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통이지만 ‘색깔 없는’ 청주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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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통이지만 ‘색깔 없는’ 청주문화원
  • 최현주 기자
  • 승인 2019.03.0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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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리그’, ‘고인물’ ... 폐쇄적인 원장, 임원선출 원인
시민참여저조…시민은 ‘수혜자’아닌 ‘주체자, 향유자’ 돼야
청주문화원 전경

60여년 전통을 자랑하는 청주문화원이 변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957년 문을 연 청주문화원은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거점으로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 사업을 수행한다‘는 목표를 지니고 있지만 실제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역할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반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부족으로 ‘그들만의 리그’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청주문화원은 매년 청주시로부터 17억 원 가량의 예산을 지원받아 30여개에 달하는 전통문화 관련사업 및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 ‘청주읍성큰잔치’ 등 청주의 주요축제를 주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역할 또한 분명치 않다는 의견이다.

청주문화원을 두고 제기되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본다.

 

유물·유적·향토문화→지역·생활문화

 

각 지방문화원은 1994년 제정된 지방문화원진흥법에 근간을 두고 있다. 이 법은 1965년 제정된 ‘지방문화사업조성법’을 토대로 한다.

이 법에 따라 지방문화원은 △지역문화의 계발·보존 및 활용 △향토문화를 포함해 지역문화의 발굴·수집·조사·연구 및 활용과 관련된 활동을 한다.

또 △지역문화행사의 개최 등 지역문화 창달을 위한 사업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컨설팅 지원사업 △문화예술교육 사업 지원 등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 사업도 한다.

이 법은 2011년 큰 폭으로 개정되었다.

1994년 제정된 지방문화원진흥법이 지역문화의 계발·보급·보존·전승 및 선양 또는 향토사 조사·연구 및 사료 수집·보존에 방점을 두었다면 2011년 개정된 법은 문화의 개념을 확장, 지역성에 기반한다는 데 방점을 뒀다.

여기서 ‘지역성에 기반한다’는 것은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가치, 지역의 정체성과 공동체를 새롭게 인식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고유의 문화자원을 활용하여 지역경쟁력을 높이고 지역의 미래발전을 도모해 나간다는 의미다. 단순히 유물이나 문화재 중심의 연구, 계승이 아니라 지역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는 생활문화가 중심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청주문화원엔 ‘청주’가 없다

 

2011년 개정된 지방문화원진흥법에 비추어 본다면 청주문화원 활동은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30여개에 달하는 프로그램과 130여개 지역 동아리 회원 등 문화예술인들과 함께하고 있지만 청주고유의 색깔과 이를 계승하는 사업을 찾기 어렵기 때문.

현재 청주문화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 △청주읍성큰잔치를 비롯해 △새해맞이 문화답사 △문자새김전 △단오부채 만들기 △엄마와 함께 문화나들이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청소년문화유적 답사 △전통혼례 체험행사 △청소년 관례행사 △문화강좌 △한중서예문화교류전 △단재서예대전 △거리아티스트 △어르신봉사프로그램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다.

이 중 청주시민의 생활문화와 지역성에 기반한 사업은 ‘내고장 역사문화바로알기 내사랑 청주’ 등 2~3개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사업은 전통문화라는 이름으로 진행, 다른 지역에서 치러져도 사실상 무리가 없는 프로그램이다.

청주문화원이 여전히 1994년 법률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을 받는 지점이다.

지난해 청주문화원이 개최한 ‘청주불교문화학술대회’에서 강동대학교 건축과 김형래 교수는 ‘청주지역의 불교문화유산 활용방안’이라는 발제를 통해 문화원 역할과 방향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지역의 문화유산은 지역 역사의 교훈을 배우고 전통문화의 멋과 향취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 및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크다. 문화유산을 원형대로 보존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국민들이 문화유산을 알고 찾고 향유하는 동시에 다양한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활용정책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었다.

이어 “지역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면 지역의 정체성과 지역공동체를 강화하는데도 일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술대회는 학술대회로만 그쳤을 뿐 실제 지역에서 청주불교문화의 정체성을 알리고 현대·생활문화와 접목시키기 위해 ‘문화원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고민에 있어서 청주문화원은 손을 놓은 상황이다.

