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운천주공아파트 조합장 불신임 교체 법적공방
업체 선정, 과다 계약, 편법 자금집행 의혹 고소

청주시 흥덕구 운천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조합 집행부 교체에 이어 법적소송으로 확산되고 있다. 운천주공아파트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운천주공조합)은 지난 7월 총회 투표를 통해 조합장과 이사진 5명을 전격 교체했다. 사실상 조합원들의 탄핵을 받은 상황이지만 전임 집행부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법원에 투표용지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을 제기했다. 한편 신임 조합장은 일련의 용역계약 과정에 부정의혹이 있다며 전 조합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1800세대에 이르는 대규모 아파트재건축 사업이 수사와 재판을 통해 검증받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운천주공아파트재건축조합이 추진하고 있는 60m~110m²까지 1895세대의 아파트 단지 조감도.

청주 운천주공아파트는 건립된 지 30년이 넘은 노후아파트로 5층 높이에 공유면적이 넓어 건설업계에서는 재건축사업의 최적지로 손꼽았다. 지난 2015년 3월 재건축준비위원회가 구성돼 주민동의를 받았고 S사를 업무 대행업체로 계약했다. S사는 조합설립과 시공사 선정 등의 업무를 대행하는 역할을 하기로 했다. 이듬해인 2016년 6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뒤 7월에 시공사 입찰공고를 냈다. 당시 대우, GS, SK, 포스코, 한라 등 대기업 건설사 5개사가 현장설명회에 참석하는 등 관심이 뜨거웠다.

하지만 정작 입찰 제안서를 제출한 곳은 한곳도 없어 유찰됐다. 시공사 선정은 지지부진 지연되다가 문화재현상변경의 윤곽이 드러난 2017년 8월 두산건설로 결정됐다. 전 조합집행부가 총회에 단독 추천해 조합원들의 동의를 받은 것.

이에 대해 현 조합 집행부측은 “수의계약 요건을 갖추기 위해 3회 유찰을 유도한 것은 아닌 지 의심스럽다. 애초 문화재 현상변경 심의가 끝나야 건물층수 등 사업윤곽을 잡을 수 있는데 문화재 지표조사 의뢰도 하기 전에 3개월간 3차례 입찰을 강행한 것이다. 건축 규모를 알아야 수익성을 예상할 수 있는데 ‘깜깜이’ 입찰을 하려니 아무도 나서지 못한 것이다. 결국 문화재현상변경 심의과정에서 12층이상 28층까지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오니까, 뒤늦게 두산건설이 등장한 것이다. 이전에 현장설명회에 한번도 나오지 않은 업체가 느닷없이 등장한 것이 미스테리 아닌가?”라고 말했다.

시공사 선정을 맡았던 전 조합장 A씨는 “3차례 유찰되면서 건설사 얘길 들어보니 수익성이 안나온다는 얘기와 함께 우리와 일했던 대행업체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그래서 대행업체를 바꾸고 수의계약 공고를 하니 여러 곳에서 관심을 보였고 두산건설이 부회장까지 청주로 내려오는 등 적극성을 보여 총회에 추천하게 된 것이다. 부동산 시장 상황을 감안해 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이 조합원들의 이득이란 판단으로 매월 입찰공고를 낸 것이고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계약단가 비싼 것도 문제

이때 도내 업체로는 두진건설과 원건설이 시공사 참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면서 큰 산을 넘긴 조합집행부는 올 1월 대의원 총회에서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조합장과 이사·감사 연임 및 100억원대의 수의계약 추진을 안건으로 상정했다가 역풍을 맞은 것. 13명의 대의원이 사퇴를 선언하며 반대의 뜻을 밝혔고 결국 성원미달로 집행부 연임과 100억원대 수의계약은 물거품이 됐다. 또한 사퇴한 대의원들을 중심으로 조합집행부에 대한 불신이 확산됐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현 조합집행부는 “당시 100원대 수의계약을 추진하려던 때가 도시정비법 개정안 발효를 앞둔 시점이다. 일정 규모이상은 의무적으로 전자입찰해야 하는 시점이 2월인데 거기에 맞춰 수의계약을 서두른 의혹이 짙다. 결국 임기 연장, 수의계약 등 눈에 보이는 꼼수를 쓰다보니 대의원 13명이 사퇴로 막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 조합집행부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일반 조합원들의 기자회견 모습.

