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군보건소, 자격기준 높여 공개채용, 현직노동자 사실상 해고 ‘논란’
음성군보건소 “전문성 갖춘 간호사 채용 위한 부득이한 조치"
“현직노동자 해고시키기 위해 공개경쟁 악용" 비난 일어

(사진제공=음성타임즈)

음성군의 정규직전환 과정이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비정규직 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 음성민중연대, 음성노동인권센터, 민주노총 충주음성지부, 정의당 음성군지역위원회 등 4개 단체는 23일 음성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음성군의 정규직전환과 관련 “현직노동자를 원천배제하는 신규 채용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음성군은 지난 7월 25일 심의위원회를 단 한차례 열고, 정규직 전환대상과 인원, 전환방법 등을 모두 결정했다“면서 ”허술하기 짝이 없는 심의위원회 회의자료 공개를 요청했으나, 현재까지 그 어떤 대답도 없다“고 질타했다.

또한 “‘현직노동자 전환채용’이라는 원칙을 뒤집고 ‘경쟁채용’을 사실상 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면) 음성군은 원론적인 답변을 하거나, 각 부서장에게 답을 미루는 등 껍데기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어,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날 최근 상담창구를 통해 제보된 전환대상자들의 실상을 공개하며 “그동안 가려져 있던 음성군 행정의 실체 일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정부의 정규직전환가이드라인에는 ‘구체적인 채용방식과 절차는 기관별 노사협의를 통해 선택하도록 되어 있으나, 음성군 자치행정과와 일부 부서장들은 대상자와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채용방식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또 공개경쟁에서 현직노동자에게 가점을 부여하도록 했으나, 전체 점수의 3~7%에 불과하고, 오히려 다른 자격요건에 배점을 더 많이 두어 현직노동자 가점이 의미가 없도록 설계됐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전환 결과, 경쟁채용에 참여한 현직노동자 21명 중 10명 탈락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사진제공=음성타임즈)

간호사 면허 소지자 30점 배점 부여…현직 비정규직 자동 탈락 구도

이들은 이 근거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음성군보건소 사례를 지적했다.

먼저 이들은 “음성군보건소 건강증진과는 최근 공개경쟁 방식을 선택하면서 대상자에게는 아예 서류전형에도 응시하지 말라며 이력서 수리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성명에 따르면 대상자인 정윤미씨는 부서장이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력서를 제출했으나, 자신이 소지한 간호조무사 자격증에는 아무런 배점이 없고, 50점 만점인 서류전형 배점에 간호사 면허 소지자에게 30점이 새롭게 부여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15일부터 음성군보건소 건강증진과 심뇌혈관질환 예방관리 업무를 수행했던 정 씨에게는 사실상 자격미달로 서류전형에서 탈락할 수 밖에 없는 구도이다.

앞서 음성군보건소는 지난 20일 간호사 면허를 소지한 직원을 채용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음성군보건소가 현직노동자를 해고시키기 위해 공개경쟁을 이용해 더 높은 수준의 자격기준을 부여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사진제공=음성타임즈)

“정규직전환을 신규채용의 기회로 악용”

이와 관련 음성군보건소 관계자는 지난 20일 본사와의 통화에서 최근 진행된 채용과정에 대해 “서류전형상의 간호사 배점 30점은 심뇌혈관질환관리라는 중요성을 감안해 배정한 것”이라며 “전문성을 갖춘 간호사를 채용하기 위해 자격요건 적합도를 배점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선지현 비정규직 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정부의 정규직전환 정책은 고용승계를 원칙을 하고 있고, 예외의 경우 협상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며 “음성군보건소는 기존 자격보다 훨씬 높은 기준을 만들어 멀쩡하게 일하던 노동자를 해고 시켰다”고 비난했다.

선지현 공동대표는 “정부의 정규직전환 정책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만들어진 정책이지, 신규채용을 하라는 정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가이드라인에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안정이 지나치게 저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며 “음성군 스스로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고 있다”고 거듭 지적했다.

이어 “음성군은 이번 정규직전환을 신규채용의 기회로 악용해 현직노동자를 해고시킨 음성군보건소 사례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즉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촉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해당 당사자인 정윤미씨가 나와 자신의 입장을 토로했다. 정윤미씨의 목소리를 <음성의 소리>에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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