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지휘관 징계, 처벌 안받아 유가족 공분 커

지난 11월말 청주지검 제천지청 청사 앞에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유족들이 검찰의 소방 지휘관 불기소 처분에 항고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제공>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유족들과 충북도의 위로금 협상이 결렬됐다. 지난 11월말 충북도가 당초 제시한 합의안의 내용을 하룻만에 번복하면서 신의를 저버렸다는 것이 유족들의 주장이다. 

유족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당초 합의문에는 '국가·충북도·제천시를 상대로 민·형사와 행정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 단 소방공무원 불기소 처분에 대한 항고와 재정신청은 예외로 한다'고 명시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소방관들에 대한 이의제기 통로를 마련했다는 것.

하지만 충북도는 유족측이 대전고검에 항고장을 내자 돌연 태도를 바꿔 '소방공무원 불기소 처분에 대한 항고를 취하하고 재정신청도 하지 않는다'라고 합의문 변경을 요청했다는 것.

이에대해 유족 대책위원회 17일 입장문을 통해 "충북도가 고인들의 영혼마저도 모욕하고 있다. 선심 쓰듯 돈만 안겨주면 화재 참사의 모든 책임을 다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도의 작태는 실로 개탄스럽다. 도를 상대로 유족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 29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책위 관계자는 "충북도는 소방청 합동조사단이 요구한 소방지휘관 징계도 하지 않았다. 검찰은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결국 불기소처분으로 면책해줬다.이런 상황에서 항고는 억울하게 희생된 고인들을 위해 유족이 취할 수 있는 최소한 노력이다. 항고를 취하하고 재정신청을 포기하라는 요구를 거두지 않는 한 협의를 진행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1년전 제천화재 대형 참사 현장을 TV로 지켜본 많은 국민들은 소방당국의 초기 대응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실제로 소방청 합동조사단은 "소방설비와 불법 주차뿐만 아니라 소방지휘관의 판단 잘못 등에 원인이 있다"고 공식발표했다. 수사경찰은 소방 지휘관의 책임부분을 인정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청주지검 제천지청은 해당 사건을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로 보냈고 지난 10월 위원회가 소방지휘관 2명을 불기소하는 것으로 권고하자 그대로 처리했다. 결국 소방지휘관은 어떠한 징계도 처벌도 받지 않은 결과가 됐다.

유가족대책위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해경을 처벌한 세월호 참사와는 달리 제천화재참사는 건물주와 세신사 등 개인들에게만 책임을 돌릴 뿐 국가는 책임이 없다고 결론 지으려고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같은 시점인 지난 10월 충북도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함께 유가족에 대한 성의 있는 보상을 주문했다.

이후 충북도는 유가족대책위와 보상책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고 70억원의 보상금을 제시했다. 하지만 소방지휘관들에 대한 항고와 재정신청을 막으려는 시도로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에대해 지역 일부에서는 "유족들의 아킬레스건은 고인들에 대한 부채의식일 것이다. 현장 책임자에 대한 면책에 동의하고 보상금만 받는다면 말그대로 죽음을 파는 행위라고 생각할 수 있다. 도저히 양보하기 힘든 마지노선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익명을 요구한 도청 관계자는 "법원이 소방지휘관의 책임을 인정할 경우 감독관청인 충북도가 피해배상 의무를 질 수 있다. 그럴 경우 기존 보상금과 함께 이중 보상이 될 수도 있어 곤란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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