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상당구 영운동 청남초등학교 뒤편 청남연립내에 월남민을 수용했던 `피난민수용소'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이 19일 확인됐다. 이는 71년 전 당시 11살이었던 김운기씨(사진작가)가 가족과 월남한 뒤 이곳 `피난민수용소'에 거처했다고 증언하면서 이승만 정부가 38선을 넘어온 피난민들의 임시 거처로 사용한 수용소임이 밝혀졌다.

김운기씨는 “이 건물은 해방 뒤 이북에서 38선을 넘어온 피난민과 만주, 일본에서 귀국한 동포 중 생활터전이 없는 극빈자들을 1주일 동안 수용했다가 충북 각 지역으로 배치해 정착하도록 주선하던 곳”이라며 “국가에서 운영하던 피난민수용소로 전국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건축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다가 최근 영운동으로 이사 오면서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라 찾아봤는데 70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 모습 그대로 있었다”면서 “오랜 세월에도 피난민을 수용하던 집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놀랍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현장 취재 결과 `옛 피난민수용소'였던 2개 동 건물은 현재도 일자형 말집으로 외관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특히 주변에 청남연립주택이 건립되었음에도 피난민수용소 2개 동 중 1개 동은 원형이 잘 남아있었고, 1개 동은 절반이 잘려나간 상태였지만 공동화장실 등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건물에 살고 있는 주민 한모씨는 “10살 때 이곳으로 피난와 70여 년 살고 있다. 지금은 다 떠나고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손민우 영운동 동장은 “주민들은 이 건물을 난민주택이라고 한다. 지붕은 슬레이트로 교체하고 시멘트벽으로 수리했지만 강당 같은 일자 구조에 칸막이를 설치해 가구를 분리한 건물 원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며 “(옛)건축대장 확인한 결과 1982년 건축 사용허가가 난 것으로 기록돼 이전에는 무허가건물로 사용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전쟁 이후 정부가 운영한 피난민수용소가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사례는 전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워 향토 유적이나 등록 유산으로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지역의 향토사학자는 “피난민수용소가 피난민 정착지로 남아있는 것은 전국에서도 알려진 사례가 없다. 수용소로 확인된다면 향토유적으로 지정하거나 등록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학계나 관계 당국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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