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종길 씨, 숨지기 전까지 25일 연속, 9시간 이상 일해유족 "무더위에 방치 관리 제대로 하지 않아서 생긴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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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공군17전투비행단 활주로 공사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故 김종길 씨가 숨지기 직전까지 적절한 휴일 없이 일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이 제공한 고인의 중기작업일보에는 청주공군 활주로 공사현장에서 3월11일부터 숨진 당일인 8월12일까지 154일 동안 일했던 내역이 고스란히 적혀있었다. 고인은 이 기간동안 단 13일의 휴일만 제공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평균 이틀 밖에 쉬지 못한 셈.

특히 고인은 7월19일부터 숨진 8월12일까지 무려 25일 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 근무시간 역시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 길게는 오후 7시까지 평균 9시간 이상 일했고 보장된 휴식시간은 12시부터 오후1시까지 한 시간에 불과했다.

중기작업일보를 기준으로 고인의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9시간 달했고 주 평균 근로시간은 63시간을 넘었다.

부인 우종옥 씨는 "청주에서 일을 하는 탓에 원주에 와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새벽 일찍 다시 청주 공사 현장으로 가야했다.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아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고 항상 배가 고프다고 말해 마음이 아팠는데 이렇게 까지 과로에 시달리고 있는 줄 몰랐다"며 말을 잊지 못했다.

故 김종길 씨, 산업재해 인정 범위 안에 들어가

근로복지공단 만성과로 인정기준을 보면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을 초과한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한 것으로 평가(당연인정기준)' 라고 명시돼있다.

고인의 경우 개인사업자로 산업재해 신청 자격을 갖지는 못하지만 근로시간을 볼 때 만성과로에 따른 산업재해 인정 범위에 포함된 상황.

청주노동인권센터 조광복 노무사는 "일반 노동자의 경우 근로복지공단이 제시한 산업재해 기준에 따라 근로시간이 과도할 경우 산업재해 신청이 가능하다"며 "실제로 극심한 과로를 이유로 산재 인정 사례가 있다. 다만 고인의 경우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산업재해 신청 자격에서 제외 된다"고 설명했다.

폭염에 과로 에어컨도 고장...이래도 단순 실족사?

문제는 과도한 근로시간만이 아니다. 올해 여름은 역대 최고 기온을 연일 갈아치우는 폭염이 한창이었다. 굴삭기 기사였던 고인은 에어컨이 고장 난 그 좁은 공간에서 계속 일을 해왔다.

고인이 숨지기 한 달 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충북지사는 '폭염에 의한 온열질환 예방 협조 요청'공문을 통해 "옥외 근로자가 폭염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온열질환에 걸릴 수 있으며 신속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며 예방 대책 마련 지침을 내려 보냈다.

현장 안전예방과 관리 책임 의무가 있는 한진중공업은 '온열질환 예방 자체점검표'를 통해 "회사는 직원들에게 휴식시간을 제공하고 그늘쉼터를 설치하는 곳은 물론 응급상황 발생 시 비상연락망을 게시하고 연락처를 배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족들은 개인사업자인 고인은 무더위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유족대표 우종호 씨는 "당시 사고 현장을 두 달이 지난 뒤 들어갈 수 있었다. 현장을 가보니 허허벌판에 아무것도 없었다"라며 "휴식공간은 물론 에어컨이 고장 난 굴삭기 안에서 더위와 싸우며 홀로 일해왔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하청업체는 앞서 고인이 사전에 에어컨 고장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폭염에 과로 실족사에 영향 미쳤나?

유족들은 고인이 숨지기 직전까지 하루 평균 9시간 이상씩 25일간 과로에 시달렸다며 사인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내용과 국과수 부검결과를 볼 때 고인의 사인이 굴삭기(1m40cm 높이)에서 떨어진 충격으로 목뼈가 부러져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폭염 속 과로가 실족의 원인이라는 것.

유족대표 우종호씨는 "제대로 쉴 곳도 없이 굴삭기 안에서 일해 왔을 매제를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 왜 굴삭기에서 매제가 떨어지게 됐는지 그 원인을 밝혀야 하는데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다"며 "쉬는 날 없이 그 더위에서 일을 해왔다. 단순 실족사가 아닌 과로와 폭염으로 인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온열질환에 따른 신체변화 가능성에 대해 충북소방본부 관계자는 "폭염 속 장기간 활동은 온열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정이지만 당시 상황으로 비춰볼 때 온열질환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관계자는 "온열질환이 직접적 사인인 경우에는 부검 결과에 명확히 그 사인이 명시가 된다"며 "직접적 사인이 아닌 이번 경우에 대해서는 정확한 답변을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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