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광혜원면 A이장, 공사편입 논 매매도 논란
면사무소 ‘명백한 불법, 시간경과 행정처분 불가’

지난 10월 본보는 진천군 광혜원면 ㅇㅇ리 국공유지 ‘자투리 땅’의 무담 점유 실태를 보도한 바 있다. 지적도면에 도로부지로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른척 훼손하고 자기 땅처럼 쓰고 있는 경우다. 이에 대해 청주지법은 도로부지를 무단점유한 채 사유지를 침범해 만든 길을 일반도로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사유지 통행로에 예산까지 들여 콘크리트 포장을 해준 진천군은 도로부지 복구여부를 놓고 더 큰 고민에 빠지게 됐다. 땅문제로 뒤숭숭한 ㅇㅇ리에 이번엔 농사용으로 임대받은 군유지를 다른 사람에게 돈을 받고 양도해 준 사례가 드러났다. 1천만원이라는 큰돈을 받고 군소유 땅의 임대권을 넘겨준 사기극인 셈이다. 이같은 불법 거래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마을 이장이었다. 마을 이장 A씨와 관련된 땅 분쟁에 대해 집중취재했다.
 

진천 광혜원면 A이장이 불법으로 임대양도한 군유지의 현재 모습.

진천 광혜원면 ㅇㅇ리는 국유지인 도로부지와 군유지를 무단점유한 4명의 주민이 군으로부터 변상금 부과와 원상복구 처분을 받았다. 이 가운데 마을이장 A씨도 포함돼 변상금을 납부하고 무단점유했던 도로부지에 대해 정식으로 임대계약을 맺었다는 것. 십수년간의 불법행위를 수십만원의 변상금으로 면책받고 정식 임대까지 받은 셈이다.

더구나 A씨는 해당 토지와 인접한 군유지를 임대 사용하다가 돈을 받고 마을 주민에게 양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2002년 양도계약서를 작성한 B씨(4년전 사망)의 가족이 문제의 계약서를 취재진에게 제시하며 사실관계를 진술했다. 당시 A이장은 임대만료 기간을 3개월 앞둔 2002년 9월 자신이 군에서 임대받은 군유지 3729m²(1128평)를 B씨에게 1050만원을 받고 임대양도계약서를 작성했다. 평당 가격을 1만원으로 기재해 누가 보더라도 5년 임대료로 볼 수 없는 과도한 액수였다.

이에대해 B씨 가족은 “생전에 아버지가 ‘나중에 군에서 불하받을 수 있다’는 A이장 말을 믿고 덜컥 계약을 하셨다. 불하 얘기가 없었다면 누가 골짜기 땅을 1천만원이나 주고 농사용으로 임대해 쓰겠나? 그말을 믿고 두 번에 걸쳐 10년동안 군에 임대료를 냈는데 알고보니 일반농지로는 불하가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것 때문에 엄청 속을 태우셨는데 A이장한테 돌려달라고 말도 못하시고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B씨가 사망하자 땅을 부칠 일손이 없어 가족들은 결국 2013년 군유지 임대연장을 포기했다. 따라서 A이장은 군소유 땅으로 1천만원을 챙기고 B씨는 10년간 군임대료까지 내는 이중부담을 하다 손을 든 셈이다.

이에대해 A이장은 “내가 군에서 임대받고 나서 장비를 동원해 계단식 농지로 만들었다. 그때 장비값하고 인건비가 그 정도 들었기 때문에 B씨에게 그 만큼만 달라고 한 것이다. 그 땅을 불하받을 수 있다고 얘기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문제의 군유지를 임대받을 때 인접한 국유 도로부지 임대는 왜 하지 않았느냐고 취재진이 질문하자 “도로부지는 조금 포함된 거라서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을 얼버무렸다.

