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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길 최고 매장 2년간 방치 '속사정'
'휠라(FILA)' 화재 본사-건물주 소송전
충북 최고 공시지가 상권, 골조 재건축-재계약하고도 개장 못해
2년전 화재 당시 휠라(FILA) 매장과 재건축이 중단된 현재의 상태

청주의 대표적인 전통 상권인 성안길 주변 상가지역은 도내에서 공시지가가 가장 비싼 땅이다. 따라서 상가 임대료 또한 일반의 상상을 초월한 '핫 플레이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성안길에서도 가장 번화한 위치의 '휠라(FILA)' 매장이 2년전 화재 발생 이후 골조만 다시 세운 채 방치되고 있다. 1년 임대료가 5억원대인 매장이 휠라 본사와 건물주간의 법적분쟁으로 성안길 흉물이 되고 있다. 화재 보험금 청구권과 계약 분쟁에 얽힌 양측의 주장을 정리해 본다.

청주 성안동 우체국옆 사거리 코너에 위치한 '휠라(FILA)' 매장은 2016년 4월 영업을 시작했다. 청주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은 북문로 1가의 청주타워 부지로 올해 공시지가가 ㎡당 1050만원이었다. 휠라 매장은 북문로 1가와 접한 사거리 코너라서 역시 1000만원대에 육박하는 공시지가 지역이다.

건물주 A씨는 2016년 휠라 본사의 제안으로 특정매입 거래방식(상품을 반품할 수 있는 조건으로 외상 매입한 후 판매대금 중 일정 마진을 뺀 금액을 제조사에 지급하는 방식)에 따라 거래계약을 체결했다. 40%의 마진을 건물주이자 운영자인 A씨측에 제공하돼 매출이 저조하더라도 최소 월 4500만원을 지급보장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개장 초기 매출이 기대에 못미쳤고 휠라측은 최소 보장금액을 410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설상가상으로 3개월만인 7월 11일 매장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건물과 상품 일체가 전소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 발화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채 양측은 보험료 정산과 재개장 계획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게 됐다. 양측 모두 보험에 가입한 상태에서 건물주 A씨측은 상품 소비자 가격의 40%(계약 마진율)에 대한 권리를 주장했다. 휠라측은 판매되지 않은 상품에 대한 권리는 전적으로 자신들에게 있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인테리어 등 시설 보상금액이 적게 나오자 휠라측이 재감정을 요구해 화재 매장의 복구 공사는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휠라측은 8월부터 매장 복구와 재개장을 요구한 반면 건물주 A씨는 복구공사비 분담과 영업중단 기간의 마진 보상을 요구하며 갈등이 불거졌다. 양측의 중재자로 휠라측 영업담당 B상무가 나섰고 당시 "2억3천만원을 보상해주기로 구두약속한 녹취가 있다"는 것이 A씨측 주장이다.

화재 보험금·재개장 신경전

B상무를 협상창구로 삼아 건물주 A씨는 인접 부지 30여m를 추가 매입해 매장을 다시 신축하기로 했다. 실제로 휠라본사 인테리어 담당 여직원이 청주 설계사무소를 방문해 건물 중앙계단 설치 등 내부 구조에 대해 협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9월들어 본사 법무팀은 A씨측이 영업정상화 방안에 대한 서면 제출 요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계약해지를 통보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다.

법무팀과 영업팀의 엇박자 속에 2017년 2월 건물 골조공사가 마무리됐다. 그러나 공사 마지막 단계에서 휠라측은 까다로운 구조변경을 요구했다는 것. 이에대해 A씨측은 "'쇼윈도 규모와 위치에 문제가 있어 본사 임원들이 반대가 심하다'며 B상무가 2대 규모 주차장을 1대로 줄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구청에서 주차면적을 줄인 구조변경을 허가할 리가 없고 결국 성안길 인근 장소에 주차 공간 1대를 추가 확보해 구청 허가를 받았다. 막판 구조변경 때문에 든 돈만 1억5천만원"이라고 주장했다.

