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미투교사 조용해진 틈 타 "난 잘못 없어"
'직위해제 처분 부당' 제소해 급여 감액분 받아가
서원재단, "남학교 가면 돼"...미투교사들 운호중·고 발령
운호중·고 학생과 교직원 "우린 무슨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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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인뉴스 계희수 기자] 지난해 9월, 트위터에 개설된 '충북여중 스쿨미투 공론화' 계정의 첫 번째 글을 계기로 교사들의 성폭력을 줄지어 고발하는 '#스쿨미투' 운동이 온라인상에서 들불처럼 번졌다. 충북여중을 비롯해 충북여고, 청주여상까지 서원재단 소속 교사만 6명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교육청과 사립재단, 학교는 조사를 통해 해당 교사들을 곧바로 직위해제했다. 또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와 학교는 눈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을 만드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신속하게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루된 교사 6명 중 5명은 검찰에 넘겨져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서원재단은 검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재조사를 실시해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새학기를 맞이한 학생들은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다'고 말한다. 6개월이 지나 사회와 언론의 관심이 학교를 떠난 사이, 학교가 다시 미투운동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남겨진 학생들은 외로운 싸움을 홀로 이어나가고 있다. 새학기를 맞이했지만, 교정에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

'조용해진 틈 타' 부당하다 제소...미투교사들 여전히 ‘난 잘못 없어’

성추행과 여성혐오 등 학생들에 대한 성폭력에 연루된 서원재단 소속 교사들은 총 6명이다. 충북여중에서 1명, 청주여상에서 3명, 충북여고에서 2명이 지목됐다. 지난 9월, 서원재단은 스쿨미투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 교사들을 곧바로 직위해제했다. 교육청의 권고를 따른 것이다. 직위해제는 징계 자체가 아니라 징계 결과를 기다리는 대기발령 격의 처분이다. 직위해제 처분에 따라 교사들은 당장 수업에서 배제됐고, 징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월 급여의 3분의 1가량이 삭감됐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직위해제 처분이 번복되면서 해당 교사 6명이 지난 급여 감액 분을 모두 받아가는 일이 벌어졌다. 교사 중 2명이 이사회 소집 없이 결정된 직위해제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들은 징계처분에 대한 재심을 요구할 수 있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제소했고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지난해 12월 27일자로 소청심사위는 재단에 해당 교사 6명의 직위해제를 취소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따라 지난 3개 월 간의 감액분이 6명에게 소급 지급됐다. 이후 재단은 바로 이사회를 열어 다시 직위해제 처분을 내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정식징계가 집행되기 전 유일한 불이익인 급여 삭감이 무색해진 상황. 언론의 감시가 잠잠해진 틈을 노려 해당 교사들이 복귀를 시도한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더욱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교사 일부는 여전히 성희롱을 '교육적 목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몇몇 교사는 자신과 가까운 학생들에게 '처벌 불원 탄원서'를 써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청주여자상업고등학교 이모 학생은 “문제가 된 선생님이 (제) 친구한테 자기가 처벌받는 걸 원지 않으면 탄원서를 써달라고 했다. 내가 당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친구가 당했다는데) 어떻게 탄원서를 학생한테 써달라고 하는지 화가 났다”고 전했다. 이 같은 소식에 충북여자중학교 2학년 학부모 박모 씨는 "교사들이 반성을 하긴 하는 건지 의문이다. 울면서 사과할 땐 언제고 뒤에서는 없던 일로 무마시킬 생각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운호중·고등학교는 미투교사 '유배지'?

서원재단은 검찰 조사와 별개로, 교사 5명 모두를 운호중·고등학교로 발령하는 조치를 내렸다고 지난달 밝혔다. 세 곳의 여학교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들을 모두 재단 내 남학교로 보낸 것이다. 학교법인 서원학원(서원재단) 사무국 관계자는 "현재 직위해제 상태라 수업에 참여할 순 없지만 소속 변경은 가능하다. 복귀가 결정돼도 운호중·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여학교에서는 교사생활을 못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스쿨미투가 '문제 교사들의 교단 성폭력'이 아닌 '여학생과 접촉하면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로 치부된다는 점을 알 수 있는 조치다.

