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정·시행하는 상은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상이 아니다. 따라서 비록 훈·포장의 훈격이 아니더라도 정부가 수여하는 상을 수상한다는 것은 개인이든 조직이든 크나큰 영광이분명하다. 아무나 받을 수 있는 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도자기 김동수 회장이 산업자원부가 올해 처음 제정, 1회 수상자를 배출한 ‘이 달의 기업인상’ 수상을 정부의 삼고초려에도 불구하고 한사코 거부, 시상 자체가 무기 연기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산업자원부에서 “김동수 회장께서 2회 이 달의 기업인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니 수상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지만 김 회장은 “다른 훌륭한 기업인이 많은 데 큰 공적도 쌓지 않은 내가 어떻게 받느냐. 받을 수 없다”고 고사하는 진풍경이 몇 달째 이어지면서 산자부에서는 시상식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

산업자원부는 지난 4월 우리나라에 팽배한 반(反)기업 정서 해소를 위해 ‘이 달의 기업인상’을 제정하면서 1회 수상자로 유한양행 창업자인 고(故) 유일한(柳一韓) 박사를 선정, 시상했다. 유 박사는 1936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제약공장인 유한양행을 세웠고, 1971년 76세로 타계할 때까지 투명 경영으로 일관하면서 손녀에게 1만 달러의 학자금만 상속하고 전재산을 공익 법인에 기부할 만큼 부의 사회 환원을 실천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산자부가 제정한 이 상은 심사위원회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 건실한 기업경영과 사회공헌을 통해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모범 기업인에게 매월 수여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산자부가 2회 수상자로 김동수 회장을 선정했지만, 김 회장 본인이 수상을 끝끝내 고사하는 바람에 시상이 이뤄지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과 관계자는 “이 상의 타이틀은 ‘이 달의 기업인’상이지만 매달매달 시상하는 것을 상정한 것은 아니다. 수상자로 적합한 경영인을 폭넓은 여론청취와 자체 조사 및 심사 과정을 통해 선정, 그때그때 시상하려고 했는데 그만 2회 수상자를 내부에서 결정해 놓고도 당사자인 김동수 한국도자기 회장께서 고사하는 바람에 난처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산자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김 회장에게 상을 받아줄 것을 요청했지만, 김 회장은 “1회 수상자이신 고 유일한 박사는 충분히 자격이 되시는 분이지만 나는 그 분의 만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사람”이라며 “이 상은 절대로 받을 수 없다”고 겸양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차입 경영과 무노사분규 기록을 세우고 있는 김동수 회장은 IMF직후 한국도자기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동생들인 김은수 고문과 김성수 부회장과 함께 3형제가 사유 부동산 150억(기준시가)을 내놓기도 했었다. 이런 모범적인 기업 경영의 공로를 인정받아 올 6월 기업은행에 의해 ‘명예의 전당’ 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정작 김 회장은 “과분한 칭찬을 받아 부끄럽다”며 늘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과는 “내부적으로 수상자 선정을 마치고도 시상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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