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 사업에 교육 부재…학생교육은 교육청 소관
청주시 행복교육지구사업, 교육청 지원업무에만 국한돼

'마을에서 아이들을 품는다‘는 혁신교육(행복교육지구사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청주시청 조직체계와 시청 구성원들의 의식은 행복교육지구사업을 진행하는데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마을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행복교육지구사업은 학생, 교사, 학부모, 주민 등 교육주체의 자발적인 참여를 토대로 마을의 다양한 교육자원을 활용, 자주적이고 창의적인 미래인재를 육성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서울, 경기 지역 15개 기초단체에서는 해당 조례를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으며, 충북도 11개 지자체를 포함, 혁신(행복)교육지구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청주시에서 원활한 행복교육지구사업을 진행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청주시청 조직체계와 담당자들의 인식이 행복교육지구사업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청주시 마을공동체사업엔 교육이 빠져 있다?

행복교육지구사업은 마을공동체를 근간으로 한다. 일회성 교육·체험프로그램 진행보다 마을 주민이 직접 그 마을의 아이들을 함께 돌보고 교육한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하지만 현재 청주시청에서 진행하는 행복교육지구사업은 청주교육지원청 사업비 지원업무에만 국한돼 있는 상황이다.

행복교육지구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지원팀 인원은 단 3명으로 주 업무는 △행복교육지구 운영, 교육공동체관련 사무 △자유학기제 및 진로체험교육 지원 △기타 교육지원청 지원 및 협력에 관한 사무 △교육경비 보조 지원사업으로 대학입시박람회, 창의인성캠프, 학교폭력예방 및 인성교육, 아이사랑걷기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90%이상은 교육청 사업을 심의하고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일을 하고 있다”며 “마을 사업을 직접 하거나 지원하는 업무는 하고 있지 않다. 마을 관련 사업은 청주시청 자치행정과 담당”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주시청 자치행정과에서 진행하는 마을공동체 사업에서 학생들 교육은 현재 제외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16회 일정으로 마을공동체 활동가 양성과정을 운영하는 등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학생 교육관련 업무는 교육청 소관’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자치행정과에서 진행하고 있는 마을공동체 업무에는 교육이 빠져 있다. 교육은 교육청에서 하고 있으니 중복으로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그것이야말로 중복행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마을에서 행복교육지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주민들의 얘긴 사뭇 다르다. 주민들은 한결같이 “행복교육지구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지자체의 도움과 지원은 필수”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지자체 소속의 시설을 이용하고 싶어도 지자체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청주시는 마을에서 아이들을 돌보자는 행복교육지구사업을 하면서도 여전히 교육은 교육청에서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청주시 도움으로 마을에서 교육사업을 진행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청주시청 조직도. 청주시의 행복교육지구사업은 체육교육과 교육지원팀에서 담당하고 있다.<사진은 청주시 홈페이지 캡쳐>

 

행복교육지구사업을 체육교육과에서 한다고?

청주시 조직체계도 행복교육지구사업을 진행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청주시의 행복교육지구사업 담당 부서는 문화체육관광국 내 체육교육과 산하 교육지원팀에서 전담하고 있다.

교육지원팀과 같은 체육교육과에는 체육진흥팀, 생활체육팀이 있다. 사실상 행복교육지구사업과 연관이 없는 팀이다.

체육진흥팀에서는 △직장운동경기부 설치 및 운영, 장애인체육 국제대회 △청주시체육회 운영관리 전문체육 국제 및 전국대회 종목별 시장기대회 체육일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 생활체육팀에서는 △장애인체육회 운영관리 △생활체육 전국(도)단위 행사추진 △청원생명쌀 대청호마라톤 추진 △전국생활체육대축전 등을 진행한다.

오히려 행복교육지구사업과 긴밀한 관계인 여성청소년과와 아동보육과는 복지국에 있고 행복교육지구사업에 있어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을공동체 업무는 기획행정실 산하의 자치행정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와 관련 청주시의 한 관계자는 “부서관 연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전부터 하던 업무들이여서 전혀 불편함이 없다. 공무원 사회에서는 자기 업무에만 충실하면 된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도봉구청 조직도. 빨간색으로 표시한 과가 혁신교육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은 도봉구청 홈페이지 캡쳐>

 

지자체 대부분 마을공동체 기반한 교육관련 사업 진행

청주시를 제외한 충북지역 대다수 시·군구에서 진행하는 행복교육지구사업은 평생교육팀이나 여성가족 관련 담당부서에서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진천군은 교육특구부서를 설치, 평생학습센터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행복교육지구 혁신지로 알려져 있는 서울시 도봉구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는 교육지원과로 이 과는 △행정지원과 △자치행정과 △마을공동체과 △문화체육과 △민원여권과와 함께 행정관리국에 배치돼 있다.

도봉구청 교육지원과에는 △교육기획팀 △혁신교육지원팀 △평생교육팀 △청소년팀 △아동친화도시팀이 있고 담당자만 무려 28명에 달한다.

이곳에서는 △청소년 학술논문대회 △청소년 토론대회 △대입입시설명회 △영재교육원 △원어민영어화상학습 △학교시설 환경개선, 학교상담활동가 운영을 운영하고 심지어 주민설계형 마을학교와 마을방과후활동, 온종일 돌봄까지 진행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도봉구청과 청주시청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도봉구청의 적극적인 지원이 부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범덕 청주시장과 김병우 충북교육감은 8일 정책간담회를 갖고 청주 행복교육지구 운영,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 지역연계 마을방과후학교 운영, 유니세프 인증 아동친화도시 조성, 학교 주차장 공유(개방) 사업 추진 등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또 청주시교육지원청 행복교육지구사업 담당자들과 청주시청 교육관련 담당 실무자들은 앞으로 월 1회 실무자 협의회를 열고 서로 업무를 공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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