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않고 살고 싶은 영동 만들고 싶어
18년째 마을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어

행복교육지구사업을 하는 사람들 ⑪

<영동 갈마루지역아동센터 김희정 씨 인터뷰>

김희정 씨.

행복교육지구사업은 마을주민들이 그 마을의 아이들을 함께 돌보고, 키우는 사업을 말한다. 또 다양한 사업으로 교육도, 마을도 건강해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쉬운 일이 아니다.

‘인구가 줄어들어 마을자체가 사라질 위기상황에서, 그것도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일자리가 전무한 농촌에서, 교육공동체라니…….’ 이미 많은 사람들은 ‘마을공동체는 사실상 끝났다’고도 말한다.

영동에서 18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는 김희정 씨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늘 마을아이들과 만나고, 함께 책을 읽고, 인문학 공부를 하고 있었지만 교육에 대해 마을주민들과 상의하고 무언가를 추진하기란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교육을 통해 공동체를 도모하고 그래서 마을도 더 풍요로워지길 기대하는 것은 언제나 마음뿐이었다.

 

‘교육으로 마을이 건강해질 수 있다면……’

“농촌이 좋고, 아이들이 좋고, 교육이 좋아서 18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어요. 하지만 늘 부족함과 아쉬움을 느껴요. 농촌과 농촌의 아이들, 그리고 교육환경은 점점 열악해지고 있어요. 당장 내년부터 상촌중학교가 없어져요. 몇 년 전부터 예상했던 일이지만 학교가 없어진다니 정말 상실감이 큽니다. 학교가 없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마을이 작아진다는 것을 뜻해요. 어떻게 하면 마을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그 아이들이 떠나지 않고 계속 살 수 있을까? 늘 고민하고 생각하지만 쉽지 않아요.”

김희정 씨는 이렇게 지난 18년 동안 외롭게(?) 교육을 해왔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함께 아이들에 대해, 교육에 대해, 마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사람도, 묘안도 딱히 없었다.

그러던 중 행복교육지구사업을 알게 됐다. 

“영동교육지원청 행복교육지구사업 담당자로부터 사업의 취지를 듣는 순간 참 반가웠어요. 그동안 제가 생각했던 것과 비슷하더라고요.”

공식적으로 마을주민들과 교육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고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교육으로 마을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떠나는 영동이 아니라 살고 싶은 영동을 위해

김희정 씨와 마을, 그리고 교육의 만남은 18년 전 교육학을 전공하던 대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희정 씨는 경북 의성이 고향이지만 ‘물꼬’라는 대안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되면서 영동과 연을 맺었다. 현재 갈마루지역아동센터 센터장인 남편 신상범 씨도 그때 ‘물꼬’에서 만났다.

대안교육에 관심이 있었고 마을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며 대안교육의 꿈을 키웠다. 2008년 물꼬를 떠났지만 이후 공부방을 열고 2011년 지금의 지역아동센터를 연 것은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까지 계속이다.

“평소에 교육이 매개가 되어 마을공동체가 활발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이웃과 함께 아이들을 생각하고, 삶을 개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계속 살고 싶은 영동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김희정 씨가 교육사업, 행복교육지구사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교육으로 마을주민이 모이다

그녀에게 행복교육지구사업은 마을공동체를 더욱 활성화시킬 수 있는 계기다.

우선 지난해 처음 시작한 만큼 큰 욕심은 부리지 않을 계획이다. 천연염색, 도예, 꽃차 수업을 하며 마을 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무언가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참이다.

또 아이들을 위해서는 마을신문, 지도를 만들며 마을을 다시 생각해 보고, 이웃의 삶도 알아갈 예정이다. 올 연말에는 송년음악회도 준비하고 있다.

“알고 보니 우리 마을에도 대금, 색소폰을 연주할 줄 아는 분이 계시더라고요. 국악을 전공한 분도 있고요. 외부에서는 종종 연주도 하고 알려진 사람이지만 정작 마을에서는 몰랐던 거예요. 이번 음악회에는 그분들이 연주를 해 주실 예정입니다.”

행복교육지구사업을 통해 김희정 씨는 올해 안에 마을의 교육과 지역문제를 함께 고민할 연구모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이웃과 함께 마을공동체를 이야기할 계획이다. 

김희정 씨는 "영동에서 살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우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예요. 그게 바로 행복교육지구사업의 목표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행복교육으로 좀 더 풍요로운 영동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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