매입 3년뒤 480m²편입 통보

또한 군유지 임대 과정에서 기존 임대자가 자신이 특정한 제3자에게 임대권을 넘긴 것도 의문이다. 담당공무원이 공모(?)하지 않는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A이장의 군유지 임대양도계약 사실에 대해 광혜원면 담당공무원은 “임대권을 넘겨준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면 사기행위에 해당돼 행정기관에서 경찰에 고발할 사안이다. 공적 재산으로 개인간에 그런 부당한 계약을 체결할 수는 없다. 기존 임대연장을 포기하면 다른 사람에게 새롭게 신청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특정인을 지목해 자신이 임대권한을 넘겨준다는 것도 앞뒤가 안맞는 주장이다. 불법행위이긴 하지만 이미 16년이 경과돼 행정적으로 따로 처분할 방법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A이장이 부동산매매를 중개한 마을 안쪽 논도 매수인 가족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003년 6월 마을주민 C씨는 A이장의 소개로 소하천과 접한 이모씨 소유 5천m²의 논을 5450만원에 매입했다. 평당 가격은 3만7874원으로 비교적 낮았으나 수해로 논에 토사가 흘러들어 경지정리를 해야 할 형편이었다. 문제는 매매계약 직전에 수해복구 하천제방공사를 하면서 거래된 논의 480m²가 하천부지로 잘려나간 것이다. 결국 산 쪽에선 ‘우릴 속이고 판 것 같다’고 반발했고 판 쪽에선 ‘하천공사에 포함된 줄 몰랐다’고 부인하고 있다.

당시 매매거래 과정에 대해 C씨는 “생전에 남편이 A이장이 권해서 사게 된 것이다. 잔금 주기전에 아무래도 논이 전에보다 줄어든 것 같아서 A이장에게 얘기했는데 ‘그럴 리가 없다. 쓸데없는 소리 마라’고 해서 더이상 뭐라 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3년뒤에 군에서 토지보상금 찾아가라고 연락이 왔다. 알고보니 그 논에서 480m²가 하천부지로 잘려나간 것이다. 그래서 A이장한테 따졌더니 ‘나도 몰랐다. 군에서 보상금 받았으면 됐지, 왜? 나한테 그러느냐’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우리를 동네에서 따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A이장은 “그 시기는 내가 이장 볼 때가 아니라서 군에서 하천정비공사를 어떻게 하는 지 몰랐다. 그냥 등기부등본에 나온 토지면적대로 계약을 한 것이다. 내 땅도 아닌데, 하천에 편입된 걸 알았다면 왜 얘길 안하겠는가? 나중에 군에서 토지보상금을 더 많이 받았기 때문에 사실상 C씨는 손해 본 것도 없다”고 말했다. 70대인 A이장은 20대부터 마을 이장을 맡기 시작했고 중간중간 다른 주민이 넘겨 받았다가 현재에 이르렀다.
 

2002년 A이장이 1050만원을 받고 작성한 군유지 임대양도계약서.

마을 이장, 땅거래 중재 역할

C씨는 해당 논에 대해 또다른 피해를 주장하기도 했다. “계약 당시 수해 때문에 돌, 자갈이 흘러들어와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A이장이 인근 고속도로 공사장에서 흙이 나오면 맨 먼저 우리 논에 채워주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하천 편입문제로 항의하니까, 감정을 품고 공사장 흙반입하는 걸 방해하는 바람에 2년간 논농사를 짓지 못했다. 결국 큰 돈을 들여 장비를 불러서 흙을 채웠다. 자기한테 반대되는 사람은 이런 식으로 마을에서 살기 힘들게 만들었다.” 집앞에 자리잡은 새 논인데도 흙을 채우지 못해 2년간 농사를 짓지 못했다는 하소연이다.

A이장은 “그 논은 수해를 입은 곳이 아니다. 새 논하고 다른 논하고 높낮이가 차이나다 보니까 장비가 필요했던 거다. 그런데 도로공사 차량 통행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보상을 요구하니까 업체에서 장비 도움을 주지 않은 것이다. 내가 막았다는 건 말도 안되는 소리고 매매계약 당시에도 흙을 채워주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 그동안 평온했던 마을이 여기저기 고소하고 반대만 하는 몇몇 사람들 때문에 뒤숭숭하게 됐다”고 말했다. A이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마을 주민 D씨는 C씨가 매입한 논이 수해로 인해 영농에 지장을 초래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A이장과 땅분쟁을 겪은 당사자들은 세상을 떠났고 가족들은 아직도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불법적인 군유지 임대계약과 하천부지 편입사실을 모른채 이뤄진 토지매매계약은 이미 10여년이 훌쩍 경과됐다. 가족들은 계약서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자 하지만 법적 문제제기를 하기엔 이미 시간을 놓쳐 버렸다. 다만 마을 이장으로서 국공유지 관리에 적극 협조해야 할 입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본인이 불법과 편법을 저지른 것은 도의적인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대해 청주시 미원면 이순기 이장은 “시골마을에 터잡고 오랜 기간 이장직을 맡게 되면 주변 부탁때문에 본의아니게 부동산 중계업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처신에 따라 순기능을 할 수도 있고 역기능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국공유지에 대한 정보도 가장 많이 알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장들이 현지 감시인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자칫 유혹에 빠지면 자신은 물론 마을도 망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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