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치 없이 작업투입, 도로위 또 다른 '故김용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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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장치 없이 작업투입, 도로위 또 다른 '故김용균'
  • 박명원 기자
  • 승인 2018.12.20 16: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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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도로보수원 SUV차량 충돌 후 사망, 노조 "사고 아닌 인재""공무원, 현장 안전 지침 지키지 않아" VS "도로보수원 대응 잘못해"


"형님이 아니었다면 그날 제가 죽었을 겁니다. 위험한 작업이라며 자기가 하겠다고 나서는 걸 말렸어야 했는데…"

지난 9월 7일, 충북 충주시 소태면 19번 국도에서 배수로 정비작업을 하던 동료들을 위해 맨몸으로 교통수신호를 하다 사고를 당한 도로보수원 故김○○씨. 고인이 동료들 곁을 떠난 지 벌써 3개월이 지났지만 동료들은 아직 그를 떠나보내지 못했다. 지난 14일, 충주시 한 식당에 모여 앉은 고인의 동료들은 그날 사고를 이렇게 설명했다.


"교통사고로 죽은 게 아닙니다. 안전지침대로 작업 전에 안전장치만 제대로 설치했다면 죽지 않았을 겁니다."

무슨 뜻일까? 당시 고인을 사망에 이르게 했던 사고원인은 '도로 위에서 교통수신호를 하며 차량을 통제하던 중 이를 보지 못한 SUV차량에 치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충주경찰서는 당시 운전자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협의로 입건해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당시 사고 현장에 있었던 동료들은 진짜 사망 원인은 따로 있다고 울먹였다.
 

교통신호수 앞에 위치해야하는 작업자안전(신호유도)차량이 포크레인 뒤에 위치해있다. 당시 사고 상황도.
충북도가 배포한 '도로관리사업소 안전교육' 자료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죽었다'

당시 사고현장에서 고인과 함께 작업을 했던 A씨는 "교통신호수 역할을 했던 형님 앞에는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었다. 신호유도(작업자안전보호)차량이 교통신호수 보다 앞에 위치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 차만 제대로 있었어도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충청북도가 배포한 '도로관리사업소 안전교육' 자료에 따르면 '도로 공사장 교통관리는 도로 공사장 교통관리지침을 기준으로 설치하되, 현장여건을 고려 조정 설치하며 최후방에 싸인보드(신호유도)차량을 배치한다'라고 명시돼있다.

당시 사고가 났던 도로는 왕복 4차선에 제한속도 80km/h인 '19번 국도'. 해당 도로의 경우국토교통부가 배포한 '도로공사장교통관리지침'에 따르면 '제한속도 80km/h 이상인 일반도로의 경우. 작업보호자동차를 2대 이상 배치하며, 주의구간 시점에는 [도로공사중] 주의표지 또는 도로 공사구간 전용 주의표지를 설치하거나 도로전광표지판을 탑재한 자동차를 배치하여 작업 상황을 운전자들에게 알려준다'라는 지침을 지켰어야한다.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르면 해당 도로는 작업안전(신호유도)차량이 2대 배치됐어야 했다. 국토교통부 지침 내용.


사고 당시 국토교통부 '교통관리지침' 어겨 

작업보호자동차 이른바 신호유도(싸인카)차량은 어떤 상황에서도 공사현장 교통신호수와 도로보수원들 보다 앞에 위치했어야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결국 고인이 숨진 사고 현장에서 관련 지침대로 안전조치를 했었더라면 사고차량인 SUV가 교통신호수였던 고인이 아닌 작업보호자동차와 충돌했어야 했고 고인은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

한국노총 공공연맹 충북도청 공무직노동조합 관리지구 신정훈 충주지회장은 "신호차량만 제대로 위치했어도 도로보수원은 죽지 않았을 거다. 안전장비가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안전 교육조차 받지 못하니 이런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이건 사고가 아닌 인재다. 예견된 사고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인재' 충북도 '도로보수원 탓'

이처럼 각종 지침에 따라 신호유도차량(작업자안전보호차량)이 차량방향을 기준으로 교통신호수 보다 앞에 배치돼야 했지만 당시 현장은 그러지 못했다. 문제는 신호차량뿐이 아니었다. 신호차량이 제 위치에 있지 않더라도 최소한 라바콘(칼라콘)이나 표지판을 사전에 설치했어야 하지만 당시 현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도로보수원 B씨는 "현장에는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었다. 신호차량은 원래 위치가 아닌 포크레인 뒤에 있어서 사실상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신호수 앞에 안내표지판과 라바콘은 없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교통신호수 역할을 했던 고인 앞에는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었고 차량 충돌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던 것.

이와 관련해 충청북도 도로관리사업소 충주지소 측은 "도로보수원을 상대로 직무교육을 상·하반기에 나눠서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안전교육도 포함돼있다"며 "당시 사고는 계획에 없던 긴급보수 작업을 하던 중 발생한 사고였다. 지소 문제가 아닌 안전교육을 받은 도로보수원들이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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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이파파 2018-12-22 12:02:14
원주 지나는길에 사람이 수신호 하는걸 가끔 봐서 위험하다 느꼇는데 이런사고가 일어났군여 당연히 사람이 아닌 차가 막아줘야 하는거 아닌가..암튼 이런일이 다신 안일어나길 빌겠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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