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현도면 골프장 사업계획서 부동의 처리
S타워 K회장 입질하다 포기,마사회 지역분란만 초래

2016년 주민 돈봉투 살포 장면이 언론에 포착되면서 무산됐던 청주 화상경마장이 2년만에 다시 입줄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10월말에 마감하는 마권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공모에 현도면 모 골프장을 대상으로 사업신청을 하려다 청주시의 부동의로 무산됐다. 또한 2005년경 유치 후보지로 거론되다 무산된 흥덕구 강내면 학천리 부지가 다시 거론됐다. 해당 토지 소유주인 청주 S타워 K회장이 관심을 갖고 주변 지인들에게 유치 희망을 피력했지만 우군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에서 5번째로 시도되는 화상 경마장 유치 작업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2016년 청주 명암타워 화장경마장 유치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기자회견 모습. / 뉴시스

충북은 전북, 강원과 함께 마사회의 화상경마장이 없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한국마사회가 화상경마장 모집공고를 낼 때마다 충북을 대상지역으로 꼽았다. 올해도 지난 6월 ‘장외발매소 대상물건 모집공고’를 내면서 충북과 경기·대전·강원·충남·전북권역을 포함시켰다. 도내에서는 2년전 청주 명암타워와 충주 수안보 유치작업이 무산된 바 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여론이 완강하다보니 선출직 단체장들이 유치신청에 동의를 해주지 않은 것.

청주의 경우 과거 4번에 걸친 화상경마장 유치 시도가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그럼에도 올해 모집공고를 보고 5번째 시도를 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지난 9월말 A씨가 서원구 현도면 한 골프장 내에 화상경마장을 개설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청주시 축산과에 제출했다. 하지만 시는 10월 중순 사행성을 우려한 지역의 반대여론을 들어 사업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한국마사회의 규정에 따르면 화상경마장 개설 신청 때 해당지역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의결한 사업동의서 등을 첨부해야 한다. 따라서 A씨의 사업계획은 자치단체 부동의로 무산된 셈이다.

K회장 학천리 땅, 과거에도 후보지

한편 강내면 학천리 자연녹지 땅을 가진 청주산단 S타워 K회장은 주변에 타진만 한채 마감을 하루 앞둔 30일 현재까지 사업계획서를 내지 않았다. 최근 K회장을 만나 화상경마장 건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는 A씨는 “얼마전에 K회장이 상의할 것이 있다며 만나자고 했다. 처음엔 기존 민간 사회복지재단의 장학사업이 부족하다며 장학재단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규모도 50억원 정도로 얘기하길래 그만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느냐고 했더니 화상경마장 얘기를 꺼냈다. 마사회에서 유치 신청을 받고 있는 중인데 학천리 땅에 유치되면 50억원 규모의 장학재단 설립이 가능하다는 거였다. 결국 화상경마장 유치를 얘기하길래 완곡하게 만류했다”고 말했다.

K회장의 학천리 땅은 지난 2005년에도 화상경마장 유치 후보지로 언론에 보도됐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거셌고 당시 한대수 시장의 반대 입장이 확고하자 뜻을 접었다. 같은 시기 가경동 드림플러스에 화상경마장 유치를 시도했던 B씨는 “초기에 드림플러스 미분양 사무실이 많다보니 화상경마장 유치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때 5층을 내주면 마사회가 임대보증금으로 100억원을 지급한다고 했기 때문에 사업주는 탐이 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반발도 컸고 한대수 시장의 반대 입장이 뚜렷해 중간에 포기했다. 그 무렵 학천리 부지도 사업 대상지로 거론됐었다”고 말했다.
 

