의 길, 우리 함께 걸어요. 제2회원평초학부모·선생님 한마음체육대회”의 글자가 새긴 프랑카드가 출렁거린다. 이날의 분위기는 흥겨움 자체였다. 행사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학부모들은 물론 선생님들도 참가비 2,000원씩을 스스로 모금함에 넣었고, 어머니들은 정성껏 김치를 담아오셨다. 소수의 사람들만이 경기에 참가하는 행사도 아니었고, 운영위원이나 자모회 임원들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행사도 아니었다. 바로 ‘주인’도 ‘손님’도 없는 날이었다. 수백명의 학부모와 선생님들은 ‘월드컵’팀과 ‘드림’팀으로 편을 짜서 레크레이션 게임을 즐겼으며, 열광적으로 진행된 학년별 ‘이어달리기 시합’, ‘담임선생님과 함께 하는 커피한잔의 시간’으로 학부모와 선생님들은 자연스럽게 마주 하였고, 모두가 손에 손을 잡고 ‘원평초 만세, 선생님 만세, 학부모 만세, 아이들 만세’를 부르며 모두가 소중한 ‘교육가족’임을 느꼈을 뿐이다. 원평초운영위원회 활동방향은 ‘선생님과 학부모가 신뢰하고 존중하는 학교문화 형성’, ‘바라보는 교육에서, 참여하는 교육’, ‘다수가 공감하고 책임져 나가는 열린 학교’이다. 이것의 성패는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달려있다. 그렇지만 ‘자발적인 참여는 결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라는 역의 논리가 성립하기에 운영위원들이 앞장서 학부모들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찾아내고, 일감을 나누어주는 노력을 하고 있다. 물론, 성취감은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
원평초 학부모들은 학부모교육강좌, 학부모소식지발간, 학부모가 주관하는 어린이 체험학습등을 스스로 추진하였다. 올해 정월 대보름에는 학교근처 무심천에서 400여명의 학부모와 어린이들이 함께 어울려 ‘쥐불놀이 행사’를 가졌는데, 쥐불놀이 주역들은 ‘아버지’들이었다. 행사 준비를 위해 일요일날 무심천에 모여 달집태우기에 필요한 ‘새끼’를 꼬고, 깡통에 구멍을 뚫고, 장작더미’를 쌓았다. 물론, 그 기쁨의 몫은 아버지들의 것이었다.
원평초의 운영위원회는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둔 ‘학생앨범제작소위원회’를 비롯하여 5가지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활동중이다. 또한, 원평초 운영위원·자모회임원 합동회의를 1차례 열었고, 앞으로도 격월로 개최하기로 하는 등 ‘좋은 아버지모임’과 ‘자모회’와 연계된 활동을 강화해나갈 생각이다.
원평초에서 진행중인 실험들은 단지 작은 실천에 불과하다. 그리고 실천 과정에서 수많은 오류와 갈등이 발생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원평초 사람들은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도 ‘학부모 도우미 양성’등 실천과제들을 끊임없이 추진할 것이다. 올바른 학교문화와 건강한 교육문화의 형성은 법과 제도 이전에 서로를 신뢰하고 인정해주는 마음(교육동반자 의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변화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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