마침내 지난 7월 28일 조합총회에서 비대위가 지지하는 B씨와 전 조합장 A씨가 출마해 맞대결을 벌였다. 하지만 개표 결과는 375표 대 230표로 비대위측 B씨가 압도적 표차로 새 조합장에 당선됐다. 특히 전 조합장측의 이사 2명, 감사 1명도 모두 낙선되는 파란이 일어났다.

하지만 개표 당일 선거결과에 승복했던 전 조합집행부는 조합장 직인 전달 등 인계인수 작업에 협조하지 않았다. 결국 신임 B조합장은 당선후 40여일이 지난 뒤에야 조합장 등기를 마칠 수 있었다. 특히 전 조합장 A씨는 선거가 끝난 3일뒤인 8월 1일 새로운 업무대행업체에 용역대금 3억원을 지급토록 결재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같은 규모로 재건축사업을 진행중인 봉명1주공보다 계약단가가 턱없이 비싼 것으로 파악됐다. #사례1-아파트 이주 및 철거시 범죄예방(CCTV 설치, 순찰 등) 6억1천만원 용역계약(현 조합집행부 주장:2년뒤인 2019년 예정된 사업을 앞당겨 계약, 가로등 설치와 경찰 순찰강화 의뢰하면 저비용으로 가능) #사례2-친환경 평가·인증 용역업체와 9억8700만원 계약(현 조합집행부:같은 규모의 봉명1주공은 50% 수준인 4억5900만원 책정) #사례3-석면조사·측정 용역업체 3억7650만원 계약(현 조합집행부:봉명1주공의 경우 20%인 6600만원 계약) 특히, 전 조합집행부는 업무대행업체(10억6천만원) 및 설계회사(21억2천만원)와 계약해지 하면서 용역비 청구소송을 당했다. 소송 결과에 따라 최대 30억원대의 조합원 부담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 조합장 A씨는 “업무 인계인수를 정식으로 요구받은 적이 없고 인계인수가 안끝난 상태에서는 조합장 직무를 볼 수 있다. 두산건설이 대여금 중에서 업무대행사에 3억원을 지급할 것을 요청해 그대로 집행한 것 뿐이다. 모든 계약은 도시정비법에 따라 총회 의결을 거쳐 추진한 것이지 독단으로 체결한 것은 없다. 조합집행부가 오해받기 싫어서 조합원 갹출금(은행이자 이상 보장조건) 10억원을 모아서 사업을 시작했고 철거공사도 아예 시공사에 일임했다. 현 조합집행부측에서 언론을 통해 허위사실을 퍼뜨리고 있다. 심지어 있지도 않은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고 비방한 사람도 있어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고 말했다.

필기도구 2개로 쓴 투표용지, 누구 손인가?
전·현 조합집행부 상대측 부정의혹 제기해 수사 불가피

지난 5일 취재진을 만난 전 조합장 A씨는 7월 진행된 조합장 선거에서 투표용지 조작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당시 선거관리위원회가 봉인을 하지 않은 채 개표를 마친 투표용지를 조합사무실에 옮겨 놨다는 것. 이 가운데 볼펜으로 이름을 쓰고 싸인펜으로 기표하거나 화이트칼라로 지우고 다시 기표한 투표용지를 다수 발견했다는 것. 심지어 투표용지 이름 가운데는 조합원이 아닌 사람도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때 투표장 CCTV 동영상을 확인해보니 투표용지를 들고 있는 조합원에게 무슨 얘기를 해서 수정하는 모습도 포착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A씨측 투개표 참관인들이 현장에 있지 않았느냐?”고 묻자 “비대위와 선관위가 서로 공조하는 선거 분위기였다. 우리측 참관인은 그런 분위기에서 역할을 하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 조합장 A씨는 조작 흔적이 있는 투표용지 몇장을 근거로 경찰에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대해 현 조합집행부측은 “투개표 현장에서 양측이 3명씩 추천한 참관인 6명이 참석했고 외부 진행요원들도 전 조합집행부가 임시채용한 사람들이다. 투표용지에 눈에 띄는 조작 흔적이 있다면 현장에서 얘기가 나왔어야 한다. 토요일 투표를 하고 월요일 아침에 선관위원장이 뒤늦게 봉인을 했다. 그 사이에 조합사무실에서 누군가 투표용지에 손을 댔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조합사무실 출입문 개폐는 그 사람들만이 할 수 있다. 우리는 개표 이후에 누구도 투표용지를 본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의 사문서위조 고소사건을 조사하면서 조작의혹 투표용지 입수경위에 대해 질문했으나 A씨는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했고 현 조합집행부가 서신으로 보낸 해명 요청서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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