2016년 청주 명암타워 화상경마장 성 기자회견에 참석한 주민들이 돈봉투를 받는 모습

화상경마장 32곳 총량 유지 논란

청주명암타워 화상경마장 유치작업 경험이 있는 K회장의 측근인물 B씨는 “학천리 부지는 주택과 떨어져 있고 인접한 고속도로 IC 등 입지여건이 최적이다. 학천쓰레기 매립장의 매립이 끝나면 공원화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장차 공원형 마권 장외발매소를 조성하기에 적합하다. K회장이 지역을 위한 기여사업으로 수익금 전부를 기부하겠다는 뜻에서 추진하고자 했다. 하지만 강내면 지역 주민들의 반응이 소극적이었고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부정적 견해가 많아 사실상 중단했다”고 말했다. K회장은 “주민들이 원한다는 전제하에 신청해 보려고 한 것이다. 지역 세수와 일자리 창출 등을 감안해 수익금을 사회환원하는 조건으로 구상했었다. 하지만 주민들이 적극 찬성하지도 않고 직접 만난 지역 인사들도 우려하는 의견이 많아 없었던 일로 접었다”고 말했다. K회장을 만난 인사들 가운데는 “현직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따님 입장에서도 괜한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며 반대했다고.

올해도 청주시는 한국마사회의 화상경마장 모집 대상지역이 됐지만 사업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곳으로 남게 됐다. 하지만 5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모집공고가 날때마다 A씨와 K회장처럼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현재 전국의 화상경마장은 31곳이다. 당초 32곳이었으나 서울 용산 화상경마장이 정부의 권고에 따라 작년 12월 폐쇄됐다. 하지만 한국마사회는 당초 32곳의 장외발매소 총량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올해 신규 화상경마장 3곳을 모집공고한 것이다.

마사회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해마다 약 8조원(2017년 7조8152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한 마사회 매출 가운데 70%가량을 전국의 화상경마장에서 충당하고 있다. 문화관광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도박중독을 초래할 가능성이 경마장은 39.4%지만, 화상경마장은 72.9%에 이른다. 옥외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경마는 레저가 될 수도 있지만 실내 화상경마는 도박으로 빠질 위험성이 더 높다는 반증이다. 특히 이용객의 52%가 월평균 소득 300만원 이하로 사회 저소득층의 경제적 빈곤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한국 사회의 서민층이 화상경마장에서 중독에 노출돼 경제적 빈곤을 가중시키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충북참여연대 오창근 사회문화국장은 “한국마사회가 수년째 화상경마장 모집공고를 냈지만 헛탕을 치고 있다. 대전, 천안 등 인근의 화상경마장도 중독피해 때문에 주민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사행성 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진 만큼 마사회는 더 이상 화상경마장을 늘려서는 안된다. 모집 대상지역에 포함되면 괜한 기대감 때문에 못먹는 감 찔러나 보는 식으로 지역에 분란이 일어난다. 용산 화상경마장 폐쇄처럼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화상경마장 확대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명암타워 2차례 시도, 돈봉투 사건 불거져
수탁자 J씨, 장애인단체 내세워 찬성 기자회견 주도

지난 2016년 청주 명암타워 수탁자인 J씨가 주도했던 화상경마장 유치 작업은 파장이 컸다. J씨측은 ‘명암타워 장외발매소 유치 주민모임’을 만들고 일부 장애인단체를 동원해 유치 찬성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지방재정 기여 세수증대를 위해 장외발매소 유치에 청주시는 앞장설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일부 주민들이 돈을 받고 동원된 사실이 <충북인뉴스>에 포착됐다.

기자회견 하루 전 취재진에게 “통장에게 연락이 왔다. 내일 오전에 일을 도와주면 7만원을 준다고 했다”는 내용의 제보가 접수됐다. 제보자의 말처럼 다음날 오전 금천동 모처에 집결한 10여명의 시민들은 승합차와 택시에 나눠 타고 청주시청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회견을 마친뒤 집으로 돌아가다가 부녀회장이 가방에서 봉투를 꺼내 나눠주는 장면이 충북인뉴스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그 중 일부는 그 자리에서 봉투를 꺼내 액수를 확인하기도 했다.

돈봉투 사건이 불거지자 이튿날 청주시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고 명암타워 수탁자 J씨의 2번째 도전도 무산됐다. 청주에서는 2005년 가경동 드림플러스를 시작으로 K회장의 학천리 부지와 복대동 현대 코아 건물 등에서 화상경마장이 추진됐다. 이후 잠잠하다가 2014년 장기미분양 상태였던 명암타워의 J대표가 나섰다가 실패했고 2016년 재도전했다가 돈봉투 사건으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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