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씨앗학교 3년차, 비로소 ‘진짜 교사’로 다시 태어나
음성 대소중학교 김정미 행복씨앗학교운영부장 인터뷰

<음성 대소중학교 김정미 행복씨앗학교운영부장 인터뷰>

행복씨앗학교 도입 4년.

실제 학교현장에서 매일 아이들과 씨름하는 교사들은 행복씨앗학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졌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행복씨앗학교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만큼 교사들도 과연 그렇게 생각할까? 혹시 ‘할일 많은 학교, 가고 싶지 않은 학교’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행복씨앗학교는 기본적으로 교사의 혁신, 수업의 혁신을 전제로 한다. 그만큼 교사들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교육철학이 좋다고는 해도 당장 수업을 바꿔야 하고, 공부를 해야 한다.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위해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한다.

행복씨앗학교로 인해 달라진 변화, 학생과 학부모에 이어 교사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

음성 대소중학교 김정미 교사는 2003년 강원대 사범대를 졸업하고 교사생활을 시작했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수업을 했고 잘 가르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밤늦게까지 사회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직접 정리해서 아이들에게 나눠줬고 아이들이 잘 인지했는지 하나하나 확인했다.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에 때로는 다그치기도 했고, 때로는 닦달도 했다. 산만한 아이, 집중하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속상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아이들이 있기에 수업에 최선을 다했다.

가끔씩 졸업생 중 몇몇은 찾아오기도 했다. 선생님이 가르쳐준 대로 공부한 덕에 시험을 잘 봐서 좋은 고등학교,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할 땐 정말 교사로써 보람도 느꼈다.

“교과 내용을 빠짐없이 모두 가르치고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렇게 13년을 중학교 사회선생님으로 살았다. 어찌 보면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사회선생님이었는지도 모른다.

대소중학교 김정미 교사

 

학생과 교사, 학교를 다시 생각하다

누구보다 아이들을 잘 지도하려고 애썼던 교사, 밤을 새워 교과내용을 정리하고 어떻게 하면 잘 이해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던 그녀가 이제는 자신 때문에 상처받았을 아이들한테 너무 미안하고,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눈시울을 붉힌다. 그리고 행복씨앗학교 덕에 ‘진짜 교사’로 다시 태어났다고 말한다.

지난 2016년부터 3년 동안 김정미 교사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16년 2월에 이틀간의 워크숍이 있었어요. 부임하기도 전에 열리는 워크숍이라 의아했지만 참석하라고 하니 참석했죠. 그런데 그야말로 문화충격이었어요.”

평교사가 교장, 교감과 격의 없이 이야기하고 때로는 농담도 주고받는다. 평교사가 자신의 의견을 교장, 교감 앞에서 거리낌 없이 이야기한다. 그리고 정말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토론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문화충격’은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정미 교사는 우선 교사들이 자신의 수업공개를 자연스럽게 여기는 것에 놀랐다. 사실 전에는 공개수업을 한다는 안내가 붙어도 서로 안 들어가 주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대소중학교에선 달랐다. 같은 교과, 동료교사끼리 하는 수업공개가 자연스럽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수업자체도 적잖은 충격이었다.

A부터 Z까지 교과의 모든 내용을 교사가 다 가르쳐 주느라 성대가 나가는 것이 일상이었다면 대소중학교에선 교사가 모든 것을 주도하지 않았다. 대신 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상의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이끈다. 학생 스스로 배움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많은 부분을 아이들이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소중하지 않은 아이가 어디 있으랴~”

달라진 수업과 연수, 문화를 경험하며 김정미 교사는 그제서야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몰려왔다고 말한다.

‘쟤는 나중에 커서 뭐가 될라고 저럴까?’, ‘저렇게 커서 밥벌이나 제대로 할까?’ 걱정만 할뿐 사실 그동안 많은 아이들을 이런저런 이유로 그냥 지나쳤다. 도전하고 성장하도록 기다려 주기는커녕 ‘왜 그것밖에 못하냐’며 나름의 기준을 내세워 쳐내기도 했다.

난 왜 그동안 선배들이 하라는 것만, 시키는 것만 했을까? 학교문화는 왜 이토록 권위적일까? 나는 왜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듬지 못했을까? 이 모든 질문이 한꺼번에 다가왔다.

“그동안 상처받았을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저는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지금도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아파요.”

그녀는 또다시 눈시울을 붉히며 이제라도 ‘진짜 교사’로 다시 태어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전한다. 그리고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라 교사로써 배움에서 멀어졌던 자신에게 있었다고 강조한다.

아직도 누군가는 행복씨앗학교를 ‘공부는 안 시키고 체험학습이나 많이 하는 학교’로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김정미 교사는 주저하지 않고 “행복씨앗학교는 교사의 질을 업그레이드시키고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학교”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모든 학교가 행복씨앗학교의 철학을 공유하고 실천하면 좋겠다고 강조한다.

행복씨앗학교 4년.

학생, 학부모, 교사에게 큰 변화였고 시행착오 또한 많았다. 하지만 미래교육의 큰 흐름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앞으로 또 4년 후, ‘행복씨앗학교 8년’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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