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 : 지역과 노동을 잇다> 비정규직 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고민하는 충북의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의 연대체로 충북비정규직의 처우개선과 나아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회양극화 및 불평등 해소’, ‘비정규직 문제 해결’, ‘노동존중’ 등이 시대적 과제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운동본부는 충북인뉴스와 지역의 저임금‵비정규 노동의 현실, 노동정책과 이슈 등을 통해 시대적 과제로 제기되는 문제들을 집어보려고 합니다. 지역과 노동을 잇는 소식이 ‘노동이 존중되는 충북, 살 맛 나는 충북’을 만들기 위한 걸음에 보탬이 되길 희망합니다. 충북인뉴스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뿐만 아니라 모든 차별을 반대합니다. 비정규운동본부의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하면서 활동가들이 기고한 글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시작은 노조할 권리 보장!

글쓴이 :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교육선전부장 임성우

 

“어느 회사 다니세요?”  “미산정공이요,” “뭐하는 회사예요?”  “음.. 현대모비스 충주공장에서 자동차 부품 생산해요.”

“아~ 현대모비스 다니는구나! 돈 잘 벌겠네요.”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교육선전부장 임성우

현대모비스 충주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회사 얘기할 때마다 불편하다. 자신들이 다니는 회사를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 충주공장에서 일하지만 현대모비스 직원은 아니다. 현대모비스 충주공장에는 8개 사내 협력업체가 있다.

전기차, 수소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현대모비스 충주공장에서 생산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 중 현대모비스 직원은 단 한 명도 없다. 전부 사내협력사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사내하청 비정규직이다.

“월급날이 가장 기분좋아야 하는데, 월급 받으면 고작 이건가 싶을 때가 많아요.”

“돈 모으는게 불가능해요. 한달 벌어서 한달 먹고 살아요. 아니지, 한달 동안 쓴 걸 갚기 위해서 한달 일하는 거예요.”

 

근로계약서 시급란을 공란으로 두는 이유

 

이 노동자들은 매년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한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시급을 적는 칸은 빈 공간으로 둔다.

나중에 업체 소장이 와서 “야, 니 시급 6,470원이니까 적어.”라고 한다. 모든 건 정해져있고 노동자는 서명만 한다. 이들의 시급은 언제나 최저임금이다. 이 노동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항상 “최저임금 소급분 언제 나와요?” 였다.

매년 1월 1일부로 법정 최저임금이 적용돼야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1월 1일부터 최저임금을 적용해서 주지 않는다. 반년 정도 지난 후에 그 해 최저임금을 적용해서 인상된 금액만큼의 소급분을 한꺼번에 지급한다. 현대모비스 충주공장 노동자들은 매해 1월 1일부로 바로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게 희망사항이었다. 매해 근로계약서를 새로 작성하는 형태로 1년씩 재계약을 하다보니 연말이면 항상 고용불안에 대한 걱정이 덤으로 따라온다. 현대모비스는 2017년 기준으로 매출 35조원, 영업이익 2조원을 벌어들인 회사다.

 

초시계로 작업속도를 측정한다고?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을 받는 것도 불만이 많지만, 현장에서 일할 때 받는 비인간적 대우는 더 문제가 많다.

생산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건 사내하청 노동자들이지만, 이들을 관리하는 건 현대모비스 정직원이다. 현대모비스는 생산수량을 결정한다. 제품당 생산시간(Cycle Time)을 측정해서 생산수량을 결정한다.

생산시간을 측정할 때 작업자 뒤에서 초시계를 들고 시간을 잰다. 그럴 때면 기계 취급을 받는 것 같아서 인간적 모멸감을 느낀다.

현대모비스는 작업자들이 숙련되면 작업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계속해서 생산수량을 올렸다. 작업자들이 과도한 생산량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또 생산 설비에 문제가 생겨서 생산에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기면 현대모비스는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독촉한다. 기계에 문제가 생긴 상황인데도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생산량을 맞추는 데만 혈안이 된다.

그러면서도 정작 생산에 필요한 소모품을 요구하면 지급받는 기간이 한참 걸린다. 현장 작업자가 사내협력사 관리자에게 요구하면, 이 관리자는 다시 모비스에 가서 결제를 받아 소모품을 사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모비스와 사내협력사 관리자가 서로 책임 떠넘기기 하게 되면 시간은 더 길어진다. 결국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만 힘들고 짜증나는 상황이 반복된다.

생산량이 많아서 일시적으로 생산라인을 가동하지 않게 되거나 설비를 점검해야하는 일이 생기면, 개인들에게 연차를 쓰고 쉬라고 강요했다. 그러다보니 연차가 금방 소진된다. 정작 본인이 쉬고 싶을 때는 연차가 없어서 못 쉬게 된다.

그나마 연차가 남아있어도 연차 한 번 쓰려면 자기 대신 일할 사람을 구해놓고 쉬라고 한다. 회사 마음대로 연차를 강제로 사용하게 하고 내가 쉬고 싶을 때는 못 쉬는 구조다.

 

 

노조하기 정말 힘드네!

 

노조를 만들어서 이런 현실을 바꿔보고 싶어도 쉽지가 않다. 현대모비스 충주공장 안에서 같이 일하지만 업체가 8개로 쪼개져 있으니 노조를 만들기도 어렵다.

같은 공장에서 함께 일하지만 법적으로는 다른 회사 소속이니, 노조도 따로 만들고 교섭도 따로 해야 한다. 현행법상 사내협력사 사장과 교섭해야 하지만, 이들은 실질적인 결정권한이 없다.

임금인상도 모비스에서 지급하는 도급단가와 연동되기 때문에 모비스 결정 없이는 임금인상도 불가능하다. 실제 결정권한이 있는 모비스를 상대로 요구하고 싸워야 하지만, 법적으로 모비스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그래도 불합리한 현실을 바꿔보고자 각고의 노력 끝에 작년 7월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6개월에 걸친 교섭과 파업을 포함한 투쟁 끝에 임금인상도 실시하고, 불합리한 현장 통제도 개선하게 됐다. 반년만에 현대모비스 충주공장은 많이 변화했다. 관리자들의 비인간적인 대우도 사라졌고, 생산수량은 노사간 협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연차를 강제로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일도 사라졌다. 노동조합의 투쟁으로 모비스가 법적으로는 책임이 없다고 하지만, 실권을 쥐고 있는 원청사로서 처우 개선에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래도 노조가 필유한 이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노동조합이다.

물론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 현대모비스처럼 불법적인 사내하청 형태로 비정규직을 고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원청사가 교섭에 응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제도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당사자들이 문제 해결에 주체적으로 나설 힘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조 조직율은 1.8% 수준에 불과하다. 그만큼 비정규직은 노조할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 할 권리의 보장이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첫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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