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 : 지역과 노동을 잇다> 비정규직 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고민하는 충북의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의 연대체로 충북비정규직의 처우개선과 나아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회양극화 및 불평등 해소’, ‘비정규직 문제 해결’, ‘노동존중’ 등이 시대적 과제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운동본부는 충북인뉴스와 지역의 저임금‵비정규 노동의 현실, 노동정책과 이슈 등을 통해 시대적 과제로 제기되는 문제들을 집어보려고 합니다. 지역과 노동을 잇는 소식이 ‘노동이 존중되는 충북, 살 맛 나는 충북’을 만들기 위한 걸음에 보탬이 되길 희망합니다. 충북인뉴스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뿐만 아니라 모든 차별을 반대합니다. 비정규운동본부의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하면서 활동가들이 기고한 글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글쓴이 : 선지현(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본부)

 

선지현(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본부)

노동기본권 보장을 실현을 위해 설립된 ILO(국제노동기구)가 올해로 100년이 된다. 우리나라는 1991년 152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지만, 2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ILO협약을 지키지 않고 있어 ‘ILO협약을 준수하지 않는 나라’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기업인들과 정치권이 만들어내고 있는 ‘노조혐오’까지 더해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와 요구가 외면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는 정부 방침과 법이 있어도 소용없는 경우가 많다.

 

2년째 외치고 있는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청주시청 앞에서는 매일아침 청주시에서 일하는 용역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2017년 7월 발표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추진대책’에 따라 상시지속업무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청주시는 2019년 1월 30일이 돼서야 노사전문가협의회를 연다.

1년 6개월만이다.

청주시에는 간접고용의 한 형태인 용역노동자 230여명이 있다. 모두 상시지속업무를 하고 있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모두 정규직(사실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야 할 대상자들이다.

하지만 청주시는 여러 핑계를 대고 노사전문가협의회 추진을 늦춰왔다. 이제라도 논의를 시작해 다행이지만, 또 무슨 핑계로 예외를 적용할지 벌써부터 우려가 앞선다.

왜냐하면 충북도를 비롯해 주요 시군단위 정규직 전환은 매우 소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또한 지자체 차원의 논의는 계속 미뤄지거나, 설사 진행되더라도 납득할 수 없는 근거로 ‘고용승계’ 원칙을 팽개치고, 비정규노동자들을 해고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음성군이 대표적인데 정규직 전환 규모도 문제였지만, 절차 면에서도 기존에 없던 기준을 적용하거나 이의신청 절차도 밟지 않아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규모가 작은 시군단위로 갈수록 전환규모, 논의절차 모든 면에서 공공행정의 공정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상시지속 업무에 대한 정규직 전환’이라는 정부방침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80%이상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대로 비정규직’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충북지역 용역노동자 446명 중 충북도의 100여명을 제외한 시군단위 용역노동자들은 여전히 용역 신세다.

 

 

정규직 전환 논의를 앞두고 있는 민간위탁 노동자들

 

간접고용에는 용역 외에도 민간위탁 노동자들이 있다. 중앙행정기관을 비롯해 공기업, 지방정부에는 공공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경우가 많은데 충북지역의 경우 그 규모는 대략 5천 여 명에 이르고 있다.

충북도청의 경우 공공부문 업무를 수행하는 민간위탁 업체가 40여 개가 넘는다. 민간위탁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은 비정규직과 다를 바 없다.

왜냐하면 민간위탁 업체들은 시설업무 위탁을 제외하면 대부분 1~2년마다 재계약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십 수 년씩 일을 하는 노동자들도 매년 또는 2년마다 업체 변경에 따라 근로계약서를 다시 쓴다. 대표적인 경우가 쓰레기 수거운반 노동자들이다. 그러다보니 1~2년에 한 번씩 업체 변경에 따른 고용불안을 겪는다. 처우도 열악하다. 공공업무를 수행함에도 대부분은 저임금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3단계 정규직 전환 추진대책으로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노동실태를 점검하고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방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태다.

민간위탁 분야 중 상당수는 과거 정규직이 일했던 분야다. 1998년 IMF위기를 이유로 공공부문의 민영화 정책이 추진되면서 기존에 공공기관 정규 업무였던 일들이 민간에 위탁되거나 외주화 된 경우가 많다.

얼마 전 발전소에서 일하다 사망한 故김용균 노동자가 일했던 곳 발전정비가 대표적이다.

지자체 민간위탁도 과거 지자체가 수행하던 업무를 민간에 떠 넘긴 곳들이 많다. 이런 분야들이 정규직 전환에 1차 대상이 된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재정이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원청인 지자체의 책임을 피하면서도 저임금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고, 관료들이 퇴직 이후 가는 곳들이기 때문이다.

행정 관료들끼리 나눠먹기 하는 게 민간위탁이라는 조롱 섞인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공공부문부터 ‘노동존중’ 새로 고침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가 간접고용노동실태를 발표했다. 간접고용노동자 규모는 346만 명. 10명 중 2명이 간접고용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일하다가 다쳐도 산재 적용을 받기도 힘들다. 발표에 따르면 산재 적용을 받는 경우는 34%다. 본인이 부담하는 경우는 38%에 달한다. 산안법이 있어도, 매달 산재 보험료를 내도 소용이 없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2%도 안 되는 비정규노동자들의 노조 가입률이 그 증거다.

노조 가입과 동시에 해고를 각오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노조 할 권리도, 다쳐서 치료받을 권리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걸 바꾸기 위해 노동자들은 힘겹게 싸워야 한다. 노동자들이 ILO비준협약을 통해 노조 할 권리 보장을 외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거꾸로 가는 것 같다.

벌써부터 ILO협약을 대가로 탄력근로제 도입, 임금체계 및 노동기본권 개악을 흥정하려고 한다. 여기다가 민간위탁 정규직 전환 문제까지 흥정의 대상으로 삼을 기세다. 벌써부터 민간위탁 정규직 대상을 놓고 예외 대상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도 이를 인정한다. 그렇다면 공공부문에서부터 그 모범을 보여야 한다.

올해 진행되는 민간위탁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공공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은 지자체, 공공기관, 정부가 져야 하다. 그게 ‘노동존중’의 시작이다. 2019년 ILO 100주년을 맞아 한국사회 ‘노동존중’을 새로 쓰게 하자.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