박상일 청주문화원 원장은 “이는 청주시에서 진행해야 할 사업으로 문화원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매년 반복되는 사업…회원, 시민참여 미비

 

현재 청주문화원 대부분 사업은 10여년 이상 반복, 관행적으로, 또 동일하게 진행되는 경향이 강하다.

청주문화원의 한 회원은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매년 같은 사업과 프로그램을 반복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청주문화원 올 예산은 17억 4537만 1933원으로 올해에도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 ‘청주읍성큰잔치’를 비롯해 무려 27개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또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사군자 △서양화 △민화 △캘리그라피 △한국무용 △가야금 △민요 △생활자수 등 8개의 문화강좌도 운영할 예정이다.

청주문화원 관계자는 “청주청원 통합이후 일부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단오부채만들기와 정월대보름 행사는 가족대상으로 치뤘다. 문화라는 것은 갑자기 변하는 것이 아니다. 문화원도 조금씩,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년 하던 사업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그만한다고 하면 왜 하지 않느냐는 요구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매년 반복되는 사업과 함께 ‘문화원이 너무 늙었다’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한 회원은 “회원들의 대다수는 50대 이상이다. 새로운 구성원과 새로운 컨텐츠가 없이는 문화원 존립이 어렵다. 나이가 많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노인과 젊은이, 전통문화와 현대문화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청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의 많은 문화원들이 ‘사조직’, ‘토호세력 모임’, 심지어 ‘지역문화 기득권자들 모임으로 젊은이가 없는 곳’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또 그만큼 자성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이천문화원 이동준 사무국장이 지난해 9월 경기연구원 문화예술정책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은 눈길을 끈다.

그는 “그동안 우리는 문화하면 문화예술이나 문화재만을 떠올렸다. 그래서 문화예술하면 그쪽에 종사하는 예술인들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었고 소수의 예술가들이나 전문집단을 위주로 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화의 개념은 변했다. 전문가, 공급자 중심의 문화가 아니라 생활문화가 중요해졌다. 지방 문화원은 지역주민이 중심이 되는 생활문화 진흥과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2일 치뤄진 청주문화원 총회 모습.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청주문화원

 

청주문화원이 변화에 둔감한 것은 임원들의 선임방법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현재 청주문화원 집행부는 원장 1명과 부원장 5명, 23명의 이사와 2명의 감사로 구성되어 있다. 2018년 기준 매월 1만원 씩 회비를 내는 청주시민 158명이 회원으로 있으며 실질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사무국에는 1명의 사무국장과 3명의 직원이 있다.

임원선출은 청주문화원 정관 13조에 규정하고 있다. 정관에는 원장을 포함한 임원은 총회에서 선임함을 원칙으로 하되, 총회에서 선임된 원장의 지명에 의해 일부임원을 선임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하지만 청주문화원 원장 선임은 절차상 총회에서 결정하고 있지만 사실상 원장과 이사 등 임원진 선출은 이사회에서 내정되는 방식을 60여 년째 취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총회에서는 최종적으로 인준만 할뿐 사실상 임원은 이사회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사회에서 차기 원장을 사실상 결정하고, 그 원장이 또 다시 차기 이사진을 구성한다. 20년 이상 이사직을 맡고 있는 이들도 상당수다.

이러한 방식은 비록 정관을 위배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만의 리그’, ‘고인 물’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가 되고 있다.

청주문화원이 향토문화의 보존과 전승, 지역주민의 피부에 와 닿는 생활형 문화행정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기관임에도 다양한 의견을 가진 일반회원들이 참여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구조라는 얘기다.

관계자는 “총회 전 미리 이사회에서 추대형식으로 원장을 내정하는 것은 100% 합의에 의해 원장을 선출하지 않으면 불화가 생기고 그 후유증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60년 동안 해오던 관례라서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박상일 원장은 “총회자리에서 원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회원이 있다면 언제든지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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