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1위 유통업체 합작 출범후 매출 급락
‘CJ프레시웨이’ 공정위 조정안 거부 ‘시장 침탈’ 논란

유통 대기업 CJ프레시웨이의 중소기업 상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청주지역 30년 업력을 가진 유통업자가 피해를 주장하고 나섰다. CJ프레시웨이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가 2년만에 영업기반이 무너지고 오히려 수십억원대 민사소송을 당하는 처지로 내몰렸다는 것. 공정거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해 조정안이 나왔으나 미회수 채권을 이유로 CJ프레시웨이가 수락을 거부해 무산되기도 했다. 당초 회사인수를 조건으로 합작법인을 만들었으나 지역 업자는 빚만 떠안고 빈털터리로 쫓겨날 처지에 몰리게 된 셈이다. 청주 서촌동에 위치한 북일&프레시원(주)의 사례를 집중취재했다.
 

CJ프레시웨이가 지역 합작법인을 상대로 5건의 민사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되고 있다./ CJ프레시웨이 홈페이지 펌

 

2016년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서 지역 유통업체 종사자들의 기자회견 모습./ 을지로위원회 홈페이지 펌

2016년 2월 설립된 북일&프레시원은 지역 유통업계에서 30년간 활동해 온 권미경 대표(51) 부부가 CJ프레시웨이의 제안을 받아들여 만든 회사다. 권 대표 부부가 독자적으로 운영해온 북일푸드식자재(주)의 2015년 연매출은 190억원에 달했다. 청주 지역에서는 매출 순위 1~ 2위를 다투는 최상위권 업체였다. 국내 굴지의 식자재 유통업체인 CJ프레시웨이는 지역 영업망 확충을 위해 직접 진출이 아닌 지역 상인들과 합작법인 사업모델을 시도했다. 지난 2009년 프레시원일산 등 수도권을 시작으로 인천,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에 10개 법인을 운영중이다. 2015년말부터 청주지역 선도업체인 북일푸드식자재측에 지속적으로 사업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권 대표는 “‘대기업이 지방에 진출하면 경쟁이 되겠느냐’고 겁도 주고 ‘손잡고 하면 싼값에 제품구매를 할 수 있어서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합작회사 설립 계약을 집요하게 요구하다 우리가 거절할 뜻을 비추자 갑자기 청주 경쟁업체 얘기를 꺼냈다. ‘그렇다면 청주 OO사와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불안감에 마지못해 손잡은 것이 화근이 됐다”고 말했다.

24억 평가업체 2년만에 30억 빚덩이
 

실제로 2015년 6월 지방 중소유통사업자들이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고 공개 기자회견을 여는 등 CJ프레시웨이의 지역시장 장악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같은 상황을 알고 있던 권 대표는 ‘경쟁업체와 CJ가 손잡는 상황’이 두려워 합작법인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주장이다. 권 대표는 북일&프레시원을 설립하면서 1차로 지분 20%를 CJ프레시웨이에 넘기고 4억8000만원을 받았다. 합작계약의 핵심은 회사 가치를 총 24억원으로 잡고 3년동안 4차에 걸쳐 지분 100%를 CJ가 인수하는 것이었다. 단, 월 평균영업이익 4900만원을 유지해야만 15개월뒤 2차 지분인수가 가능하고 3·4차는 정액으로 인수토록 한 계약내용이었다.

특히 3개월 연속 제시된 월 평균매출(11억원대)의 70%에 미달될 경우 CJ가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당시 권 대표가 단독운영해온 북일푸드식자재의 월평균 영업이익은 3400만원이었다. 따라서 월 4900만원으로 40%가 높아진 목표액 자체가 무리수였다. 이에 대해 CJ프레시웨이측은 “당초 우리가 평가한 회사가치는 월 영업이익 3400만원을 기초로 16억원이었다. 그런데 권 대표가 매출을 더 향상시킬 수 있으니 회사가치를 재평가해 달라고 해서 24억원에 월 평균영업이익 4900만원으로 최종 계약된 것”이라고 말했다.

