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버스로 타 지역 주민 동원, 실제 판매로는 연결 안돼
1억 9천만 원의 예산 투입, 고유행사는 설성문화제 들러리
“고추축제, 자칫하면 혈세만 축내는 애물덩어리 전락” 우려

(오른쪽)종합운동정 특설무대 공연을 보고 있는 관람객들 (왼쪽) 특설무대 바로 옆 한산한 고추 판매장. (사진제공=음성타임즈)
(왼쪽)축제 방문객들이 발길이 드문 음성군 농산물 직거래 판매장. (오른쪽)인파가 분주한 먹거리 장터 (사진제공=음성타임즈)

제37회 설성문화제 및 제23회 음성청결고추축제가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음성종합운동장 일원에서 개최되고 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음성군은 설성문화제에 2억 2천 2백만 원, 고추축제에 1억 9천 만원을 투입했다. 설성문화제 예산은 문화홍보과에서, 고추축제 예산은 농정과에서 각각 지원하는 구조이다.

고추축제 예산은 '음성고추축제추진위원회'에 지원된다. 그리고 이 위원회의 위원장을 이한철 음성문화원장이 맡고 있다. 결국 약 4억 원이 넘는 예산들이 모두 음성문화원에 의해 일괄 집행되는 셈이다.

그러나 성격이 전혀 다른 행사를 동시에 치르면서 부작용도 초래되고 있다.

지역농민들이 주도하지 못하면서 고추축제가 반쪽자리 농산물 축제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설성문화제에 가려 고추축제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고추축제에는 매년 진행되는 음성청결고추아줌마 및 미스터고추 선발대회를 제외하면 부대행사는 고추 직거래 판매장, 고추화분 테마전시관, 고추음식 시식, 음성청결고추 매운맛 무료 체험장 등 4개에 불과하다.

30여 개가 넘는 프로그램이 종합운동장 특설무대에서 펼쳐지지만 정작 축제의 주인공인 ‘음성청결고추’의 흔적을 찾아보기는 힘든 게 현실이다.

음성청결고추를 홍보하는 기회는 고사하고 판매마저 여의치 않으면서 축제장 한 켠에 자리를 튼 지역 농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13일 축제 현장에서 만난 한 판매농민은 “고추 마늘 등은 추석 전에 구매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현재 판매가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면서 “대부분 관람객들이 구경만 하고 그냥 간다”고 말했다.

이 농민은 “주최측은 설성문화제 관람객이 많이 오면 판매도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지만 사정은 전혀 다르다"면서 "고추 판매량이 지난해 기준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지역 사람들이 저녁에 와서 먹고 마시는 지역축제로 변질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자매결연을 맺은 타 지역의 주민들을 초청하지만 이들 역시 구매는 하지 않는다“며 ”동원된 관람객 수는 대외 홍보용일 뿐이다. 스스로 찾아오게 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음성군에 따르면 이번 축제에는 25대의 대형버스를 동원, 약 1,000여 명의 타 지역민들을 초청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 구매효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이다.

고추 축제 판매장에 나온 음성청결고추, 지난해 기준 판매량이 절반에도 못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음성타임즈)
축제 판매장에 나온 음성마늘. 판매 농민은 "이틀간 한 꾸러미도 팔지 못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사진제공=음성타임즈)

또 다른 농민은 “먹거리는 신통치 않고, 볼거리는 밋밋하고, 즐길거리는 없는 정체불명의 행사로 전락하고 있다”며 “인근의 괴산고추축제의 반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2018 유망축제로 선정된 ‘괴산고추축제’에는 매년 수 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와 축제를 만끽하고 있다.

행사내용도 다양하다. 괴산군은 ‘임꺽정도 반한 hot빨간 맛’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괴산고추의 맛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황금고추를 찾아라, 속풀이 고추난타, 고추잠자리 캠핑장, (新)고추 미즈맘 선발대회, 고추의 달인을 찾아라, 세계고추 전시회, 고추음식 전시회, 고추낚시 체험 및 고추 연날리기 등 고추와 연계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이 밖에 축제에 걸맞은 부대행사로 청결고추품평회, 고추음식판매장, 괴산청결고추 직판장, 고추음식 만들기체험 등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음성청결고추축제는 설성문화제에 가려 들러리 역할을 할 뿐,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음성군 관계자는 “괴산고추축제에는 국도비를 포함해 약 10억 원의 예산이 지원된다”면서 “음성고추축제와 비교하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괴산고추축제가 문체부 유망축제로 성장할 때 까지 음성군은 무엇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달리 할 말이 없다”면서 “다만, 그동안 개선 방안을 여러 차례 건의도 해 보았지만 ‘기득권’에 의해 묵살되고 있다”며 조심스레 말을 아꼈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농업인단체 회원은 “이번 고추축제가 끝난 후 ‘평가회’를 할 때 반드시 지역 농민단체들이 참석해야 한다”면서 “신랄한 비판과 고민이 있지 않으면 음성청결고추 축제는 혈세만 축내는 애물덩어리로 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 최고의 브랜드를 자랑하는 음성청결고추, 그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해법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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