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는 내몽고와 외몽고로 구분된다. 외몽고는 몽골공화국이라는 독립국가며 내몽고는 중국을 중앙정부로 하는 소수민족 자치구다. 인구 2300만명에 8개 시로 구성된 내몽고는 중국이 개방화 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에게 생소한 지역이다.
내몽고 출신의 유학생이라는 소개로 김복실씨(31)를 만나러 충청대학에 갈 때만 해도 그저 그런 유학생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단 했었다.
그러나 평안도 사투리가 섞이기는 했지만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그녀에게서 내몽고가 세계로 문을 열려는 강력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김복실씨는 조선족 3세다. 평안북도 철산 출신인 그녀의 조부모가 내몽고로 건너가 정착을 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한국 생활이 그다지 어색한 것 같지 않았다.
김복실씨가 충청대 관광학부에 입학한 것은 지난 3월. 이제 겨우 두학기 째를 맞고 있다. 그녀는 관광학을 전공하며 내몽고를 한국에 알리고 한국과의 경제, 문화적 교류를 꿈꾸는 신 여성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녀는 여느 유학생과는 다르다. 사범대학을 졸업한 뒤 교사생활을 하다 내몽고 자치정부 통역관으로 자리를 옮겨 한국을 오가며 주요 인사들의 통역을 도맡아 온 이력이 그런 그녀를 충분히 설명해 준다.
그녀는 내몽고의 수도 인구 243만의 훅허트시에서 태어나 하얼빈 사범대를 졸업하고 3년간 중학교 교사 생활을 했다. 우리로 따지면 국민윤리나 사회 과목쯤 되는 품덕과 교사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93년부터 한국과 내몽고가 교류가 시작되면서 한국어를 잘 하는 사람이 필요해지자 자치정부 외사청(외무부)통역관으로 스카웃 됐다.
그 때부터 한국을 오가는 그녀의 생활이 시작된다.
“한국어를 잘 했던 것은 아닙니다. 지독한 평안도 사투리에 더듬 더듬 거릴 정도였죠. 통역관이 되고부터 한국어를 체계적으로 공부했습니다”
그 뒤로 내몽고와 우리나라의 교류에 있어서 그녀는 빠질수 없는 중요한 인사가 됐다. 시장은 물론 내몽고 주석의 통역을 비롯해 우리나라와의 모든 통역을 담당해 온 것이다.
그러던 것이 충북과는 지난 99년 자매결연을 맺으며 더욱 깊은 인연을 엮어 갔다. 당시 충북과 내몽고가 자매결연하며 경제와 문화, 관광 교류가 시작됐으며 당시 이원종 지사의 통역을 담당하기도 했다.
때마침 관광 교류 차원에서 충청대 민양기(관광학부) 교수가 내몽고를 방문 했고 민 교수의 통역을 맡다가 유학을 제의 받게 된 것이다.
지금은 민 교수의 제자로 10살이나 어린 친구들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녀는 내몽고와 한국의 교류에도 열심이어서 내몽고의 자연, 경제, 자원, 투자환경, 우대정책 등 모든 현황을 다룬 소책자를 한국어로 제작했으며 홈페이지를 구축해 양국을 연결하는 일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충청대 관광학부 졸업생들이 설립한 지오투어라는 여행사에서도 중국지역을 담당하는 등 왕성한 외교 활동을 벌이고 있다. 내몽고 외사청 통역관이라는 신분을 결코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근면성실 중국인도 배워야
할아버지의 나라 한국에 대한 그녀의 인상은 어떨까.
우리나라의 문화적 수준에 놀랐고 부지런하고 성실한 국민성에 감탄했다고 한다. 그러한 점은 내몽고 사람들도 배워야 할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사람들은 아무리 술을 많이 먹어도 출근을 못하는 일은 없더군요. 그런데 중국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지금은 개방정책으로 그런 경향이 많이 없어지고는 있지만 한국인들의 부지런하고 성실한 모습은 보고 배워야 할 것입니다”
물론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데 꽤나 힘이 들었다고 한다. 게다가 열살이나 어린 친구들과 같은 강의실에서 공부해야 하니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했을 것이다.
“처음 입학 했을 때에는 좀 힘들었죠. 젊은이들의 술 문화도 무척 적응하기 힘들었고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녀의 말 처럼 1년도 안돼 충북 생활에 적응을 했는지 이제는 꽤 여유를 부릴줄도 안다. 얼마전에는 지역 방송에서 주최한 외국인 노래자랑에 참가해 아리랑을 불러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녀는 한국을 여러차례 오가면서도 충북은 처음이라고 한다.
“인천, 광주, 대전, 전주, 부산 등 주요 도시는 다 다녀 봤습니다. 그러나 충북은 충청대에 입학하면서 처음 와 본 것입니다”
그녀는 충북이 인심이 좋아 마치 고향에 온 것 같다고 한다.
그러나 젊은이들의 이기적인 문화에 대해서는 조금은 실망한 눈치다. 남을 배려하고 아껴주는 미덕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조금은 부족한 것 같다고 꼬집는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엔 무척 꺼리는 기색을 보였다.
한국에서는 유학생이지만 내몽고에서는 공무원인 신분 탓인지 사생활에 대한 질문에는 “학교 얘기만 하자”며 기자의 수첩에 적힌 내용을 가리키며 기사화 하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런 그녀도 결혼 얘기엔 다른 처녀와 다르지 않았다. 서른을 넘긴 나이면 늦은 것 아니냐. 왜 결혼을 하지 않냐는 질문에 “못한 것이지 이 나이 먹도록 안 했겠습니까”하며 수줍어 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남성들에 대해서는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다’는 말로 피해갔다.
내몽고와 한국간의 경제, 문화 교류에 특히 관심이 많다는 김복실씨. 그녀의 한국 유학생활이 내몽고 세계화와 한국과의 교류에 첨병이 되고자 하는 그녀에게 좋은 경험과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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