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AI 발생 ‘0'
이상정 도의원이 최초 제안한 ‘오리사육 휴지기제’ 효과 발휘
전국 단위 수천억 예산절감 현실로, 추가보완책 마련 필요

이상정 충북도의원. (제공=음성타임즈)

매년 연례행사처럼 치러야 했던 ‘AI와의 전쟁’이 올해는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전국의 AI 발생 농장은 단 한 곳도 없다.

지난 2016년~2017년 겨울에는 모두 383개 농장에서 AI가 발생해 닭·오리·메추리 등 가금류 3787만 마리를 살처분 하는 최악의 피해가 발생했다.

2017년~2018년에도 22곳에서 AI가 발생, 653만9000마리의 가금류를 땅에 묻었다.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는 물론 살처분에 동원된 인력들의 정신적 고통도 막대했다. 지역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감소세를 보이던 AI가 올 겨울에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으면서 살처분 피해도 없어졌다.

그렇다고 AI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야생조류 분변 등에서 49건의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 중 48건은 H5 또는 H7형의 저병원성으로 판정됐고, 나머지 1건은 검사가 진행 중이다.

이처럼 철새 등에 의한 AI 바이러스는 여전히 검출되고 있지만, 민간에서 사육하는 닭·오리 등에 전염되지 않아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AI로 인한 피해가 이처럼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방역당국은 AI 차단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 서서히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겨울철 오리사육 휴지기제’이다.

오리사육 휴지기제는 오리농가가 밀집해 있는 AI 발생 우려 지역에 일정기간 동안 오리 사육을 중단하는 제도다.

AI기 발생하면 오리농가들은 5~6개월간 사육이 금지되고 예비살처분됐던 육계농가들도 2~3개월간 사육이 금지되는 등 농가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진다.

그러나 축산 농가들에 대한 피해보상금은 전무한 상태로, 보상금은 모두 계열화 업체로 지원되는 구조이다. 농가들은 "80%만 보상하기 때문에 나머지 20%는 계약 사육하는 농가가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한다.

AI 발생의 주원인인 오리사육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이유이다.

수천억 원의 예산 절감 효과 ‘겨울철 오리사육 휴지기제’

‘겨울철 오리사육 휴지기제’는 지난 2015년 당시 음성군의회 이상정 의원이 전국 최초로 제안했다. 이상정 의원은 지난 6.13지방선거 후 충북도의회 의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이상정 의원은 “사상최대의 3천 2백만수가 처분되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AI의 원인은 오리로부터 시작된다. 현실적으로 가장 유용한 대책은 겨울에 오리를 사육하지 않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휴업보상제로 지원되는 국.도비를 받지 않더라도 현재의 살처분, 방역대책비의 10%면 가능하다. 예산절감의 효과는 물론 농가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상정 의원은 “오리사육은 기간이 길기 때문에 40여일 걸리는 육계에 비해 AI 감염 확률이 높게 나타난다“며 ”동계 오리휴업보상제를 실시해 오리사육에 대해서는 3개월간 한시적으로 사육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음성군의회와 농가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이 후 이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겨울철 오리 휴업보상제’가 음성군의회를 통과했고, 충북도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충북전역에 실시됐다.

시골의 군의원 한 명이 제안한 ‘겨울철 오리사육 휴지기제’의 효과는 곧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1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전국에서 3000여만 마리의 가금류 대학살이 발생했다. 정부는 일단 AI가 발생하면 주변 3㎞이내 닭과 오리, 메추리 등 가금류에 대해 감염여부와 상관없이 예방적으로 모두 살처분한다.

이 기간동안 전국적으로 3000여만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 됐다. 충북지역에서는 392만 마리가 살처분 됐고 332억원의 비용이 지출됐다

그러나 충북도가 17년말 최초로 ‘오리사육 휴지기제’를 시행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평창올림픽을 치르면서 전국이 AI로 난리가 났을 때 충북만은 조용했다. 휴지기제를 시행하는 기간에는 AI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휴지기제 기간이 종료된 후 1건이 발생했다. 당시 농가들은 휴지기제 기간을 1달 연장하자고 제안했으나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당시 휴지기제를 시행하기 위해 국비와 도비, 시·군비 19.5억이 투입됐다. 전년대비 약 310억 원의 예산 절감효과를 본 것이다.

전국 단위로는 수 천억 원의 예산이 절감된 것으로 파악된다.

충북도의회 산업경제위원회 소속 이상정 의원은 지난해 11월 농정국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겨울철 AI가 발생시 대응비용은 휴업보상제보다 2백배 더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고 지적하며 추가 보완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전국 30%, 충북 40%의 오리사육농가가 휴지기제에 동참하고 있다, 아직도 불안한 상태”라며 “예산증액을 통해 휴업보상제 적용 농가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휴지기제에 동참하는 농가가 늘면서 충북에서는 현재 70%의 수치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휴지기제로 인한 단점도 제기된다. 오리고기 생산량 급감 등 관련 산업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상정 도의원은 “AI휴지기 시행시 우려되는 오리 수급문제는 가을까지 생산을 확대하여 비축한 양이 있다.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 산업의 위축 우려에 대해서는 “현재 충북도와 보완대책을 검토해 나가고 있다”며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모범사례를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충북지역의 대표적 농민운동가 ‘이상정 도의원’ 

한편 이상정 충북도의원은 전농충북도연맹 사무처장 출신으로 민주화운동과 농민운동을 하다 수감생활을 했던 충북지역을 대표하는 농민운동가 출신이다.

이 의원은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나왔다. 대학시절 사회현실에 눈을 뜬 그는 1989년 졸업과 동시에 고향인 음성군 소이면에 내려와 농사를 지었다.

이유는 어려움에 빠진 농업과 농민을 위한 농민운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 의원은 1990년에 창립된 음성군농민회 초대 사무국장을 시작으로 26년을 농민회와 함께 했다.

부인 공현정 씨와 1남1녀를 두고 있다. 부인 공현정씨도 음성군 소이면에서 지역아동센터와 시민단체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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