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겪었던 경험은 인생의 소중한 밑거름 된 것 같아
행복씨앗학교에서 공동체성 배워…‘혼자’보단 ‘함께’가 더 좋아

<옥천고등학교 김수현 양 인터뷰>

행복씨앗학교 도입 4년. 여전히 많은 이들은 설왕설래한다.

“지금 당장은 좋겠지. 체험도 많이 하고, 민주주의 교육도 받고. 그런데 중학교에 가면? 고등학교에 가면? 그리고 사회에 나오면?”, “다양한 경험과 체험? 천만에, 입시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지.”, “체험이나 활동은 일반 학교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 아니야?”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정작 교사들의 상당수는 자신의 자녀는 행복씨앗학교 보내기를 꺼려한다는 말도 있다.

정말 그럴까? 교육혁신을 위한 행복씨앗학교는 여전히 ‘공염불’에 지나지 않은 걸까?

충북인뉴스에서는 행복씨앗학교를 경험한 학생으로부터 이 이야기에 대해 직접 들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옥천여중에선 어떤 일들이 있었나?

“옥천여중 3년은 정말 저에게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친구관계, 공부, 사회에 대해 막 눈 뜨기 시작한 시기에 행복씨앗학교를 알게 됐어요. 저는 중학교를 다니면서 어떻게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하고, 다른 의견을 어떻게 조율해야 하는지 배웠어요. 그때 경험들을 생각하면 앞으로 대학이나 사회에서 겪을 일들이 두렵지 않아요. 오히려 기대되죠. 하하하”

18살, 아직은 앳돼 보이는 여학생은 뜻밖에도 도전적이고 당차게 말했다. 솔직히 조금은 건방지다는 느낌마저도 들었다.

서른이 넘어서도 사람들과의 관계를 힘들어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2년 전 옥천여중을 졸업하고 현재 옥천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수현 양.

수현 양은 중학교 시절 겪었던 경험은 정말 소중하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된 것은 선생님들과 행복씨앗학교 덕분이라고 강조한다.

도대체 옥천여중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옥천고등학교 김수현 양

“혼자보단 함께가 더 좋아”

“저는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늘 반에서 1, 2등을 했거든요. 강의식 수업에 익숙해있었고 혼자 책 읽고 공부하는 걸 좋아했어요. 중학교에 입학해서도 그냥 혼자 열심히 공부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수현 양에게 옥천여중은 그야말로 ‘낯선 환경’이었다.

매 수업마다 4명이 한 조가 되어 모둠활동을 해야 했고 반에서 공부를 못하는 아이의 멘토가 되어야 했다. 회의라도 열리는 날이면 안건 하나하나마다 아이들의 의견을 듣고, 모으고, 한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설명하고 설득해야 했다.

“너무 힘든 거예요. 시간을 낭비한다는 느낌도 계속 들고. 나는 그냥 혼자 공부하고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더 좋은데 내가 왜 다른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고 그 아이들 때문에 내 시간을 손해 봐야 하는지 정말 짜증났었어요.”

 

모둠활동, 멘토·멘티제도로 공동체의식 배워

같은 학생 신분으로, 곱하기도 버거워 하는 아이에게 제곱근을 가르쳐야 했고 모둠활동에서 나 몰라라하는 아이들에게 같이 하자고 계속 설명해야 했다.

“왜 이것밖에 못하냐?고 화도 내고 소리도 지르게 되더라고요. 그냥 얹혀가려는 아이들이 밉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때마다 선생님들은 늘 함께하는 것을 강조하셨었요. 결과물이 조금 미흡해도 함께 했을 때 오히려 평가점수를 더 많이 주셨어요. 그러니 제가 잘한다고 해서 혼자 다 할 수도 없었죠.”

수현 양은 일단 곱하기도 어려워하는 친구를 위해 초등학교 문제집을 선택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배우는 곱셈, 나눗셈부터 같이 했다. 적은 양이라도 숙제를 내주고 매일매일 체크했다.

그러기를 6개월.

어느 순간, 조금씩 변화하는 자신과 친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친구가 왜 공부를 안 하는지, 모둠활동에서 왜 자꾸 참여를 안 하는지, 그 친구상황에 관심이 갔고 이해도 갔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모둠활동과 멘토·멘티를 통해 성장한 사람은 친구들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던 것 같아요. 뭔가 반항하고 삐뚤어지는 아이들은 반드시 이유가 있어요. 그리고 그만큼 관심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어요. 그것을 완벽하진 못하지만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이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난 서른에 다 되어 느꼈던 것을 18살 수현 양은 중학교 시절에 배웠다니 놀랍고 부끄러웠다. 

 

학생 스스로 학교행사, 규율 정하며 의견조율 방법 알아

학교 자치회를 통해 학교 규율이나 학교행사를 개최하는 과정도 수현 양에게는 배움의 장이 되었다.

“화장이나 염색, 귀고리를 하고 싶다면 어느 정도 수위까지 해야 하는지, 선생님은 왜 못하게 하는지, 계속 토론하고 설명하고 설득했어요.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하나의 주장으로 받아들여지고 그것이 또 우리들의 문화가 된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어요. 처음에는 너무 신기했고 하면 할수록 재밌었어요.”

짙은 화장이나 짧은 치마길이도 무조건 막기보다 허용의 폭을 넓혀 놓으면 학생들 스스로 기준점을 찾게 되고 그 속에서 해답을 찾아갔다. 짧은 치마가 처음엔 좋았지만 계속 짧은 치마를 입다보니 활동하기가 너무 불편했고, 진한 화장도 처음엔 좋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고 피부에도 안좋다는 것을 터득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 타협하고 조율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것이 어찌 화장이나 짧은 치마길이 뿐이겠는가.

사회생활은 매순간 나 자신을 포함한 공동체를 위한 결정의 연속이고 그 결정에 책임질줄 아는 자세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수현 양은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전 정말 중학교 때 많은 것을 배운것 같아요. 어른이 되도 그때 경험은 잊지 못할것 같습니다. 저를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과 학교에 감사하죠."

수현 양의 밝은 미소가 참 예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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