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병원장이 합의사항 번복했다” 반발, 새국면 돌입
충북대병원 파업이 지난 9일 150일만에 타결됐으나 이후 상황이 순탄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노조측은 병원장이 근무형태 변경과 관련해 원상회복하기로 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고, 퇴직금단수제 도입 시기를 일방적으로 2001년 9월 1일자로 병원소식지에 게재하는 등 합의사항을 번복한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15∼16일에 실시될 예정이었던 잠정합의에 대한 노조 찬반투표도 무기한 연기했다. 이로써 한 숨 돌렸던 병원 사태가 또 다시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지난 8일 오후 7시부터 9일 새벽 5시까지 진행된 마라톤 교섭을 통해 노사는 △5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과 국가자격증 소지자 정규직화 △99, 2000년 미지급된 특별상여금 200%를 2002년부터 3년에 걸쳐 전액 지급하고 2001년부터 100% 지급 △파업 참가자중 승진 누락자 차기 승진시 최우선 △인사개선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퇴직금누진제 폐지에 따른 임금보전 △노조재정자립기금 2억원 지급 △청소용역 해고자 1명 고용보장, 2명은 평균임금 6개월치를 퇴직위로금으로 지급 등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
파업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타결된 데에는 이사회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자문 이사장(충북대총장)이 하루 전날 타결이 안되고 있는 점을 정리한 뒤 이를 바탕으로한 중재안을 노사양측에 냈고, 이를 양측이 받아들이면서 장기파업이 마무리 된 것.
그러나 앞으로 노조측이 요구하는 27개항, 병원측이 요구하는 5개항 등 32개항에 대한 교섭이 남아있어 완전타결로 볼 수는 없다. 임금인상, 노조재정자립기금 등 이른바 ‘돈’과 관련된 부분만 합의하고 2001년 단협사항은 추후 논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김동호 원장은 “합의안에 대해 불만이 없다”고 전제한 뒤 파업이 장기화된데 대해 “올해는 퇴직금누진제 폐지라는 커다란 이슈가 있는데다 노조측이 용역원 구조조정을 반대해 길어졌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무노동 무임금이 중요한 이슈로 등장해 타결을 어렵게 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노조측의 김미선 사무장은 “무노동 무임금을 모두 적용받은 점과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해 명확한 대안이 없는 점, 부당인사 철회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미흡하다고 평가한다”며 “병원측이 노사합의사항을 계속해서 번복한다면 또다른 도발로 받아들여 투쟁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충북대병원은 파업전보다 입원환자가 40%, 외래환자가 2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다음 달부터는 월급재원이 없어 교육부의 도움 없이는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노조재정 자립기금도 퇴직금 누진제 폐지에 따른 정부지원금 4억원중에서 내놓고, 임금인상분은 퇴직금 누진제 폐지로 절약되는 재정으로 충당해 우선 당장은 병원측의 부담이 없지만 파업으로 인해 입은 적자는 오랫동안 병원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환자감소로 인한 적자 누적에 대해 지역민들은 충북대병원이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노사양측이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도민들은 차제에 충북대병원이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병원측과 노조에서는 합의안에 서명하며 앞으로 병원을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충북도민들을 위한 공공의료기관으로 사명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잠정합의안 잉크도 마르기 전에 병원장은 노조측으로부터 ‘번복’ 공격을 받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합의’라는 과정도 무의미해진다. 장기파업이 정례화되고 불친절한 병원,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병원으로 충북대병원이 인식될 경우 정상화의 길은 멀기만 하고 무엇보다 환자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병원은 존재 가치가 없다는 점에서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것이 도민들의 한결같은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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