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시민추천(공모)제 시행…조치원읍 등 5개 읍면동장 선출
주민심의위원 앞에서 후보 PPT 정견발표…민간개방형 확대도 검토

한때 ‘동네대통령’ 이라 불리던 읍면동장. 인사권자인 단체장의 선택에 다라 임명이 되는 자리에서 주민들의 손에 의해 선출되는 ‘민주주의 권력’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달 24일 열린 주민심의원회 회의장면, 세종시 제공)

 

인사권자의 복심을 얻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지난 해 12월 24일 세종시(시장 이춘희) 연서면과 전의면 대회의실에선 특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연서면장과 전의면장 시민추천(공모)제에 공모한 각각 4명과 5명의 5급 공무원은 정성스레 준비한 프리젠테이션을 배경으로 주민들 앞에 섰다.

이들이 준비한 프리젠테이션에는 자신이 면장이 되면 어떻게 마을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이 담겨있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공모에 참여한 공무원들은 발표가 끝나고 주민들의 질의에 답변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평균 4.5대 1의 치열한 경합 결과 연서면장에는 ‘살고 싶고 찾고 싶은 연서면’을 주제로 발표한 홍순제 사무관이 최고점을 받았다. 홍 사무관은 발표에서 “시민주권 특별자치시를 건설하는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전의면장에는 ‘새롭게 도약하는 전의’를 주제로 발표한 이은인 사무관이 최고점을 받았다. 이 사무관은 “주민과 함께 성심을 다해 지역발전을 도모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은일 사무관은 1971년 생으로 임용이 되면 현재 세종시에 재직하고 있는 읍면동장 중 최연소 동장이 된다.

 

세종형 지방자치 모델…읍면동장을 주민손으로

 

세종시가 시민추천(공모)제를 통해 읍면동장을 선출한 것은 이번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8월 조치원읍장을 선출한 이래 한솔동장과 도담동장을 시민추천(공모)제로 선출했다. 특히 면장을 시민추천제로 선출한 것은 세종시가 전국적으로 처음이다.

읍면동장 시민추천(공모)제는 읍면동장에 공모한 내부 공무원을 시민이 면접 또는 투표를 통해 읍면동장에 추천하거나, 개방형 공모로 공무원 또는 민간경력자를 읍면동장에 임용하는 제도다.

현재 세종시는 내부 공무원만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상태. 세종시 소속 공무원을 대상(4급 또는 5급)으로 공모하해 주민투표를 하거나 면접을 통해 심사를 하는 방식을 선택하도록 하는 시민주도형 제도다.

12월 시민추천제를 시행한 연서면과 전의면의 경우 면장을 선출하는 주민심의위원을 공개 모집해 구성했다.

신청 대상은 해당 면에 주민등록을 둔 16세 이상 주민. 공개로 모집한 주민심의위원에는 연서면에서 130명, 전의면에서 71명이 신청했다.

시는 무작위 공개추첨을 통해 면별로 지역구 시의원을 포함한 총 50명의 주민심의위원회를 구성했다.

 

개방형으로도 확대 예정

 

이춘희 시장은 시정과제로 ‘시민주권특별자치시’로 선포하고 세종형 지방자치 모델의 핵심으로 읍면동장 시민추천제를 시행하고 있는 상태.

세종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면장을 주민손으로 직접 선출한 첫 사례이지만 행정구역이 좁은 동 단위 지역의 동장을 선출한 사례는 이미 여러곳이다.

서울시의 경우 2015년 박원순 시장의 요청으로 4개지역에서 ‘민간인 동장 공모제’를 시행했다. 그 결과 금천구 독산4동에서 민간인 출신의 황석연씨가 공모제를 통해 선출됐다. 황석연 씨가 맡은 독산4동장 자리는 9급 공무원이 20~30년 경력을 쌓아야 올라 갈수 있는 자리다.

광주시 광산구도 2014년 8월 수완동장을 시작으로 5개동에서 ‘동장 주민추천제’스를 시행한 바 있다.

이후 여러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으로 진행했지만 행정구역이 넓은 읍‧면 지역까지 확대한 곳은 세종시가 처음이다.

세종시 자치분권과 관계자는 ‘읍면동장 시민추천(공모)제’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후보자가 정견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주민들이 직접 평가해 읍면동장을 뽑게 된다”며 절차상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읍면동장이 뽑히는 만큼 주민들의 평가가 매우 좋다“고 말했다.

또 “공무원의 입장에선 2년 임기도 보장이 된다. 평가에 따라 인센티브도 주어진다”며 “주민들의 손으로 선출된 만큼 책임감과 자긍심을 더 갖게 된다. 그렇다 보니 지원자가 점점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때 ‘동네대통령’ 이라 불리던 읍면동장. 인사권자인 단체장의 선택에 다라 임명이 되는 자리에서 주민들의 손에 의해 선출되는 ‘민주주의 권력’으로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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