건물주 A씨가 성안길에 추가로 확보한 주차공간 1면

하지만 필라본사는 "계약해지를 이미 통보한 상태고 신축과 관련해 2억3천만원 지원을 약속한 적이 없다"며 영업재개 불가를 통보했다. 또한 A씨를 만난 영업담당 B상무는 "내가 본사 법무팀에 '이런 식으로 대리점에 일방통보하면 명백한 갑질'이라고 항의했다. 그런데 '법적인 검토는 이미 끝났다. 소송으로 갈 거다. 당신은 이제 대리점주와 접촉하지 말라"고 했다"고 하소연했다는 것.   아울러 B상무는 당초 얘기했던 2억 3천만원 지원금에 대해 말을 바꿨다는 것. "상황이 이러니 일단 양보해서 1억 5천만원 보상에 만족하고 영업재개부터 하자, 영업상황이 작년보다 호전돼 대리점은 월 1억원도 가져갈 수 있다. 내가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A씨를 설득했다는 것. A씨가 해당 조건을 거부하자 청주시외터미널 커피숍으로 A씨 아들을 불러내 '아버지를 설득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는 것.

B상무와 아들의 설득을 받은 A씨는 지난해 8월 25일  보험 보상금 1억 5천만원은 대리점 신축비용과 영업보상금으로 갖고 나머지를 보험금(3억6천여만원)을 휠라본사에 되돌려주는 내용의 재계약서에 날인했다. 심지어 실투자자인 A씨가 모든 영업행위에서 빠지고 아들이 책임자로 나설 것을 요구하는 계약서 초안을 제시했다가 번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측의 재계약은 1개월도 유지되지 못했다. 당초 9월 5일까지 법원에 공탁중인 보험보상금을 찾아 휠라본사에  입금키로 한 재계약 조건을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A씨측은 "공탁서류를 분실해 입금이 늦어질 수 있다고 미리 얘기했고 '못찾으면 9월 23일까지 자비로라도 입금하겠다'고 B상무에게 얘기하고 양해를 구했다. 뒤늦게 서류를 찾아 15일 법원에 갔더니 휠라측 법인인감 서류가 7일자로 시효만료된 것이라 못찾았다. 아무래도 본사에서 마감시한(5일)에 빠듯한 법인인감 서류를 발부해 의도적으로 입금을 늦추게 하려 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휠라측 변호인은 지난 9월 2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 재판과정에서 "A씨측이 사전에 공탁서류를 분실했다는 얘기를 본사에 직접 전달한 사실이 없다. 재력있다고 하는 A씨가 시한을 넘기고 1주일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계약 이행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해약 통보했다"고 말했다. 또한 증인으로 출석한 휠라 B상무는 건물주 A씨측 주장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실이 아니다'는 취지로 부인했다.

녹취록 내용 '기억나지 않는다'

또한 자신의 역할에 대해 "나는 회사를 대표한 사람이 아니었다. 매장 개장을 위해 회사측 입장을 전하고 대리점주인 A씨측 의견을 회사에 전하는 역할만 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A씨가 녹취 내용을 근거로 주장한 '신축시 2억3천만원 지원' '신축 인테리어 비용 예산 미반영' 발언 사실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지어 지난해 8월 본사에서 체결한 재계약에 대해서도 '나는 재계약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회사 임원으로 대리점주와 가장 자주 만난 B상무가 스스로를 단순한 양측의 의견 전달자라고 주장하고 심지어 1년만에 가까스로 성사된 재계약 사실조차 사전에 몰랐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에대해 A씨측은 "회사측이 재계약을 유도해 법적다툼이 예상되는 1차 본계약을 무력화시킨 거라고 본다. 이어 화재 1년만에 체결한 재계약도 우리측의 지급의사 확인여부도 없이 보험 공탁금 미지급을 이유로 또다시 해지시켰다. 우리는 영업재개를 위해 회사 요구대로 설계해 건물신축까지 했고 그동안 손해본 임대수입만 10억원이 넘는다. 영업담당 임원을 내세워 대리점주를 현혹시키고 본사는 임원 개인의 발언이라며 회사측 책임을 거부하고 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대기업의 전형적인 갑질행태에 끝까지 맞서겠다"고 주장했다.

반면 휠라측은 변론자료를 통해 "보험 공탁금 지급기한을 어겨 구두상 최고하고 내용증명도 한차례 보냈지만 이행하지 않아 해지통보한 것이다. 피고측이 주장하는 영업중단에 따른 보상이나 건축 비용 요구는 계약상 근거가 없고 본사에서 의사를 밝힌 바도 없다. 하지만 청주 재개장을 위해 공사비 지원과 영업지원금 지급 등 파격적인 조건으로 재계약했으나 결국 피고측이 합의위반했다. 그간 보여준 신뢰로는 협업관계가 어렵다고 판단해 부득히 계약해지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권혁상 기자  jakal4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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