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모집, 취업 어려움 가속화 “올해가 최악”
특성화고는 ‘공부 못하는 학교’라는 인식 악순환

충북지역 특성화고등학교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입생 모집부터 취업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특성화고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올해가 최악’이라고 토로한다. 일부는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인문계 고등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충북지역 특성화고를 들여다본다.

충북지역 특성화고등학교가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출처 충청리뷰>

 

이견이 있겠지만, 인문계 고등학교의 종착점이 대학이라면 특성화고의 종착점은 취업이다. 이 말에 비추어 본다면 최근 충북지역 특성화고의 종착점은 불투명한 상태다.

취업률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기 때문. 특히 올해는 사상 최악이라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015년 충북지역 특성화고의 취업률은 49.53%에서 2016년 43.93%, 2017년에는 33.03%로 감소했다.

그나마 이 통계에는 취업률 70~90%대를 기록하는 마이스터고(충북에너지고등학교, 한국반도체고등학교,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등학교) 취업률도 합쳐져 있어 23개의 농·공·상 특성화고 취업률은 더 낮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특히 올해 취업률은 사상 최악으로 한자리 수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말도 돌고 있다.

 

특성화고 취업, “올해가 최악”

올해가 특성화고 취업률 최악인 이유는 교육부가 올해부터 특성화고의 ‘근로중심 현장학습’을 ‘학습중심 현장실습’으로 개편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사회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학생을 노동력 제공 수단으로 활용하는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올해부터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근로중심이 아니라 정해진 현장실습 교육프로그램에 따라 실습지도와 안전관리 등 학습중심 현장실습만 3개월 이내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9일 제주 서귀포산업과학고 이민호군이 음료 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 도중 적재기 프레스에 짓눌려 크게 다친 뒤 열흘 만에 숨진 사건이 계기가 됐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이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결과적으로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 길을 막았다고 강조한다.

즉 충북 중소기업 중에서 ‘학습중심의 현장실습’을 할 만한 기업이 과연 몇이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직업교육훈련촉진법 개정으로 현장실습 시간은 1일 7시간을 초과하지 못하고 직업교육훈련교원을 별도로 배치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충북에 있는 기업 중 채용이 불확실한 학생을 학습중심으로 교육을 시키고 별도의 교육인원을 배치할 회사가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현장실습생 사고 예방 방법이 잘못됐다. 안전한 작업환경, 사고 없는 현장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아예 취업 자체를 못하도록 막았다”고 토로했다.

또 채용시기도 기존의 10월에서 1월로 조정돼 수시채용을 원하는 기업들이 특성화고 학생채용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각 학교의 취업관련 교사들은 공통적으로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특성화고 학교마다 상황 조금씩 달라

일반적으로 특성화고는 농·공·상·마이스터고로 분류된다. 같은 특성화고로 불리지만 학교마다 상황은 다르다.

일단 상황이 가장 좋은 곳은 마이스터고다. 2017학년도 충북반도체고 취업률은 96%, 한국바이오고는 93.75%, 충북에너지고는 75.68%를 보였다. 한 관계자는 "마이스터고 학생들은 기업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반면 공업고등학교에서는 마이스터고 학생들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고학생들이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마이스터고가 생기고 나서 취업률이 많이 줄었다. 우리 아이들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상업고등학교는 마이스터고, 공고와 또 다른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마이스터고와 공고는 도제식 교육이 강한 반면 상고 학생들은 본인이 스스로 자격증을 따고 취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사는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키랴, 자격증 챙기랴 취업처 알아보랴 정말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결국 ‘졸업 후 취업이 안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을 느낀 특성화고 학생들은 차라리 전문대에 가서 기술을 더 배우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 올 충북지역 특성화고 학생들의 대입진학률은 50%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2017년 영동인터넷고의 진학률은 무려 70%, 청주여상은 65.84%, 충주공고 64.73%, 충북공고 61.84%, 제천강고 60.62%, 청주농고 54.08%, 보은정보고는 53.49%였다.

 

입학시즌이면 신입생 모집에 안간힘

신입생 모집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입생 모집 기간이면 특성화고 교사들은 순번을 정해놓고 중학교를 방문하며 학교홍보에 열을 올린다. 각종 장학금과 혜택을 강조하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실제 특성화고 미달사태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017학년도 특성화고등학교는 겨우 모집인원을 채웠다. 3159명을 모집(마이스터고 제외)하는 도내 특성화고에 3189명이 지원했다. 증평정보고와 증평공고, 제천디지털전자고, 보은정보고 등 4개 학교는 미달됐다.

2018학년도에는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는데 충북지역 특성화고 정원 3855명을 선발하는 데 지원자는 3476명에 불과해 379명이 미달됐다. 특히 현도정보고는 167명 선발에 45명만이 지원해 무려 122명이 미달됐고, 증평공업고는 165명 모집에 54명이 지원했다.

 

"특성화고는 직업교육 아닌 공부 못하는 학교"

신입생 모집과 취업에 있어서 특성화고가 이렇게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특성화고를 무시하는 인식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즉 현재 특성화고에 대한 인식은 직업교육기관이기 보다 ‘공부 못하는 학교’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제 많은 학생과 교사들은 중 3 내신 성적 기준 240점 미만은 특성화고를 선택하고 있다. 직업교육에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 공부를 못해서 특성화고에 진학한다는 인식이 더 강하다는 얘기다.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막대한 돈을 지원해서 특성화고를 육성하려고 하지만 실제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또 우리사회는 여전히 고졸을 무시하는 구조다. 점점 기피하는 학교에 학업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모이고 취업도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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