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출신 변호사가 주선, 9차례 접대
대법원 “구체적 대가성 입증 안돼”

판사 시절 자신이 재직 중인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던 피고인에게 수차례 술접대를 받은 판사 출신 변호사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재판에 도움을 주겠다는 명목으로 술과 안주를 제공받았다는 사실이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접대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특히 해당 변호사는 청주지법 판사 재직 당시 이같은 접대를 받았고 이 자리를 소개한 변호사 역시 청주지법 출신 판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알선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김모씨(41)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김씨는 청주지법 판사로 재직 중이던 2013년 7~11월 이 법원에서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이모씨(40)로부터 유흥주점에서 9차례에 걸쳐 636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이씨는 다른 재판부에서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었으나 같은 변호사를 통해 청주지법 판사였던 김씨에게 사건 청탁을 했다는 것.

이씨의 변호를 맡은 박모 변호사(사법연수원 동기)로부터 이씨를 소개받은 김 전 판사는 이씨와 서로 호형호제할 정도로 가까워졌다는 것. 당시 박 변호사는 1년전 청주지법에서 평판사로 퇴직하고 법무법인에서 활동하다 이씨 사건을 수임한 것. 이들의 술자리에는 이씨 사건의 공판검사 등 다른 법조인이 합석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이씨의 혐의는 조세범처벌법 위반과 무고 등이었다. 김 전 판사를 만난 이후 이씨의 무고 사건은 2013년 12월 유죄가 확정됐고, 조세범처벌법 위반 사건은 이듬해 10월 징역 5년에 벌금 640억원을 확정받고 수감됐다..

징역형이 확정되자 이씨는 심경의 변화가 생겨 변호사 개업한 김 전 판사에게 접대비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김 전 판사는 2014년 2월 이미 퇴직한 상태였지만 수감중이던 이씨는 2016년 10월 수사기관에 김 전 판사를 고소했다.

1심은 “이씨는 수차례 김 씨를 만나 장시간 술을 마시면서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김 씨 입장에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 씨가 친분관계에 의해 술 등을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에서는 “향응명목이 이씨 사건에 대한 알선과 관련한 것임이 구체적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없다. 이씨로 하여금 김씨에게 잘 보이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며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피고인 신분인 사건 의뢰인을 현직 판사에게 소개한 박 변호사는 다른 사건으로 지난 8월 청주지법으로부터 법정구속당했다. 박 변호사는 현직 판사와의 친분을 내세워 의뢰인들에게 고액 수임료를 요구하고 차명계좌로 수임료를 받아 1억2000만원 상당의 세금을 포탈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청주지법 재판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 수재 혐의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지역 법조계 Q씨는 "두 변호사 모두 현직 판사 재직때부터 뒷말이 많았고 결국 40대 이전에 스스로 법복을 벗은 셈이다. 2013년 충북지방변호사회가 회원설문을 통해 판사 평가를 했을 때도 문제점이 드러났었고 이듬해 퇴직한 것으로 기억한다. 특히 형사 피고인을 현직 판사와 만나도록 주선하는 행위는 상상을 초월한 일이다. 아마도 담당재판부가 아니었기 때문에 법원에서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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