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광혜원 마을 무단점유 변상금 부과 잇따라

지자체의 허술한 국공유재산 관리를 틈타 개인이 도로, 임야를 장기간 무단점유한 뒤 아예 소유권까지 불하받고 있다. 자신의 농지와 인접한 국유재산 부지를 은근슬쩍 편입해 사용하다 매수신청 자격기준인 5년이상 경작을 하면 가능하다. 이후 자진신고해 소액의 무단점유 변상금을 낸뒤 지자체에 매수신청해 감정평가 금액으로 매입하는 것. 평가액 2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연고권을 인정해 공매가 아닌 수의계약으로 살 수 있다. 진천 광혜원면에 국공유재산 부지를 집단적으로 무단점유, 매입한 마을 사례가 있어 집중취재했다.

평택-제천간 고속도로변에 위치한 진천 광혜원면 ㅇㅇ리. 농사만 짓던 고즈넉한 시골 마을 곁에 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은 추억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유재산인 도로부지 무단점유에 얽힌 땅 분쟁으로 넉넉했던 민심마저 예전같지 않다. ㅇㅇ리에 사는 A씨는 2015년 자신이 소유한 밭(810번지) 일부가 농로포장공사 구간에 편입된다는 통보를 받고 깜짝 놀랐다. 포장공사하려는 농로 이전에 국유지인 991번지 도로부지(2735㎡)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 입장에서는 지적도에도 나와있는 도로부지를 제껴놓고 사유지에 도로를 내겠다는 진천군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었다.
 

A씨의 사유지를 침범해 사용승낙을 거부한 농로포장공사 구간.

A씨에 따르면 “군에 991도로부지 얘기를 하고 사용승낙서를 써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991도로부지는 이미 인접한 밭(812-1번지) 소유주 B씨가 점유해 철망축대까지 쌓아 다시 도로로 만들기 힘들고 예산도 많이 든다’며 통사정을 했다. 결국 국가 도로부지 땅을 무단점유한 사람은 그냥 인정해 주고 대신 사유지를 도로로 빼앗기게 된 피해자에게는 참으라는 얘기였다. 불법을 추인하겠다는 얘긴데, 그것도 피해자가 없을 때 가능한 것 아닌가? 우리 땅쪽으로 길을 돌려 낸 행위를 그냥 눈감아줄 순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A씨가 사용승낙을 거부하자 진천군은 5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A씨 땅 구간(10여m)만 제외한 채 300m의 콘크리트 농로포장공사를 마쳤다. 또한 A씨가 지속적으로 991도로부지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하자 무단점유 실태 점검에 나섰다. 지난해 8월 현장 실측을 하고 B씨에 대해 점유면적 124㎡에 대해 5년간 무단점유 사용로로 변상금 6만4730원을 부과했다. B씨 땅 윗부분을 점유했던 주민은 점유면적 252㎡에 대해 24만8790원이 부과됐다. 변상금 부과와 함께 무단점유한 토지를 원상복구하도록 통보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군에 행정정보공개 요청을 통해 자료를 확인해 보니 맨 처음 991도로부지 민원이 제기된 시점이 2009년이다. 그러니 최소한 그 이전에 무단점유 행위가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도 관련 규정에 따라 변상금은 5년치 밖에 부과할 수 없다는 거다. 더구나 사면을 훼손한 것은 빼는 바람에 실제보다 점유 면적도 크게 줄인 셈”이라고 항변했다. 991도로부지의 공부상 면적은 2735㎡인데 무단점유 면적은 366㎡로 전체 15%만 인정한 셈이다.

