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월화수크린’ 공공정규직화 여파 시장 통째로 상실소속직원은 학교무기계약직 전환…울지도 웃을 수도 없는 상황

<기획보도> 이윤보다는 사회적가치…사회적경제가 답이다

1회 : 흔들리는 사회적경제기업

2회 : 공공분야 일거리가 답이다

3회 : 태양광 사업과 사회적경제

4회 : 발상의 전환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삼고 있다. 사회적경제의 규모를 키워 고용이나 소득‧사회안전망, 지역공동체 등 여러 분야에서 양극화등 사회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다.

사회적경제 조직이란 경제활동의 우선순위를 이윤창출이나 분배와 같은 기업의 경제활동의 과정에서 이윤보다는 사회적가치의 실현과 확산을 우선한다.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자횔기업,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등의 경제단체가 이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사회적경제가 무엇 이길래 노동취약계층의 고용이나 빈곤 문제, 심지어 마을공동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재활용플라스틱 선별업을 하는 청주시 소재 사회적기업인 미래이엔티(대표 정남규)의 모태는 IMF 당시 만들어진 청원자활센터 재활용사업단이다. 재활용사업단 활동을 통해 형성된 기금을 바탕으로 사회적기업으로 독립했다. 노동력이 취약해 정상적인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 알콜중독 등 노동취약계층이 이곳에서 일했다. 미래이엔티 뿐만 아니라 청소, 세차, 돌봄, 집수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런 기업들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활기업만 충북에서 11월 현재 56곳이 되고 721명이 일하고 있다. 1조원대 투자가 이뤄져도 제조업의 새로운 일자리가 1000개도 안되는 상황도 있는 만큼 721명이란 숫자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이 외에도 충북도내에는 사회적기업 91곳, 사회적협동조합 29곳을 포함해 전체협동조합 451곳에 달한다.

이런 사회적경제조직이 성장 할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은 공공의 지원과 공공 영역의 일자리다.

 

문재인정부의 공공부분 비정규직 직접고용 정책으로 학교 화장실 청소를 하던 직원들이 학교로 직접 고용되면서 사회적기업 월화스크린이 운영에 큰 차질을 빚게됐다.

 

하루아침에 직원이 사라졌다?

 

충북 청주에 있는 사회적기업 월화수크린(대표 박형순)은 청소전문업체다. 지난 7월까지 직원수가 70명에 달했다. 하지만 7월 이후 현재 남아있는 직원은 6명.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유는 간단했다. 그동안 진행했던 ‘깨끗한학교만들기’ 사업에 종사했던 노동자들이 학교별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깨끗한 학교만들기 사업’은 ‘월화수크린’의 모태다. 학교 화장실 청소 등 학생들이 기피하는 청소 분야에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맡아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으로 2007년 시작됐다.

2007년 당시 다섯 명이 모여 청원자활센터 자활사업단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다. 학생들에게 위험하거나 지저분해 기피하는 곳의 청소를 하고 밭일도 했다.

이후 축적된 자본과 기술을 모아 사회적기업 ‘월화수크린’이 출범됐고 담당학교는 어느덧 50개교로 늘었다. 자활공동체 식구들도 70명까지 늘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공공부분 비정규직 직접고용 정책이라는 변수를 만났다. ‘월화수크린’ 직원으로 학교에 파견형식으로 일하던 직원들이 전환대상이 됐다.

이에 대해 ‘월화수크린’ 박형순 대표는 “잘 된 일”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반대하지 않았다. 운영자의 입장에서는 어렵게 됐지만 식구들이 좀더 안정된 일자리에서 일할수 있게 됐다는 마음에 이 정책을 환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박 대표는 “7월 이후에 70명 직원 중 6명만 남았다. 새로운 사업 영역을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기업 성격상 수익을 많이 남기지 않았다. 사업분야도 잉여금을 적립할 만큼 이윤율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박 대표의 말대로 새로운 영역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청소분야 사회적기업들이 주로 진출한 곳이 공공기관이었는데 이 분야가 학교처럼 직접고용체제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민간업체들이 경쟁하는 분야만 남았다. 최저가 중심의 경쟁입찰 구조인데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을 준수하고 일하는 사람들의 처우를 중시하는 사회적기업 특성상 민간업체와 경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월화수크린’처럼 청소를 전문으로 하는 충북지역의 자활기업은 총12곳. 이들의 사정도 월화수크린과 마찬가지다.

박 대표는 “새로운 영역을 찾기가 정말 어렵다. 다른 자활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취소하거나 반납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회적기업은 공공분야의 일거리나 지원이 없으면 현실적으로 버티기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청주시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재활용플라스틱 선별작업의 70%를 감당했던 사회적기업 미래이엔티(대표 정남규)도 플라스틱 가격하락으로 취약계층 고용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실 앞에 꺽여버린 사회적기업 미래이엔티

 

“우리 아이가 쓰던 장난감, 알고 보니 보물.” 한때 플라스틱 자원 재활용 업체들이 즐겨 사용했던 문구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기능성의류 원사 소재로 사용돼 한때 740원까지 치솟았던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제품은 2014년 600원 초반으로 떨어지더니 올해 7월 현재 300원까지 하락했다.

다른 플라스틱 재활용 제품도 상황은 마찬가로 2014년 대비 60~70%로 하락했다. 석유가격이 하락하면서 굳이 재활용 제품을 원자재로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재활용 플라스틱 제품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이를 담당하던 업체들이 도산하거나 영업을 축소‧중단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한때는 청주시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재활용플라스틱 선별작업의 70%를 감당했던 사회적기업 미래이엔티(대표 정남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업체는 지난 8월부터 외부 업체에서 반입되던 재활용플라스틱 입고를 중단했다. 플라스틱 가격이 하락하면서 작업을 하면 할수록 손해였다. 정남규 대표는 “하루 25톤 가량을 처리할 경우 매월 3000여만원의 적자를 보는 구조가 됐다”고 밝혔다.

현재 이 업체가 처리하는 1일 처리량은 7~8톤이다. 이에 따라 한때 40명 이상을 고용하며 기초생활 소득자등 자활 일자리를 만들었던 이 기업의 고용인원도 1/4인 10명 내외로 줄었다.

올초 미래이엔티 등 재활용플라스틱 폐기물을 처리하는 기업이 흔들리면서 처리문제를 두고 각 청주시에 발등에 불이 떨여 졌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하루 50여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갈곳이 없게 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사회적 비용도 추가됐다. 이들을 대체해 소각을 하려면 처리하려면 연간 수십억원이 투입돼야 할 상황.

그러자 청주시가 수습에 나섰다. 미래이엔티 등 3개업체에 청주시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재활용 업무를 계속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소요된 비용은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동안 8억여원에 불과했다.

재활용 대산 소각할 경우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 27억의 30%에 불과했다. 그러면서 취약계층의 일자리도 유지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발생했다.

하지만 청주시가 지난 9월부터 이 정책을 갑자기 폐기했다. 그러면서 미래이엔티는 또 다시 경영난이라는 현실의 벽에 마주쳤고 사회적취약계층 고용확대라는 사회적가치 실현을 먼 훗날로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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