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별로 너무 다른 정규직 전환 결과

<캠페인 : 지역과 노동을 잇다> 비정규직 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고민하는 충북의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의 연대체로 충북비정규직의 처우개선과 나아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회양극화 및 불평등 해소’, ‘비정규직 문제 해결’, ‘노동존중’ 등이 시대적 과제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운동본부는 충북인뉴스와 지역의 저임금‵비정규 노동의 현실, 노동정책과 이슈 등을 통해 시대적 과제로 제기되는 문제들을 집어보려고 합니다. 지역과 노동을 잇는 소식이 ‘노동이 존중되는 충북, 살 맛 나는 충북’을 만들기 위한 걸음에 보탬이 되길 희망합니다. 충북인뉴스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뿐만 아니라 모든 차별을 반대합니다. 비정규운동본부의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하면서 활동가들이 기고한 글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글쓴이 : 서보람 (비정규직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

 

서보람 (비정규직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

지난 1월 30일 청주시는 용역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문가협의회를 열었다. 청주시 노사전문가협의회는 CCTV주정차단속, CCTV관제센터, 365민원콜센터, 건물 청소노동자 등 상시지속업무(2년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며 1년에 9개월 이상 지속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동일직급-동일임금체계를 반영하여 3월 1일자로 정규직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어린이회관에서 근무하는 용역노동자와 공원 청소노동자에 대한 전환은 여러 사유로 추후 재검토하기로 했다.

반면, 음성군은 용역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은 시작조차 하지 않고 있으며,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 역시 전체 정규직 전환 논의 대상(203명) 중 10%에도 못 미치는 인원(23명)을 전환 결정해 논란을 일으켰다.

심지어 23명 중에서 21명을 경쟁채용으로 전환하여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무시하는 자의적 결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음성군과 충북지역 내에서 노동-사회단체 중심으로 다양한 문제제기가 제기되었고 음성군은 지난 2월 12일 전환결과에 대한 이의 신청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 여부를 재검토하여 정규직 전환인원(21명)을 추가하는 결정을 내렸다.

 

희망고문은 언제까지

 

문재인 정부가 2017년 7월 20일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기간제 노동자 뿐 만 아니라, 용역․파견 노동자까지 정규직 전환범위를 확대하고 정규직 전환의 조건을 상시지속업무로 단순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가이드라인 발표 후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 가이드라인의 핵심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1단계 기관(지자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에서도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전환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한 곳이 존재하며, 용역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은 여전히 많은 기간에서 논의조차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

충북에서는 대표적으로 충북혁신도시에 위치한 교육과정평가원이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으며, 충청북도 내 다수 기초지자체는 용역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결정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전환결정을 한 일부 기관에서는 불평등한 처우와 고용불안을 조장하는 채용방식을 결정함에 따라 다양한 갈등이 존재했거나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전환으로 인해 처우가 더욱 열악해지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상담이 온 노동자들의 사례가 그러하다. A공공기관에서 용역으로 근무하던 시설노동자들은 올해 1월 1일자로 A공공기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는데, A공공기관이 용역노동자를 전환함에 있어서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표준임금체계 형태로 임금을 구성하다보니 노동자들의 임금이 월 30-60만 원 정도 삭감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기관장의 의지에 따라 너무 많은 것들이 자율에 맡겨져 있으며, 상시지속 업무 전환․고용승계 원칙․용역노동자 처우개선 등 가이드라인이 명시한 원칙들이 너무 쉽게 왜곡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조합이 필요하다.

 

정규직 전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고용불안과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 일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처한 조건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 청주시의 경우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기간제 노동자, 용역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노동조합을 구성하였고,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투쟁을 전개해왔다.

반면, 음성군의 경우, 기간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뭉치지 못했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창구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다행히 결정 이후 지역 단체들의 문제제기로 이의신청의 기회와 전환 추가 결정이 내려지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이러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없었던 이유는 노동조합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 결정을 기다리고 있거나, 전환 결정에 대해 문제를 느끼고 있을 수 있다. 또는 전환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노동조건에 대한 차별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것을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헌법은 노동자들에게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부여하고 있다.

법을 통해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노동조건의 유지 개선과 노동자들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모인 조직을 일컫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 이후가 더 중요하다.

 

청주시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되면서 충청북도 내에서 기초지자체들의 용역노동자 전환 논의에 좀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의 결정은 상시지속업무에 대한 정규직 전환이라는 상식적이고 당연한 결과였다.

이제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잘못된 고용구조를 변화시키고 상시지속업무에 정규직을 채용하는 관행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인천공항을 찾아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한 것은 긴 시간 고용불안과 차별에 맞서 싸워왔던 노동자들의 투쟁의 결과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정규직 전환이 끝일 수는 없다.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논의와 투쟁과정이 자신의 불안한 고용조건과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투쟁이었다면, 이제 노동자들은 개인의 권리 확대를 넘어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맞서 함께 싸울 수 있어야 한다.

정규직 전환과 전환 이후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투쟁들이 개개인의 신분 변화를 위한 목표를 넘어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을 철폐하는 투쟁으로 나아갈 때 진정한 ‘비정규직 제로시대’는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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