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우진환경 시설 불허가 처분 취소소송 항소심 승소
클렌코·디에스컨설팅 등 북이면 ‘3총사’와 모두 소송 중

청주시가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8월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한 기후대기과가 4개월만에 쾌거를 이끌어냈다. 1심에서 패소했던 폐기물업체 대기배출시설 행정소송을 항소심에서 뒤집었다.

지난 19일 대전고법 청주제1행정부(재판장 지영난)는 우진환경개발이 제기한 대기배출시설 불허가 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허가제한 사유에 준하는 공익상 필요가 있을 경우 허가를 거부할 수 있다”며 청주시의 손을 들어줬다. 청주시가 혐오시설 인허가 관련 행정소송에서 모처럼 승소를 거둔 성공사례다. 또한 우진환경개발이 추진하는 시설 증설작업에도 제동을 걸게 돼 환경 시민단체들도 크게 환영하고 있다.
 

지난 20일 증평 주민들은 증평읍사무소앞에서 우진환경 증설 주민설명회 반대시위를 벌여 무산시켰다.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우진환경개발(이하 우진환경)은 지난 2017년 4월 고형연료제품을 사용하는 시간당 7.5t 처리용량의 대기배출시설 허가 신청서를 청주시에 제출했다. 기존의 2t용량, 2.16t용량 소각시설에 추가로 설치하는 것이었고 열원으로 사용하는 고형연료 또한 유해성 논란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대해 청주시는 기존 소각시설 부지와 겹쳐 동선 미확보, 건축허가 필요, 다른 고형연료 제품과 섞이지 않도록 칸막이 필요, 인근 주민 민원 등 4가지 사유를 들어 불허가 처분했다. 이에 우진환경은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역시 기각당했다.

우진환경은 전략을 바꿔 시가 제시한 4가지 사유 중에 주민 민원 해소를 제외한 나머지 3가지를 자체 해결했다. 아울러 청주시에 허가 재신청을 냈고 역시 불허가 처분과 행정심판 기각 결정을 내리자 같은 해 12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6개월 사이에 2번의 행정심판을 거쳐 소송까지 제기한 ‘속전속결’ 전략이었다. 취재결과 국민권익위원회는 2017년 3월 환경부에 고형연료 사용 소각시설의 다이옥신 측정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로부터 1개월뒤 우진환경이 청주시에 대기배출시설 허가 신청을 낸 것이다. 전후관계로 볼 때 국민권익위 권고를 받은 환경부가 대책을 마련하기 전에 '속전속결' 처리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실제로 같은 북이면에 위치한 폐기물소각시설 업체인 디에스컨설팅도 우진환경과 똑같이 2017년 4월 청주시에 (폐기물소각시설)건축허가 신청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우진환경은 대형로펌인 법무법인 ‘광장’을 소송대리인으로 내세웠으나 청주시는 공무원들이 자체적으로 소송에 임했다. 본연의 행정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이 전문성을 요구하는 환경소송까지 대처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청주지법 1심 재판부는 지난 4월 청주시의 불허가 처분이 부당하다며 우진환경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패소 이유는 청주시가 제시한 인근 주민들의 건강상 침해, 환경오염 등의 내용이 ‘추상적이거나 막연한 추측에 불과해 불허가가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우진환경개발 공장.

지역여건 감안 ‘공익우선‘ 판결

패소한 청주시는 명지성 변호사를 선임해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준비했다. 또한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한범덕 시장은 미세먼지 저감이라는 공약실천의 일환으로 직제개편을 통해 기후대기과를 신설했다. 우진환경 소송업무를 이관받은 기후대기과는 재판부를 설득할 환경피해의 이론적 근거를 확보하기로 했다.

