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KTX세종역 저지 지사·시장·국회의원 긴급회의가 우선

 지역 정관계가 오송역 명칭 개정과 세종역 신설문제로 'KTX신드롬'을 앓고 있다. 청주시는 민간이 주축이 된 명칭개정시민위원회를 구성해 8년만에 '청주오송역'으로 바꾸려는 찰나 설문조사 과정에 허물이 발견됐다. 일부 설문지가 이장의 손으로 작성되는 등 조사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 것. 여론이 악화되자 결국 역명칭위원회는 행정절차 중단을 선언하고 소나기가 지나가기만 기다리고 있다.

KTX세종역 신설은 우리 동네 문제가 아닌 이웃 간의 분쟁이다 보니 상황이 더 답답하다. 세종시가 지역구인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강공 드라이브에 민주당 충북지사, 청주시장, 국회의원들은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이때다 싶은 자유한국당 도당은 11일 민주당 도당을 겨냥해 포문을 열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당시 세종역 신설은 충청권 자치단체의 합의에 따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으로 논란이 종식됐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김칫국부터 마신 꼴이다. 민주당 도당은 충북의 이익을 위한 것이 무엇인 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라"고. 하지만 민주당 도당은 12일까지 묵묵부답일 뿐 유구무언의 심정이 아닌가 싶다.

말많고 탈많은 'KTX신드롬'에 대해 개인적으로 욕먹을 각오로 쓴소리를 하고자 한다. 우선 KTX오송역 명칭은 8년전 역 설치 당시 본보 여론조사를 통해 '청주오송역' 선호도가 가장 높았고 이후 다른 언론사 조사에서도 똑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이미 답이 나와있는 상황에서 선출직 단체장들이 오송 주민들 '눈치보기'로 하세월 미뤄온 것이다. 그러는 사이 오송역은 이름을 들어본 국민 10명 중 6명이 위치를 정확히 모르는 '유령역'(역명칭시민위원회 설문조사 결과)이 되버렸다.

 

뒷짐지고 있던 청주시는 2017년 12월 민간에게 공을 넘겨 '민주적 절차'로 포장한 역 명칭 개정에 나섰다. 이에따라 이미 알고있는 '청주오송역'이란 정답을 역명칭시민위원회가 9개월만에 발표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설문조사 왜곡이라니...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굳이 이장님(?)들이 나서지 않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진 않았을텐데, 왜 이런 일이....

결국 다 된 밥을 8년동안 뜸만 들이다가 마침내 밥상에 올려놓는 순간 밥그릇을 떨어뜨린 셈이다. 혹자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설문조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역명칭시민위가 토론회, 설문조사를 거치는 동안 내부 관계자에게 "뻔한 답을 내는 과정인데 예산이나 좀 절감했으면 좋겠다"란 말을 하기도 했다. 재조사를 해본들 역명칭 변경 오송주민 찬성79.7%(695명) 변경명칭 청주오송역 찬성 95.8%(695명 중 666명)가 50%대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을까?

필자의 사견으론 역명칭시민위와 청주시가 오송 주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 뒤 행정절차를 마무리 짓는 것이 좋다고 본다. 결과가 뻔한 '모양 갖추기'로 시간과 예산을 더 소비하지 말자는 얘기다. 결코 짧지않은 8년 기간을 기다려온 옛 청주시민의 입장도 헤아려야 하지 않겠는가?

세종시의 KTX세종역 설치 추진으로 심적부담이 가장 큰 사람은 이시종 지사일 것이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적 민간단체에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 지사와의 관계을 엮어 대놓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 2016년 10월 청주공항 MRO무산으로 수세에 몰렸던 이 지사는 KTX세종역 갈등으로 프레임을 바꿔 위기를 탈출했다. 당시 이해찬 의원의 발언으로 민간단체가 들썩이자 일요일 저녁 긴급 민관정 회의를 소집하고 범도민 반대운동에 불을 지폈다. 

결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충청권 자치단체의 합의' 발언으로 사태는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이춘희 시장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해찬 의원이 등을 밀어줬다. 사실상 세종시의 선거 이슈로는 'KTX세종역 신설'을 능가할 만한 것이 없다. 충북이 아무리 반대해도 세종시 선출직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정부의 교통정리가 필요한데 이해찬 의원이 민주당 대표로 당선되면서 암운이 더욱 짙어졌다. 

그러자 충북은 12일  활동중단했던 `세종역 신설 백지화를 위한 충북범도민 비상대책위원회' 긴급운영회의를 열고 조직 재가동을 결의했다. 세종시는 단체장과 국회의원이 직접 선수로 나섰는데 충북의 지사, 시장, 국회의원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KTX오송역 명칭변경처럼 또다시 민간 기구를 앞장 세우는 모양새다. 조만간 범도민 반대 결의대회 장면을 지역 TV방송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충북 선출직 고위공직자들은 더이상 민관협력이란 좋은 뜻을 이런 방식으로 오남용하지 않길 바란다. 범도민 반대 결의대회를 열기 전에 충북지사, 청주시장, 국회의원들이 모여 KTX세종역 긴급대책회의부터 열어야 한다. 스스로 전장에 나서지 않고 만만한 민간기구만 조정하려 한다면 이거야 말로 주민을 '졸(卒)'로 보는 행태다.  일부에서 오송역·청주공항 활성화 등을 조건으로 세종시와 빅딜 전략을 구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소문도 있다. 빅딜도 좋고 윈윈 전략도 좋다. 일단은 상대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이 전제돼야 가능한 일이다. 민주당 선출직 공직자들이 그 압박의 최선방에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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