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원고 다양한 활동으로 자신감 길러
약한 사람 돕는 정의로운 경찰되고파

 

충주 국원고등학교 학생 임원들이 간부수련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행복씨앗학교 도입 4년이 흘렀다.

2015년 10개교에서 시작한 행복씨앗학교는 현재 유치원 2곳, 초등학교 21곳, 중학교 15곳, 고등학교 4곳 등 42개교로 확대됐다. 또 25개교는 준비 중에 있다.

지난 4~5년 동안 충북지역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실 그동안 행복씨앗학교 운영과 관련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많았다.

‘굳이 왜?’, ‘정말 잘하고 있는 거 맞나?’,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실제 일부 학교현장에서는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4년이 흐른 현재 행복씨앗학교는 분명히 느리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400여 곳이 넘는 충북지역 초·중·고 중 적은 숫자지만 지금도 사연과 감동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충북인뉴스에서는 다시 한번 행복씨앗학교를 바라보고자 한다. 그리고 작지만 그 의미 있는 변화를 담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경찰학과 1학년 홍유진 씨 인터뷰>

건국대 글러컬캠퍼스 경찰학과 1학년 홍유진 씨.

중학교 내신성적 280이상 C여고, 250부터 280까지 C고, 230부터 250은 E여고, 그 밑은 J고, K고, 그리고 국원고.

충주지역 여중생들은 이런 내신 성적 기준으로 인문계 고등학교에 갔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정해놓은 수치는 아니지만 충주지역 중3 학생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불문율이다.

2014년, 홍유진 씨가 선택할 수 있었던 인문계 고등학교는 국원고를 포함해 2곳뿐이었다. 유진 씨의 당시 중학교 내신 성적은 220선. 시쳇말로 ‘바닥’이었다.

그렇다고 유진 씨가 어릴 적부터 공부를 못했던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때는 그래도 꽤 똘똘하다는 얘기도 들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하루에 학원을 4~5개씩 다녔어요. 영어, 수학은 기본이고 피아노, 태권도, 미술학원까지. 그러다 어느 순간 다 다니기 싫어지더라고요. 중간에 시골로 이사를 가서 못다니게 된 이유도 있지만 그냥 흐지부지 된 것 같아요.”

유진 씨는 중학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이후 공부에서 완전히 손을 놔 버렸다. 수업이 재미없으니 당연히 성적이 떨어졌고 그러다보니 공부도, 선생님도, 학교도 싫어졌다.

“반에서 항상 30등이 넘어갔어요. 중학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이후 공부를 하나도 안했거든요. 중학교 시절엔 정말 놀기만 했던 것 같아요”

 

놀고, 놀고, 또 놀고…

정말 많이 놀았다.

유진 씨의 놀이는 새벽 6시부터 시작됐다. 우선 새벽 6시에 집을 나와 친구를 만났다. 혼나지 않을 정도의 수위에서 화장을 하고 학교로 갔다. 수업시간엔 옷 속으로 이어폰을 넣어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잠을 잤다.

본격적인 놀이는 방과 후에 시작되는데 하교와 동시에 인근 도서관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했다. 유진 씨 교복은 두벌인데 하나는 학교 안에서 입는 용도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학교 밖에서 입었다. 학교 밖에서 입는 교복은 학교 안에서 입는 것보다 훨씬 짧고 딱 붙는다. 화장을 한 후에는 밤 12시까지 충주전역을 돌아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린다.

커피숍, 공원, PC방, 노래방, 쇼핑몰 등이 유진 씨의 주요 놀이터였다. 가끔 한심하게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홍유진 씨 중학교 3년 시절엔 진로니, 학업이니, 대학이니, 그런 생각이 정말 1도 없었다.

그랬던 그녀가 올 3월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경찰학과에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입학했다. 당시 중학교 성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그녀의 고등학교 내신 성적은 1, 2등급이다.

도대체 지난 3년 동안 그녀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건 정말 아닌데, 전학을 가야하나?”

홍유진 씨는 국원고등학교를 올 2월 졸업했다. 국원고는 2013년 농업고등학교에서 일반계 인문계로 전환된, 2015년 충북에서 유일하게 행복씨앗학교로 선정된 고등학교다.

입학할 당시 유진 씨는 행복씨앗학교라는 말조차도 몰랐다.

