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예술꽃 씨앗학교 지원사업 10주년 기념 컨퍼런스'서 발표

<소이초등학교 정창환 교사>

소이초등학교 정창환 교사

“예술과 교육은 지향점이 같다고 생각합니다. 내 안의 있는 욕구를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예술과 교육의 공통적인 목표입니다.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옆 사람과 공감하게 하는 것. 그래서 더 없이 행복해지고, 자꾸 뭔가를 하고 싶어지는 것. 이것이 바로 예술 활동이고 우리가 해야 하는 교육 아닐까요?”

체험위주, 기능·장르중심의 예술교육보다 미적경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교사가 있다.

체르니 30, 스즈키 5권을 달달 외우며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연주법을 연습하는 것보다 자신의 감정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고 주위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이 진정한 예술교육이라는 얘기다.

바로 소이초등학교 정창환 교사다.

“초등학교 저학년인데도 바이올린 하면 벌써 머리를 절래절래 흔드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바이올린 연주가 주는 아름다움이나 재미보다 그 아이는 이미 연주방법을 익히는 데 질려버린 거죠. 그 아이는 바이올린은 지겹고 어려운 것, 특별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 그리고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평생을 살아갈 수도 있어요. 정말 불행한 일이죠.”

정 교사는 이것이야말로 잘못된 예술교육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예술, 학교로 들어가다

그래서 정창환 교사는 교과과정 안에서 다양한 예술활동을 시도한다.

이를테면 사회교과에 고조선과 단군신화가 나온다면 아이들과 즉흥적으로 상황극을 한다. 대본은 특별히 없다. 교사는 상황을 제시하고 아이들은 자유롭게 단군, 곰, 호랑이, 바람신, 땅신, 구름신을 맡아 극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는지 시대적인 상황을 유추하며 토론한다.

고조선시대는 기원전 4세기, 청동기시대로 비파형 동검과 고인돌이 발달했다는 교과서 지식을 달달 외우는 것보다 서로 토의하고 연기를 하면서 아이들은 역사적인 지식은 물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줄 알게 된다.

수학시간엔 창과 방패라는 연극놀이로 대칭과 비대칭의 원리를 깨닫기도 한다.

얼핏 들으면 공부인지, 놀이인지, 또 연극인지 구분이 안 갈지도 모른다.

“사실 예술교육의 영역은 모호하고 정답도 딱히 없어요. 그만큼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죠. 하지만 생각만큼 어렵거나 불가능하지 않아요. 아주 사소하지만 다양한 예술활동을 교과와 접목시킬 수 있어요. 개사한 노래를 부를 수도 있고 피아노를 잘 못 쳐도 뚱땅거리며 나만의 음악을 할 수도 있죠.”

그는 교육과 예술활동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교육의 패러다임의 많이 바뀐 만큼 교사들이 좀 더 다양하게 예술교육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능위주의 예술교육은 이제 그만

사실 그동안 학교에서 예술교육은 음악이나 미술에 치우친 기능교육 위주였다. 연주 잘하는 방법을 배웠고 연습했다. 또 잘 그리는 방법을 배우고 연습했다.

다행히 소질이 있어 잘 그리고 연주를 잘하면 재밌고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아이들은 예술이 지겹고 재미없다는 느낌마저 갖게 됐다.

급기야 예술은 일부 소질이 있는 사람들만의 영역이 되고 많은 사람들은 그저 예술의 소비자로만 존재하게 된다.

정 교사는 결과중심에서 벗어나 정말 즐겁고 행복한 기억 하나라도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런 경험을 한 아이들은 나중에 실패하거나 좌절했을 때 다시 딛고 일어설 것이라고 믿는다. 바로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전 지독히도 내성적이었어요. 수줍음이 너무 많아서 남 앞에서 말하는 것도 힘들어했죠. 사춘기가 되면서 점점 더 내성적으로 변했고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됐어요."

더 이상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정 교사는 연극을 찾게 됐다고.

"결과는 상상이상이었죠. 자신감도 많이 생기고 연극으로 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만났어요."

정 교사는 "이것이 바로 예술의 힘, 교육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아이들이 예술을 통해 미적인 경험, 아름다움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창환 교사는 이같은 내용을 오는 26일 서울 상암동 YTN뉴스퀘어에서 열리는 ‘예술꽃 씨앗학교 지원사업 10주년 기념 컨퍼런스에서 ‘예술을 향하는 교육’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할 예정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관으로 열리는 이번 컨퍼런스는 ‘경험과 성찰 새로운 모색’을 주제로 한다.

예술꽃 씨앗학교 초청공연을 시작으로 진행되는 컨퍼런스에는 정창환 교사 이외에도 상북초등학교 최윤철 교사의 ‘다시, 예술꽃 씨앗학교’, 더매거스 기타리스트 강영훈 씨의 ‘나의 예술꽃 씨앗학교 성장기’, 세월초등학교 김지연 학교문화기획자의 ‘학교에서 예술로 기획하기’ 등이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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