합작법인 북일&프레시원은 시작부터 고전하기 시작했다. 2016년 4월 CJ가 제시한 전산프로그램 SAP으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속출한 것. 이에 대해 권 대표는 “전산프로그램을 바꾼 첫날부터 수천개 품목에 대한 혼선이 생겨 배달 차질은 물론 미수 채권도 맞지 않아 난리가 났다. 여기저기 항의가 쏟아지면서 퇴사하는 직원이 생기고 영업망에 큰 타격을 받았다. 2주일만에 과거 전산프로그램으로 돌아갔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출 추이를 보면 SAP도입 직후 3개월간 역대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거래업체도 700여개를 유지하다 600개대로 줄어들었다.

회사는 전산프로그램 부작용 이후 매출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못했고 구매 경쟁력도 기대에 못미쳤다. 합작계약상 영업은 권 대표가 맡고 CJ가 본사 직원 3명을 파견해 구매 재무 등 핵심업무를 맡았다. 이에 대해 권 대표는 “설립 1년반동안 CJ계열사 상품을 44%(공정거래위 자료 32.5%)나 구매했는데 일부는 소매점보다 비싼 가격이었다. 도매점 마진이 통상 20%인데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대량구입시 식품업체에서 관행적으로 6~7%가량 구매 장려비를 받는 것을 감안하면 피해는 더 커진다”고 말했다.

결국 북일&프레시원의 영업이익률은 반토막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맞게 됐고 2차 지분 양도시점인 2017년 8월 권 대표는 망연자실했다 . 발행주식 31%(1차 20% 포함 총 51%로 사실상 경영권 양도)를 고스란히 건네주고 돈 한푼 받을 수 없는 처지가 되자 권 대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진정하게 된다.

공정위는 올 3월 분쟁조정협의회를 거쳐 조정안을 내놓게 된다. 핵심내용은 CJ가 권대표측에 6억2500만원을 주고 나머지 주식 80%를 인수받으라는 것이었다. 또한 미회수 채권에 대해 권 대표가 기존 지분대로 80%를 책임지는 것이었다. 권 대표 입장에선 24억원 가치로 평가된 회사를 11억원에 다 넘기고 미회수 채권 80%를 떠안는 조건이었다. 공정위 조정안을 보면 “CJ프레시웨이는 합작법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식자재를 구입하거나 구매대행업무를 위탁하게 하여 대행 수수료, 판매마진, 판매장려금 상당의 이익을 취하면서 합작법인에게 그만한 손해를 입힌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CJ측 책임을 거론했다.
 

CJ소송 5건에 ‘갑질 횡포’ 호소
 

하지만 공정위의 조정안에 대해 양측은 서로 상대방에게 합의 불발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CJ측은 “권 대표가 월 영업이익 4900만원을 달성하려고 무리하게 영업을 벌였다. 신설회사에 식자재를 독점공급한다면서 14억원의 부실채권을 남겼다. 우리가 북일&프레시원에 납품하고 받지 못한 총 채권이 35억원에 달한다. 그래도 공정위의 조정안대로 해결해 보려 했지만 권 대표측에서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권 대표는 “공정위가 조정안에 대한 수락여부를 물었는데 CJ가 역으로 우리 쪽에 지분 20%를 다시 매입하라고 제안했다. 부실채권도 그대로 떠맡으라고 하니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겠나?”고 반문했다.

양측이 갈등의 접점을 찾지 못한채 지난 7월 CJ는 권 대표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어 물품대금 35억원 청구소송을 비롯해 합작법인 지분 20% 주식대금 반환청구소송까지 총 5건의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파견 직원이 철수하면서 연계된 전산시스템도 차단해 업무상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 또한 주요 거래처의 매출채권에 대해서도 가압류를 걸면서 상품대금 회수가 안돼 직원 20여명의 급여지급이 어려운 실정이다.

CJ측은 “계약해지 통보전에 경영정상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지역 업주의 영업망과 우리의 선진 관리시스템으로 윈윈하자는 것이 합작법인이다. 그런데 북일&프레시원은 우리 전산시스템도 거부하고 독단적이고 방만한 영업으로 악성부채가 단기간에 늘어났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진실이 가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 대표는 “대기업이 감언이설과 협박으로 지역업체를 끌어들여 계약부터 일방적으로 불리했다. 사실상 공동경영을 했지만 부실채권은 우리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헐값에 회사를 차지하려 했다. 앞서 CJ에게 피해를 당한 지방업주들은 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 등을 통해 보상금을 받고 집단해결했다. 하지만 비밀누설 금지 약속 때문에 어떻게 합의됐는 지는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에 대해서는 공정위 조정안도 거부하고 소송을 통해 고사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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