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우아트랩’ 통해 예술가와 교사 협력이뤄
작은학교 중심으로 다양한 예술교육 진행
일반계 고등학교에선 예술교과 이용 통합교육

충북문화재단이 진행한 ‘헬로우아트랩(Hello Art Lab) 교·강사 연구모임’ 전시 모습.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일선 교육현장에서 기존 예술교육의 문제를 보완할 ‘새로운 시도’들이 진행돼 눈길을 끌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와 예술가들이 힘을 합쳐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이 적은 읍·면단위 작은학교에서는 기능교육은 물론 체험과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또 예술관련 과목 시수가 부족해 늘 아쉬움이 컸던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예술과목과 국어, 사회 등 여타 교과목을 융합, 흥미로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기능위주 수업, 일회성 체험’이라는 기존 예술교육의 문제를 극복, 미약하나마 예술교육의 본질을 회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충북의 예술교육을 보다' 두번째로 공교육에서 새롭게 시도되는 예술교육 현장을 살펴본다.

 

예술가와 교사가 만나다…집중하지 않는 아이 한명도 없어

충북문화재단이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헬로우아트랩(Hello Art Lab) 교·강사 연구모임’은 예술교육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사업은 쉽게 말해 예술가와 교사가 협력해 학교 안에서 얼마나 건강한 예술교육을 구현할 수 있는지, 또 예술이라는 영역이 공교육에서 일반 교과와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 알아본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올해 헬로우아트랩 교·강사 연구모임에 선정된 학교 및 예술가 단체는 △가경중 △덕성초 △새터초 △진천상산초 △충북특수교육원 △공작플러스 △더퍼포머 △작업실짜장 △씨알누리 등이다.

덕성초 학생들의 수업장면

 

헬로우아트랩 교·강사 연구모임 구성원들은 지난 7월부터 모임을 갖고 공동으로 수업계획안을 작성하고 실제 수업시간에 이를 구현했다.

‘작업실 짜장’과 ‘씨알누리’는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6회에 걸쳐 덕성초등학교 4학년 3반 학생들과 함께했다. 제주도라는 큰 주제를 중심에 두고 음악, 미술,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도덕 등 다양한 교과를 교사와 예술가와 함께 진행한 것.

덕성초 박혜명 교사는 “초등학교 4학년 국어교과에 ‘오늘이’라는 제주설화가 나온다. 오늘이와 제주도를 중심에 두고 다양한 예술활동을 하면서 모든 교과가 통합되는 수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즉 박혜명 교사와 작업실 짜장, 씨알누리 예술가들은 제주도 촌락의 모습, 환경, 화산, 지형을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또 제주의 민요와 허벅에 대해서도 지도했다. 오늘이가 선녀가 돼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리고, 도형을 이용해 오늘이를 재구성하면서 수학도 가르쳤다. 결과물로 애니메이션도 만들었다. 제주도 민요를 부르고 제주도 고유의 타악기인 헉벅도 직접 만들어 연주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혜명 교사는 “예술가와 함께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는 다양한 수업을 진행했다. 예술을 도구로 많은 교과목을 하나의 주제로 묶고 진행했다. 아이들이 흥미로워했고 전달력 또한 굉장했다. 집중하지 않는 아이가 단 한명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예술가와 교사가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 가면서 진행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한 예술강사는 “예술강사로 학교에 들어가서 수업을 한지 10년이 넘었다. 사실 그동안의 수업은 매번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이번에 진행했던 수업은 정말 단연 최고였다. 단순 예술교육과는 달랐다. 교과과정의 성취도도 충분히 달성했다고 생각하고 예술가가 추구하는 교육도 온전히 구현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사업과 관련, ‘이 또한 일회성’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두세 달만 반짝 진행하고 그만 두는 수업이 아니라 한 학기 또는 일 년이 보장되어야 한다. 재단에서 진행한 사업은 일단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아직 완성품은 아니다. 하나의 표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문광초 학생들이 아트로 후리덤이 주최한 “마법학교 수호대” 시각예술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사진 문광초 홈페이지 캡쳐>

 

학교는 작지만, 예술교육의 울림은 크다

괴산의 작은학교, 문광초등학교도 예술교육의 ‘모범’으로 불리고 있다.

전교생 47명인 문광초는 2011년 교육부 지원으로 오케스트라를 조직한 이후 현재 7년째 전교생이 참여하는 오케스트라를 운영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괴산지역 목도초, 소수초, 괴산중과 연합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16년부터는 예술교육 거점학교 운영 연구학교 추진으로 예술집중교육과정 편성으로 예술교육을 강화했고 인근 학교와 공동으로 예술체험학습, 공연, 교사연수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역의 요양원이나 노인복지관 등을 방문, 학생들이 기부공연을 하는 등 지역사회와 연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문광초 한 관계자는 “문광초 아이들이 오케스트라 활동을 많이 하고 공연 기부도 활발하게 하고 있지만 정말 의미있는 것은 기능보다는 느끼고 즐기는 활동을 한다는 데 있다”며 “충북지역 뿐 아니라 서울 등 수도권 여러 곳을 직접 다니며 관람하고 체험해 보는 기회를 많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문광초에서는 방학기간을 이용해 한국창의재단에서 진행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예술가를 초청해 공연을 감상한다.

김남순 교사는 “문광초 아이들은 사실 축복받은 아이들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고 누구에게든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문광초 예술교육거점학교 운영 연구학교 계획서에 따르면 학교예술교육이 학생들 인성함양에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한 사람은 학생 65%, 학부모 95%, 교사는 92%에 달했다. 또 70%이상의 학생들이 예술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학교예술교육활동에 90%이상이 참여하길 희망했다.

김남순 교사는 “예술교육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단시간에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지속적으로 꾸준히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교사들의 관심과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이어 “학교의 환경과 학부모들의 참여, 교사와 학생들의 참여도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모두 만족될 때 예술교육은 가능하다. 도시의 큰 학교에서는 사실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산남고등학교 학생들이 미술시간에 자신이 그린 그림의 의도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예술교육의 불모지”, 융합교육을 시도하다

일반계 고등학교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수로 사실 예술교육의 필요성과 효과를 현실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당장 수능과 대입을 치러야 한다는 현실에서 예술교육은 늘 뒤로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예술을 접목한 교과융합형 프로그램을 운영, 눈길을 끌고 있다. 

괴산고등학교는 지난달 31일 오전에 교내 강당에서 1, 2학년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 인근학교 교사들이 함께한 가운데, ‘에피소드 문악(문학음악)’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 프로그램은 국어과와 음악과의 융합 교과 수업이다. 1학년 창작 뮤지컬과 2학년 스마트폰 창작(작사, 작곡) 뮤직비디오 창작 활동의 결과를 함께 나눴다. 또 오후에는 음악선생님이 들려주는 오페라 해설과 아리아로 꾸며지는 예술 교육인 ‘음오아예’도 진행됐다. 

산남고에서도 국어교과와 미술, 사회와 미술 등 교과들간의 접목이 진행되고 있다. 산남고 강석범 교사는 “국어시간에 허생전을 배웠다고 하면 미술시간에는 국어시간에 배운 허생전을 토대로 4컷 만화를 그려보기도 하고 꾸며보는 시간을 갖는다”며 “그 결과물을 종종 전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교사는 "기능위주 교육에 치우치는 예술교육은 이제 지났다. 그림을 잘 그리고 연주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술을 통해 즐기고 행복해지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예술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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