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에서 전·월세 계약사기로 거액을 가로챈 60대 여성 부동산중개인이 도주 14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이번 사건은 서민아파트 세입자들의 마지막 재산으로 볼 수 있는 전월세금 10억 원(추정)을 빼돌린 사례로 알려져 지역 사회 안팎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충주시 교현주공아파트 임차인들은 지난 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A(여·69)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A씨는 아파트 입구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했던 부동산중개인이다.

A씨는 이 아파트 임대인에게 월세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만들고, 임차인들에게는 전세계약을 한 것처럼 속여 40여명으로부터 무려 10여억 원대의 금전을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장을 접수한 충주경찰서는 위치추적 등을 통해 도주 14일 만인 지난 20일 오후 단양에서 A씨를 붙잡아 충주경찰서로 이송한 뒤 현재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수년전부터 임대인으로부터 월세 임대차 계약권한을 위임받아 각종 계약을 중개했다. 이 과정에서 임차인과 2천500만~4천만 원에 전세계약을 하고, 임대인에게는 월세(20만~30만원)로 계약한 것으로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했다. 이를 통해 전세금을 받아 월세만 지불하고 나머지를 가로챈 셈이다.

A씨는 가로챈 전세금으로 임대인에게 보증금과 월세를 '돌려막기 수법'으로 최근까지 40여명의 세입자들에게 피해를 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임대인들이 최근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부동산사무소 현관문에 연락처를 남겨달라는 쪽지를 붙이자 현재까지 34명이 연락처를 남겼다는 후문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 1980년 건립된 충주지역 내 가장 오래된 서민아파트로 42.9㎡(13평)형 620가구, 49.5㎡(15평)형 100가구 등으로 구성됐다. 최근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매매가가 크게 상승한 상태다.

임대인 중에는 4천만 원짜리 4채를 소유한 사람과 3천만 원짜리 3채, 2천500만 원짜리 2채를 각각 보유한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인 B(64)씨는 "노후를 준비하려고 3천만 원에 아파트를 구입해 월세를 받아 달라고 도장과 통장을 맡겼는데, 그동안 꼬박꼬박 월세가 입금돼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며 "도주 소식을 듣고 억장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C(여·70)씨는 "평소 언니 언니하면서 친절하게 말해 철석같이 믿었더니 이런 일이 벌어져 황당하고 배신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현재 임차인 17명으로부터 피해 진술을 받았고 피해액을 5억여 원 정도다"며 "그러나 임대인 34명이 연락처를 남긴 것으로 보아 피해자와 피해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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