124㎡ 8년 무단점유 6만4000원

취재결과 A씨의 민원제기 이전인 2009년과 2013년에 걸쳐 이미 3차례 똑같은 원상복구 민원이 접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군에서 아무런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고 묵인해 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A씨는 “2009년 민원당시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면 철망축대를 쌓지 않은 상태라서 손쉽게 복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2013년에도 두 사람이 연거푸 민원을 냈는데 아무런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그때는 수명의 공무원들이 현장점검을 나왔는데 그냥 눈감아 줬고 뒤늦게 예산을 들여 새로운 농로를 낸 셈”이라고 말했다. 진천군 담당공무원은 “당초 민원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2명의 직원이 징계대상이 돼 주의조치를 받았다. 작년에 측량을 통해 무단점유 사실을 확인하고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지만 이미 형질변경이 심해 경사도 때문에 도로 개설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앞으로 점유자가 매수신청을 할 경우 공유재산심사위원회에서 용도폐지 결정해야만 한국자산공사로 넘겨 매각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991도로부지의 다른 한쪽은 마을 이장 D씨의 경작지가 상당 부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D씨는 “전국적으로 자투리 국공유지를 농지로 쓰고 있는 경우는 셀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뒤늦게 A씨가 문제를 삼는 바람에 피해를 당한 주민이 한둘이 아니다. 나도 측량을 해보니 90㎡ 정도 물려있어서 측량비·변상금으로 군에 300여만원을 내고 올해 정식으로 임대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991도로부지 무담점유에 대해 B씨는 언론인터뷰에서 “토지 구입 당시 밭의 유실이 너무 심해 개인 돈을 들여 축대를 쌓았다. 일부 국가도로가 점용된 부분은 잘못이지만, 이곳이 도로였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사라진 991도로부지의 대체용으로 콘크리트 포장한 농로 끝에는 마을주민 C씨가 군유지를 대규모로 훼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작지를 확보하면서 주변 산 3-1 임야를 1000여㎡ 훼손해 고발조치 당했다. 특히 기존 관습상 도로를 무시하고 일부 벌채를 해 통행로를 확보했으나 공소시효(5년)가 지나 고발대상에서 제외됐다. 결국 991도로부지의 흔적을 지우면서 3명의 주민이 국공유지를 무단훼손해 뒤늦게 변상금 조치를 받거나 고발당하게 된 셈이다.

특히 마을 한 가운데 위치한 574번지 대지를 중심으로한 6000여㎡의 땅도 한 가운데 도로부지 900여㎡를 2년전 불하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부지 가운데로 도로부지가 편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예전부터 부지경계에 철책을 치고 주민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았다. 마치 사유지처럼 막아놨다가 소리소문도 없이 불하받으면 내 땅이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진천군 광혜원면 국유재산 991 도로부지 무단점유 지도.

지자체, 국공유지 관리 허술

마을 이장 D씨의 주장처럼 전국적으로 ‘자투리’ 국공유지를 경작하다 뒤늦게 불하받은 경우는 흔하다. 하지만 무단점유 사실을 신고받고도 행정기관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볼 수 있다. A씨가 진천군의 부적절한 행정행위에 강하게 반발하자 군에서는 새로운 제안을 하고 나섰다. 농로포장공사 구간에 포함된 A씨 땅을 제척시키고 B씨 땅을 매입해 노선변경하겠다는 제안이었다. 타인의 불법행위로 인해 자신의 땅을 일부 빼앗기게 된 A씨에게 무마책(?)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A씨는 “행정기관이 불법을 덮기 위해 또다른 편법을 동원하는 것이라 거부했다. B씨의 무단점유 도로부지를 원상복구 시키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니 자꾸 꼼수를 쓰게 되는 것이다. 농로포장공사에 돈쓰고, 다시 노선을 바꾸기 위해 B씨 땅을 사느라 돈쓰고 주민예산을 이렇게 무원칙하게 써도 되는 것인가? 무단점유한 도로부지를 원상복구 시키지 못하면 군에서 대집행하고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도로개설 예산이 많이 든다는 소리만 하지 말고 원칙적인 행정을 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한편 군 지역개발건축과측은 “A씨측에서 억울해하는 측면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차량이 통행하는 농로와 임도가 연결돼 있는 상태에서 다시 도로개설을 할 수는 없지 않겠나? 민원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공무원도 징계를 받았고 무단점유에 대한 행정조치도 마무리된 상태다. A씨측에서 현실적인 한계를 이해하고 농로개설에 협조해 주기를 바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올해 충북도는 진천군 종합감사에서 공유재산 실태조사가 소홀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공개된 지적내용을 요약하면 “군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공유재산 실태조사를 하면서 총 74개 부서(누계치)중 실태조사 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부서가 51개 부서에 달하는 데도 확인하지 않는 등 관련 업무를 소홀히 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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