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삭기로 이상신호 보냈던 故 김종길 씨, 아무도 몰랐다?경찰 "현장 볼 수 있는 CCTV 없어, 현장소장 진술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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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굴삭기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떨어져 숨진 故 김종길 씨와 관련해 새로운 사실이 경찰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사고 당시 굴삭기 부품인 '암 과 붐' 부분이 올라가 있었는데 이것이 일종의 구조신호라는 것.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관계자는 "동료 진술 등에 따르면 당시 올라가 있던 암이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선 '자기를 봐 달라', '급하다', '도와 달라' 라는 뜻으로 해석 된다"며 "추정이지만 당시 뭔가 급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 해주는 정황들도 다수 나타났다.
 

①맨발에 바지 허리띠도 풀린 고인의 옷차림

경찰에 따르면 당시 고인의 옷차림은 양말을 신었지만 운동화나 실내화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 바지 허리띠는 풀려 있었다. 부인 우종옥 씨는 "남편은 평소에도 안전을 입에 달고 살았다. 25년간 사고를 낸 적도 없고 특히나 굴삭기에서 내릴 때에는 꼭 안전화를 착용 한다"며 "당시 맨발에 바지를 푸르고 쓰러진 채 발견됐는데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몸에 급작스런 이상신호가 있었던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경찰도 고인에게 신체적 이상이 있었을 수 있다는 주장을 부인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날씨와 굴삭기 상태 등을 볼 때 몸에 이상신호가 있을 수 있다는 추정은 충분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현장을 비추는 CCTV나 다른 증거는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 수사는 물론 당시 상황을 추측할 수 있는 방법은 고인을 최초 발견한 하청업체 현장소장의 진술이다.

②굴삭기에서 어떻게 떨어졌나?

현장소장 진술과 현장 감식을 토대로 작성된 현장감식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상황은 다음과 같다.

1. 현장은 공군 청주기지 활주로 재포장공사 작업을 하던 곳.
2. 변사자는 발견 당시 작업을 하던 운전석이 아닌 좌측 외부 바닥에 우측으로 누운 자세로 발견됐으며 머리는 굴삭기 방향, 다리는 공사로 가장자리 방향이었다는 현장 소장 진술.

3. 변사자 위치에서 운전석 바닥에 위치한 신발바구니에 부서진 조각이 발견.

4. 굴삭기의 시동은 켜져 있는 상태였으며 버킷은 달려 있지 않고 암과 붐은 상당 부분 펴진 채로 위를 향해 있음.
5. 굴삭기 운전석 문이 활짝 열려 있고 운전석에서 지면까지의 높이는 약 140cm.
6. 변사자는 회색 티셔츠와 검은색 긴 바지를 착용.

경찰과 현장감식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고인은 운전석이 위치한 곳에서 바닥까지 1m40cm 가량 높이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한 내용과 현장 감식에서 나온 물품들을 토대로 추정하면 고인은 운전석에서 밖으로 나오던 중 플라스틱 통을 건드린 뒤 실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조각에 대해 고인이 굴삭기에서 내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③말끔한 사고 현장, 손 댄 사람 있나?

유족들은 이 지점에서 의문을 제기했다. 고인이 굴삭기에서 떨어지는 과정에서 플라스틱 통을 건드려 부러진 것인데 현장을 보면 외력을 가한 것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플라스틱 통을 비롯해 현장이 깔끔했다는 것.

유족대표 우종호 씨는 "현장 감식 사진을 보면 굴삭기 내부가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작업화는 물론 굴삭기 안에서 쓰는 실내화까지 줄을 맞춰 정리돼있다"며 "특히 매제가 밟은 것으로 추정되는 플라스틱 통도 외력을 가했다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정돈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경찰이 현장 감식을 한 굴삭기 내부 모습.

이어 "누군가가 고의로 현장을 훼손했다고 생각한다. 타살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떠 이유로 누가 왜 현장을 정리했는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무언가 감추려는 것이 있는 것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인이 숨졌을 당시 최초 목격자인 하청업체 현장소장은 "당시 현장을 손댈 상황도 아니고 그럴 이유도 없다"며 반박했다.

현장 감식을 했던 경찰 관계자는 "현장 감식을 나가서 있는 그대로를 사진에 담았다"며 "현장이 깔끔한 것은 여러 변수와 상황들이 있기 때문에 쉽게 그 이유를 추정할 수 는 없다"고 말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 "공군 책임 따질 것"

고인의 죽음과 관련해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방위원회 소속 정의당 김종대 국회의원(비례대표)이 유족과 간담회를 가지고 사태 해결에 나섰다.

김 의원은 17일 유족과의 만남에서 "아무리 하청업체와 계약한 개인사업자라 해도 공공기관인 군에 1차 책임이 있다. 당시 사고 현장에 발주처인 군과 원청인 한진중공업은 물론 하청업체까지 안전관리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현장에 공사 참여를 위해 일부 금액을 상납한 사실도 충격이다. 19일 열릴 공군 국감에서 해당 문제를 질의 하겠다"라며 사태해결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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