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충북도당 정책콘서트서 이범 교육평론가 주장
교육 개혁은 대학서열화, 노동시장 개선이 우선돼야
명문대 진학 위해 충북에 자사고 설립은 비효율적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은 27일 충북교육과학연구원 시청각실에서 3차 정책콘서트를 열었다. 사진은 이숙애 도의회 교육위원장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 모습. 좌측부터 김송이 학부모, 이호진 대학입학예정자, 이숙애 도의원, 이범 교육평론가, 김종기 CJB청주방송 취재팀장, 강대훈 도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관.

 

대입전형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겉으로는 정시보다 공정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실제 ‘결과의 평등’일 뿐, ‘기회의 평등’은 아니라는 교육전문가의 의견이 제기됐다.

학종의 주요 요소인 비교과는 근본적으로 불평등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27일 민주당 충북도당이 개최한 3차 정책콘서트에서 이범 교육평론가는 특강을 통해 학종의 불평등함을 강조했다.

그는 “학생부종합전형이 비교적 평등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학종 주요항목인 내신성적 평가가 상대평가이기 때문이다. 실제 상대평가를 하면 학교별 지역별 계층별로 비교적 골고루 공정하게 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공정하다는 것은 결과의 평등일 뿐이지 기회의 평등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회의 불평등은 학생들이 일상적인 학교생활에서 늘 느낄 수 있다. 비교과는 기회가 본원적으로 불평등하다. 예를 들어 독서이력에 상당한 교육적 가치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부모가 고졸인 학생과 부모가 대학원졸인 학생은 독서이력에 있어 기회가 상당히 불평등하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불평등함은 비교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재에도 드러난다. 종종 교사가 특정한 학생에게 편파적으로 세특을 써준다는 의심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대학 선발만 자율? … 학생의 자율, 교사의 자율은 제자리 

 

이범 교육평론가는 우리나라 교육의 방향성과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27일 민주당 충북도당이 개최한 3차 정책콘서트에서 토론에 앞서 ‘SKY캐슬을 통해 본 우리 교육의 현실과 극복 방안'이라는 특강을 진행했다.

특강에서 그는 우리나라 입시제도의 역사, 갈수록 경쟁으로 치닫는 교육현실, 학생부종합전형의 불공정성, 우리나라 노동시장 구조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이 평론가는 “우리나라 입시제도는 미국에서 비롯됐다. 입학사정관제와 학생부종합전형은 미국의 제도다.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입학사정관제와 학종이 우리나라에 확산됐지만 아쉽게도 자율성을 얻은 것은 학생이나 개인이 아니라 학교”라며 “김영삼 정부시절 교육개혁위원회에서 내놓은 5.31 교육개혁안은 자율이라는 담론에 초점을 맞췄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교사의 자율, 학생의 자율은 제자리 걸음인 반면 대학의 자율만 금과옥조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교과에는 독서, 동아리, 교내수상경력 등 매우 다양한 전형요소들이 포함된다. 나름 이름있는 대학에 진학하길 원하는 학생은 이들 가운데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철인 5종 경기를 하던 선수가 철인 10종경기에 도전하게 된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범 평론가는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교육제도 개혁을 주장하지만 교육제도의 개혁만으로는 우리나라 교육 문제를 개선할 수는 없다. 교육문제는 대학의 서열화, 나아가 불평등한 노동시장과 직결된다. 제도의 문제가 20%라면 사회구조, 노동시장 문제는 80%의 원인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서울대학교 대학원 과학 박사로 서울특별시 교육청 정책보좌관을 거쳐 현재 민주연구원 교육혁신본부장을 역임하고 있다.

 

명문대 진학 위해 충북에 자사고 설립은 비효율적

 

한편 이 평론가는 이날 최근 충북도의 자사고 추진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일류대학인 SKY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사고 설립보다 기존의 일반고 학생들에게 투자와 지원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평론가는 “요즘 충북에서는 자사고 논란이 있다고 들었다. 일류대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꼭 자사고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소위 요즘 일류대 입학전형은 학생부종합전형이 대세다. 특목고, 자사고 학생 입학률은 30%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자사고를 만들어서 SKY 합격률을 높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차라리 일반고에서 내신성적 좋은 학생들이 비교과활동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돕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책콘서트에서는 이범 교육평론가의 특강 이외에도 이숙애 도의원 사회로 이호진 대학입학예정자, 김송이 입시생 학부모, 김종기 CJB청주방송 취재팀장, 강대훈 도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관이 참여한 가운데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드러났던 교육문제가 실제 충북지역에서도 있는지 또 개선책은 무엇인지 학부모, 학생, 교사 입장에서 각각의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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