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말 충주여고 박종호 교사 "전태일 평전 읽고 진로변경 대견스럽다"

<YTN 뉴스화면 펌>

지난 5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정계선 부장판사(49·사법연수원 27기)가 충주여고 출신으로 밝혀졌다.

정 부장판사는 강원도 양양 출신으로 88년 충주여고를 졸업했다. 당초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으나 인권 변호사인 고(故)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을 읽고 진로변경을 결심했다는 것. 이듬해인 89년 다시 대입시험을 보고 서울대 법대에 합격했다. 졸업 2년 후인 1995년 37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했다. 사시 수석 합격자들은 신문에 크게 인터뷰가 실리던 시절이었다.

정 판사는 당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법조계가 너무 정치 편향적이다. 검찰의 5·18 관련자 불기소와 미지근한 6공 비자금 문제 처리 등에서 볼 수 있듯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법대로라면 전직 대통령의 불법 행위도 당연히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소신발언 했다. 결국 자신이 했던 말을 23년 후에 법정에서 실제로 실현하게 된 셈이다.

1995년 사시 수석합격자인 정계선 부장판사의 <경향신문> 인터뷰 기사

정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을 선고하고 82억7000여만원을 추징했다. 판결 배경에 대해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인 이 전 대통령의 행위는 직무 공정성과 청렴성 훼손에 그치지 않고 공직사회 전체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정 부장판사는 1998년 서울지방법원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고법 판사와 헌법재판소 파견을 거쳐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부임했다. 올해 2월에는 여성 재판장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중앙지법 부패전담 재판부인 형사합의 27부를 맡았다.

80년대말 충주여고 교사로 재직했었던 박종호씨(64·청주 오창 거주)는 "역사적인 재판을 진행하는 제자의 모습을 보니 아주 감개무량했다. 전형적인 모범생 타입으로 말없이 공부만 했던 학생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 입학후 '전태일 평전'을 접하고 스스로 진로를 바꾸게 됐다는 얘기를 듣고 아주 대견스럽게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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