김종오 기후대기과장은 “소송비용의 제약도 있다보니 국책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에 직접 찾아가 고형연료 유해성에 대한 사실조회를 부탁했다. 또한 충북대 교수 2명이 대기오염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배출물질의 유해성 등에 대해 의견을 내주셨다. 연구자들의 도움 덕분에 1심에서 인정하지 않은 ‘공익상 필요’를 항소심 재판부가 인정한 셈이다. 허가규정을 주로 따졌던 과거 판례에 비해 전향적인 결과를 얻어낸 것이라서 다른 지자체들도 판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문을 분석해 보면 일단 우진환경의 대기배출시설은 반경 1km 이내 상주인구가 1304명(제한규정은 2만명 이상)이고, 환경부가 고시한 대기보전특별대책지역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대기환경보전법 설치허가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기환경보전법의 목적을 고려하면 ‘환경기준 유지가 곤란하거나 주민의 건강재산, 동식물의 생육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등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을 때에는 허가를 거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2013년 대법원 판결을 제시했다.

아울러 중대한 공익상의 이유로 첫째, 우진환경과 불과 250m 떨어진 북이초등학교(학생 교사 135명) 어린이들이 유해화학물질에 취약집단이란 점 둘째, 반경 2km로 확대할 경우 증평시내 아파트가 들어선 도시지역과 연결된다는 점 셋째, 대기환경보전법상 13종의 물질에 대한 저감방안만 제시했으나 고형연료 사용시 발생하는 수은, 벤조피렌, 벤젠 등 특정대기유해물질에 대해서는 저감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수은은 중금속 배출물질 중 제거하기 가장 까다로운 물질이란 점을 강조했다.

우진환경 20t증설도 난관

이밖에 우진환경의 기존 시설(2t + 2.16t) 1일 소각량이 99t인데 반해 허가신청한 7.5t소각시설이 추가되면 하루 279t으로 소각량이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최근 증평군민 설명회에서 논란이 됐던 기존 시설(2t + 2.16t)의 증설(10t+ 10t)이 허용될 경우 소각량이 하루 660t에 달한다는 점을 덧붙였다. 특히 국민권익위가 2016년 고형연료를 사용하는 10개 소각시설의 다이옥신 배출 측정결과 6개소에서 배출허용기준 0.1ng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판결에 대해 우진환경 관계자는 “지역 정서적인 면을 감안한 판결이라고 본다. 대학 교수 개인의견을 객관적 사실검증없이 인용한 부분도 있다. 원고측에 소명요구 절차도 없이 피고측 자료만을 검토 인용한 것은 공정한 재판절차라고 할 수 없다. 우리가 설계한 시설은 환경부가 입법예고한 배출허용기준에도 대체로 부합된다. 법리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점은 항소심 재판부도 인정한 만큼 대법원 상고를 통해 최종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말했다.

청주 대기환경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시정질의했던 박완희 시의원은 “청주권 배출시설을 전부 조사한 결과 민관 소각시설에서 1일 2200t, 공장과 옥산열병합발전소에서 태우는 고형연료가 1일 1100t에 달한다. 하루 3300t을 소각하다보니 청주의 대기질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피해주민과 시민사회단체가 대기환경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법원의 전향적인 판결을 이끌어낸 것은 정말 다행스럽다. 앞으로 청주시가 폐기물총량제를 도입해 입구부터 차단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시의회도 내년에는 환경문제 연구모임을 만들어 대안 제시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북이면에 소재한 3개 소각시설 업체는 모두 청주시와 소송중이다. 클렌코(전 진주산업)는 다이옥신 배출과 쓰레기 소각량 초과에 따른 폐기물처리업 허가취소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청주지법 1심 재판부는 지난 8월 업체 승소판결을 내렸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우진환경도 1심에서 승소했으나 항소심에서 패소하면서 대법원 상고심을 기다리게 됐다.

지난 4월 건축불허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디에스컨설팅은 1일 처리용량 91t에 달하는 소각시설 설치를 추진하려다 청주시가 불허했지만 1심에서 승소했고 청주시가 항소해 2심 계류중이다. 청주시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북이면 소각시설 업체 3총사가 정부의 환경오염시설 설치 기준강화를 앞두고 지자체와 한판 승부를 겨루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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