‘성적이 낮은 애들이 모인 곳이니 여기서 내신성적을 잘 따면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을 거야’

중학교 시절 공부와 담을 쌓았었지만 나름 ‘치밀한’ 전략 하에 국원고를 선택했었다.

하지만 유진 씨의 이런 생각은 얼마 가지 못했다. 여자화장실에서 남학생들이 스스럼없이 담배를 피웠고, 선배들의 눈초리는 무서웠으며 교실에선 남학생과 여학생이 서로 뒤엉켜 싸움을 했다. 또 수업시간엔 교사가 울면서 뛰쳐나가는 일도 종종 있었다.

“정말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학을 가야 하나 고민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또 다른 방황이 시작될 즈음 조금씩 행복씨앗학교를 알게 되었다.

 

행복씨앗학교를 알다

우선 중학교와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것은 수업이었다.

유진 씨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수업은 교사가 설명하고 학생들은 듣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공부 잘하는 몇몇 아이들이 질문하고 교사는 조금 더 설명한 후 수업은 마무리되었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설 자리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국원고에서는 달랐다. ㄷ자형 자리배치로 교사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끼리 마주보며 이야기를 했다. 심지어 수학시간에도 이야기를 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저는 스스로 수학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에 와서 친구나 선생님한테 수학을 배우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니까 문제가 풀리더라고요. 난 못 한다고 생각했는데 문제가 풀리니까 정말 재밌고 신기했어요. 내가 수학을 못하는 아이가 아니었던 거예요.”

몇 마디 안 되는 말이지만 수업에 직접 참여하게 되면서 비로소 수업의 주인공이 되었다. 학교에 대한, 공부에 대한, 선생님에 대한 생각은 가랑비에 옷 젖듯 그렇게 조금씩 변했다.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국원고

변화는 학기가 바뀔 때마다, 학년이 바뀔 때마다 더욱 실감났다.

가장 큰 변화는 T-GAL(Think Global, Act Local)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비롯됐다.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에서 활동하자’는 뜻의 T-GAL에는 10여 가지가 넘는 활동이 있다.

△지역과 함께 하는 인문학 아카데미 △지역사회 의제 개발하기 △지역문화 컨텐츠에 참여하기 △환경문제 논의하기 △지역과 환경을 살리는 협동조합 만들기 △캄보디아·미얀마 아동 돕기 △생태문화 기행 △지역 어르신 자서전 쓰기 등이 T-GAL에 해당된다.

“2학년 때 지역사회 의제 개발하기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는데 활동을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어요. 불법주차와 관련해서 시청에 민원을 제기하는 내용이었는데 처음에는 이게 정말 될까 부정적으로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내 의견을 말하고 설득하니까 정말 되는 거예요. 너무 신기했어요.”

특히 학생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유진 씨는 “정말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3주체 활동이라는 게 있어요. 학생, 학부모 교사가 1년 동안 지켜야할 약속을 정하는 시간인데 스스로 생각하고 토의하면서 지켜야 할 약속을 결정해요. 여기에서 담배 문제도 나왔었어요. 전부 담배를 끊은 것은 아니지만 그때 많은 아이들이 약속을 하고 담배를 끊었어요.”

스스로 결정하고 노력하니 정말 됐다.

또한 교사가 과외선생님 역할을 하는 국원고의 4포인트 제도는 밑바닥이었던 성적을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 외에도 공부두레, 경찰 동아리 활동, 보고서 발표대회 등은 잊지 못할 추억이자 경험이 되었다.

국원고 학생들은 지켜야 할 약속을 스스로 정하고 실천하고 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

물론 행복씨앗학교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행복씨앗학교에 다닌다고 해서 모든 아이들의 성적이 향상되고 자신감과 리더십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행복씨앗학교에선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배제되지는 않는다. 공부를 못해도 최소한 자기가 참여하고 활동하는 분야에선 주인공이 된다.

“행복씨앗학교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확실한 건 국원고가 저에게 아주 소중한 학교였다는 거예요. 국원고에서 저는 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학교의 주인공이 학생인 것처럼 말이예요.”

어렵고 아픈 사람을 도와주고, 공감해주는 의로운 경찰관이 꿈이라는 홍유진 씨. 여전히 학점을 좀 더 잘 받고 싶고, 경찰시험을 좋은 성적으로 ‘패쓰’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옆 친구와 경쟁하기보다 자신과 경쟁하며 행복한 마음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싶단다.

홍유진 씨 미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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