특히 문제 교사들이 모두 남학교로 대거 이동하면서 운호중·고등학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운호중·고교로의 수평이동이 마치 '유배' 보내듯 이용된 데 따른 것이다.

서원재단은 이전 성폭력 사건에서도 운호중학교를 지금과 같이 활용했다. 지난해 교사 성추행 혐의를 받던 청주여상 A교장이 직위해제 3개월 만에 운호중학교 교장으로 이동한 것이다. 당시 A교장이 회식자리에서 일부 여교사를 성추행 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하지만 조사위원장을 서원재단 사무국장이 맡는 등 '제식구 감싸기' 논란이 일면서, 결국 피해자는 진술을 번복했고 목격자도 나서지 않았다. 결국 A교장은 경징계 처분을 받고 운호중학교 교장으로 수평이동 했다. 문제의 A교장은 청주여상 퇴임식 자리에서도 성폭력 의혹에 대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아 SNS 상에서 학생들의 질타를 받았다.
 


당시 퇴임식에 참여한 청주여상 김모 학생은 "선생님을 성추행해서 다른 학교로 가는 거니까, 당연히 우리들은 교장선생님이 사과를 할 줄 알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아주 떳떳하게 평소 부르던 유행가를 부르며 우리더러 따라하라고 했다. 마지막에는 우리를 향해 손키스까지 날렸다. 어이가 없었다. 선생님들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었다"고 퇴임식 당시를 떠올렸다.

운호중·고교에 성폭력 교사들이 집중되면서 해당 학교 학생들에 대한 걱정이 쏟아지고 있다. 학생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습득해야 할 시기에 성폭력 가해 전력이 있는 교사에게 가르침을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운호중·고등학교의 불안정한 학사운영은 예견된 일이다. 현재 직위해제에 들어간 교사들의 일시적인 공백을 새로 채용된 기간제 교사들이 메우기 때문이다. 문제 교사들이 복귀한다면, 빠르면 당장 다음 방학 때 교과 담당이나 담임교사가 교체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한 혼란은 오롯이 학생들의 몫이다. 문제 교사들과 근무해야 하는 교직원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 교원 돌고 도는 사립학교는 '그만'…수사와 별개의 징계 필요 

'충북여중 공론화 계정'을 만든 충북여중 김모 학생(가명)은 재단의 조치에 우려를 표했다. 재단 내 남학교로 이동하는 것이 경징계 처분 논란과 성폭력 사건을 잠재우는 수순이라는 것이다. 김씨는 "미투 운동 이전에도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교육청에 고발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사안이 크면 재단 내 다른 학교로 가서 조용해지길 기다리면 그만이었다. 청주여상 교장 사건이 그 예다. 학생들은 인근 학교에 해당 교사가 근무하니 언제 마주치거나 우리학교로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사립학교는 문제 교사가 재단 안에서 돌고 돌기 때문에 충북여중 성폭력 공론화는 곧 재단 내 공론화와 같다. 우리가 서원재단에 문제제기를 하는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서원재단은 검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재조사를 실시해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6개월이 지날 동안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고 학생들은 다시 새학기를 맞았다. 충북여성연대 김태윤 대표는 '남학생에게는 성폭력 피해가 해당되지 않는다는 재단의 발상 자체가 위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재단 내 인사인동을 금지하고 수사기관의 결과와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징계위원회를 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는 학생, 가해자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자인 만큼 보수적인 검찰이나 법원의 판단과는 별개로 징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결국 서원재단의 미진한 조치에 피해 당사자들은 물론 애꿎은 운호중·고교 학생들과 교직원들만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됐다. 운호중학교 입학생 학부모인 차모 씨는 "문제가 생겼다 하면 운호중학교로 오는데 우리 애들은 무슨 죄인가. 제대로 된 성교육은커녕 안 좋은 인식을 배울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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