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채용비리로 박기동 전 사장이 구속되는 등 진통을 겪은 가운데 이번엔 국내 메이저 통신사업자인 LG U+와 유착된 대형 납품비리로 경찰의 수사가 진행돼 파문이 일고 있다.

충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미 해당 사건을 1년간 수사했고, 수사 진행 사항에 대한 중간발표를 앞두고 있다.

가스안전공사 감사실은 지난 2017년 중반 진행된 통신사 선정 과정에서 위조된 계약서 등이 내부 감사과정에서 발견돼 해당 사건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이 같은 비리의 전모가 드러났다.

감사실은 지난 달 28일 가스안전공사 내부 게시판을 통해 "데이터센터 경찰수사는 통신사 선정 과정에서 위조 계약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돼 수사를 의뢰한 사건"이라며 "현재 1년간의 수사가 진행돼 조만간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또한 해당 부장에게 6~7곳의 유지업체들이 뇌물을 상납한 것으로 감사결과 밝혀졌다"고 사건 내용을 직원들에게 전격 공개했다.

감사실 관계자는 "경찰에서는 관여된 직원들과 뇌물 상납업체들을 상대로 수사 중이며, 드러나는 비위 혐의가 그 규모나 방법에 있어 본사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가 될 수 있으며, 그 액수만 50억~60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해당 부장은 경찰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올해 발주한 사업에서도 비위 정황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중순께 가스안전공사 정보관리부장 S씨가 사건의 장본인으로 수사를 받던 중 필리핀으로 도주하면서 처음 사건이 외부에 공개됐다.

경찰은 S씨를 비롯해 관계자들의 계좌를 추적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S씨가 해외로 도주하자, 지난 달 8일 가스안전공사의 전산실(데이터센터 등)을 전격 압수수색 했다. S씨는 경찰이 출국정지를 시키는 당일 필리핀으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S씨는 지난 1990년대 중반 가스안전공사에 7급 사원으로 입사해 가스안전공사의 전산 관련 계약 등의 업무를 20년 이상 도맡아 왔다. 채용비리와 금품수수 사건으로 현재 재판을 마치고 수감중인 박기동 전 사장이 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2015년 1월 16일 정보운영부장으로 승진했다. 이듬해 계약 업무를 총괄하는 총무부장을 거쳐 비서실장까지 역임하면서 관련 비위가 윗선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공사 내부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형근 현 사장 취임한 후 S씨는 올해 1월 상황관리부장으로 전보됐고, 올해까지도 통신사와의 계약을 비롯해 전산 장비의 납품까지 전체 비위 사건의 중심에 있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또 비위 기간도 최초 가스안전공사와 LG데이콤(현 LG U+)과의 계약이 진행됐던 2008년 또는 그 이전부터 시작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스안전공사는 지난 2008년 9월 23일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LG데이콤을 사업자로 선정하고, 본사 및 전국 지역본부·지사의 통신망을 하나로 묶는 인터넷전화 및 전자팩스 등 IP 구축사업을 시행한 바 있다. 더불어 무선랜 기반의 와이파이폰을 도입하고 전자팩스, 발신자전화표시(CID), 음성메시지서비스(폰) 등 부가서비스를 갖췄다.

또 2011년 4월 17일에는 당시 사장과 LG U+ 부회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공적인 모바일 검사시스템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10여 년 이상 통신사업자와 서비스이용 기관의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중 S씨가 담당해온 전산 및 데이터망 관련 계약은 한해 수 십 억원 규모였다. LG데이콤과 계약이 시작된 비위 기간 역시 10여 년 이상인데다 계약체결도 조달을 거치지 않고 최근까지 수의계약으로 계약이 이뤄져 왔던 것도 의문이다. 게다가 전산 장비, 일부 전산망 용역 등의 납품건 등까지 합하면 비리규모는 공사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사건을 맡고 있는 충북청 광역수사대는 이미 해당 사건의 대략적인 윤곽을 파악한 상태로 관련자 및 납품비리 규모를 확인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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