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 특산물 홍보 조형물 디자인, 시공에 외지업체 발주 빈번

제천시가 지역과 관련한 홍보 조형물과 간판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디자인과 제작 등을 외지 업체에 발주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업계는 물론 시의회까지 이에 제동을 걸고 나서는 등 반발이 일고 있다.

제천시 의회 김기상 의원(화산동)이 제천시로부터 제출받은 2003년~2004년 10월까지 농특산물 홍보 간판 제작 내역에 따르면 해당 기간 동안 제천시가 제작한 농특산물 홍보 조형물류는 제천 사과 홍보용 조형물과 금성 오이 홍보물, 약초 간판 사과간판 전광판등 모두 5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사과 조형물과 금성 오이 홍보물을 제작하는 데 들어간 예산은 각각 1억 2300만 원과 2억 2000만 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제천시는 오이 홍보물 하나에 한해 외지 업체의 디자인을 넘겨 받아 입찰에 의해 시공을 지역 업체에 발주하는 형식을 취했을 뿐, 나머지 4개의 간판은 모두 디자인과 시공을 외지 업체가 맡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지난 6일 제천시 농림축산 과장이 출석한 가운데 열린 제천시의회 행정사무 감사에서 이들 홍보물이 제천 지역 업체에 대한 직접 발주 형식을 거치지 않고 외지 업체 디자인 후 시공을 별도로 발주하는 이유를 따져 물었다. 또한 시공조차도 지역 업체에 대한 직접 발주가 아닌 충북광고물제작협동조합을 통한 간접 발주 형식을 취하는 데 따라 지역 업체가 입게 될 경제적 피해에 대한 집행부의 대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제천시는 현실적으로 제천 지역 소재 관련 업체들의 디자인 수준이 타지역 업체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디자인만큼은 지역 업체에 국한해 발주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아울러 시공의 경우에도 광고물제작협동조합에 발주를 하면 제천지역 업체가 수탁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보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고도 답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와 김 의원 등은 “충주, 단양 등 제천과 인접한 타 시군의 경우 지역 디자인 업체만으로는 원하는 디자인과 조형물 제작이 불가능해 외지의 우수 업체 참여가 불가피할 경우에도 이들이 반드시 지역 소재 관련 업체와 컨소시엄을 체결해 관련 작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제천시가 겉으로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지역 기업을 홀대하는 이중적 행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지역 업계는 “행정사무감사 결과 제천시가 각종 농특산물 홍보 간판류를 제작하면서 디자인 공고를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특정 업체에 디자인을 의뢰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공고를 통해 지역 업체의 디자인 실력을 검증해 보지도 않고 제천 업체의 디자인 수준 운운하며 외지 업체에 디자인을 의뢰하는 것은 역으로 지역 업체를 차별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또 “현재 광고협회에 가입한 제천의 간판 제작 업체가 세 곳밖에 안되는 데다가 그나마 자격 여건을 까다롭게 제작하고 있어 지역 업체가 시공에 참여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결국 지역 업체의 경쟁력 제고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앞장서 추진해야 할 자치단체가 지역 업체의 실무 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손쉬운 방법인 외지 업체 참여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지역 업체의 디자인 및 제작 경쟁력을 더욱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볼멘소리다.
/ 윤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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