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피해자는 '나'...피해 호소해도 관계기관 조치 전무

[충북인뉴스 계희수 기자]  충북도내 유명 역사학자이자 청주백제유물전시관 A 학예실장이 비위행위 관련 감사를 받게 된 가운데, A씨의 전시관 부하직원 B 학예사가 폭언과 업무배제·성희롱 등 조직적인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해 파문이 일고 있다. A 학예실장의 감사 배경에는 B씨의 '직장 내 괴롭힘' 고발이 있었던 것. 청와대 국민신문고로부터 B씨가 제보한 내용을 전달받은 청주시는 A씨 비위행위와 전시관 직원들의 괴롭힘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B씨는 지난해 전시관 관리직원 두 명을 모욕죄와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B씨는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청주시와 수탁기관인 청주문화원에 괴롭힘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히려, 청주문화원장 등 관계자들은 B씨를 찾아와 침묵을 종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한 달 가량 병가를 냈다가 최근 복직했다. 여성단체는 B씨에 대한 보호조치를 청주시에 요청했다.

 

 
청주시가 설비기사 C씨로부터 B학예사의 갑질과 비리에 대한 감사 신청을 받아 작성한 조사결과 보고서.

학예사 B씨, 조직적 '직장 내 괴롭힘' 호소

청주문화원이 청주시의 수탁을 받아 운영하는 공립 박물관인 백제유물전시관. 이곳에는 학예실장 A씨와 학예사 B씨 그리고 시설관리직 4명 등 총 6명의 인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B씨는 상급자인 A씨를 비롯해 설비, 청소를 담당하는 일부 시설관리직 직원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B씨는 학예실장 A씨로부터 "여자가 사람이야? 호칭이 어딨어?" "다리도 짧은 게 왜 치마를 입고 다녀?" 등 여성비하와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자신을 때리려는 손동작을 취한 날에는 충격을 받아 이틀 간 전시관에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B씨는 "큰 상처를 입었지만 A씨와 대학시절부터 선후배 사이였던데다 직장까지 얽혀있는 관계라 쉽게 끊어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주장에 A씨는 "(너무 옛날 일을 말하니) 기억에 없다. 그렇게 머리가 좋지 않다"고 답변했다.

B씨는 업무배제도 당했다고 증언한다. 학예연구사로 전시관 운영위원회나 청주문화원 행사에 참석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A씨가 정보를 알려주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시관 대내외 사업 진행상황도 알려주지 않아 실무에 곤란을 겪고 있다고도 말했다.

B씨는 특히 설비기사 C씨가 자신에게 욕을 하는 등 실제적인 위협을 가했다고 전했다. 상급자인 학예실장 A씨에게 이 같은 행동을 제지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 직원들의 행동은 B씨가 없을 때도 계속 됐다. 전시관 거래처 대표가 검찰 등에 서면으로 제출한 확인서가 그 사실을 뒷받침한다. 확인서에 따르면,  "담당자(B씨)가 없는 자리에서 상당히 쌍스러운 욕을 하였고, (중략) 그 광경이 상당히 당황스러웠음"이라고 당시 상황을 진술하고 있다. 설비기사 C씨는 이번주부터 전시관을 그만뒀다.

 

청주백제유물전시관 거래처 관계자가 청주시와 검찰 등에 제출하기 위해 작성한 확인서. 직원들이 B씨를 모욕하는 장면을 증언하고, B씨가 비품 가격 부풀리기 등 비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사실 등을 진술하고 있다.

 

갑질 당한 건 '나'.. 청주시 감사와 신문사 제보에 상처

B씨가 외부에 이같은 내용을 알리게 된 계기는 청주시 감사 과정과 언론을 통해 '갑질 가해자'라는 오명을 쓴 후였다. 청주시 문화예술과에 B씨에 대한 감사 요청이 접수된 건 지난해 10월. 설비기사 C씨가 B씨의 '갑질과 비리'를 징계해달라면서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감사요청을 한 것이다. 청주시 자료에 따르면 설비기사 C씨는 B씨가 관리직들에 대해 90도로 인사를 시키거나 1시간 연장 근무를 강요하는 등 부당한 지시를 내리고, 전시관 고용 자리로 위협하거나 해고를 시도하는 등 '갑질'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B씨가 개인의 영달을 위해 사적인 일을 근무시간에 처리하고 지각이 잦은 등 전시관 근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주시 문화예술과는 다소 다른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먼저, B씨에 대한 비리 관련 제보에는 해당사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고용 문제로 위협하는 등 '갑질'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봤다. 다만, 90도 인사 등 강압적인 주차관리 지시에 대해서는 서로 주장이 달라 판단이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청주시는 '구두상 보고 후 결재를 득하지 않았'거나 '지각' 등만 인정해, 수탁기관인 청주문화원에 징계를 요구했다. B씨는 해당 감사를 통해 경징계인 견책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도내 한 일간지에 '청주백제유물전시관 학예사 '갑질' 주장'이라는 기사가 보도됐다.  설비기사 C씨가 학예사에게 갑질 피해를 당했다며 징계를 요구했으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내용이었다. B씨는 "근무 태만 등 기본적인 태도에 관한 시정 요청을 해도 들어준 게 없는데, 어떻게 갑질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사실이 아닌 기사로 지역사회에서 매장당하니 해고를 불사하고 사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여성단체, 청주시와 문화원에 진상조사 요구

청주시 감사를 받게 된 A 학예실장도 구두로 사직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그러나 여성단체는 사표가 수리돼 사직처리될 경우 진상조사와 징계 등 최소한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절차가 면제된다는 점에서 우려의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이름난 역사학자이자 명망가로 알려진 A씨인 만큼 B씨에 대한 2차 피해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충북여성연대 정승희 대표는 "너만 참으면 된다고 강요하는 전형적인 남성중심 조직의 폭력"으로 사건을 규정하면서,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는데도 외면한 청주문화원과 청주시가 A씨와 직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책임있는 마무리를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A 전 청주백제유물전시관 학예실장' 관련 반론보도

본 신문은 2019년 2월 19일자 『청주시, 청주백제유물전시관 A 학예실장 감사 착수』외 4건의 기사에서 A 전 청주백제유물전시관 학예실장의 비리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A씨는 아래와 같이 알려왔습니다.

출장여비는 관례에 따라 수령한 것으로 이중 지급받고자 의도적으로 맹점을 악용한 것이 아니며, 외부 출강 관련 겸직 시 기관장의 허가를 필요로 하는 전시관 복무규칙이 없고 2017년 초 이미 청주문화원 내에서 휴일 출강을 허용하는 것으로 정리된 바 있으며 2015년 이후 출강은 휴관일에만 실시했습니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에 가담했거나 '청주대 박물관 유물구입 비리사건'에 연관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전시관 학예실장의 직무 특성 상 문화재 매매업자는 전시관 유물 구입 및 기증 업무의 상당 부분과 관련된 주요 대상으로 유물을 매개로 접촉하는 자체가 업무의 일환입니다.

이직과 관련해서는 전시관 사직 이전에 보은군 공모에 응한 것으로 위 관련 기사에서 언급된 의혹과는 무관합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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