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군 삼보마을, 소시지로 마을살리기 돌파구 찾아
삼보농촌체험마을 김웅회 이장, 다양한 마을사업 진행

증평에 소시지로 유명해진 마을이 있다. 일명 소시지마을로 소문난 증평군 증평읍 죽리1리 삼보산골마을.

이 마을에선 언제부턴가 삼삼오오 아이들이 모여 소시지를 만들고 맛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소시지가 익는 동안 아이들은 마을 곳곳을 다니며 벽에 그려진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뛰어논다.

불과 5~6년 전만해도 사람이 찾지 않았을것 같던 삼보마을. 이런 변화에는 김웅회 이장(63)이 있었다.

김웅회 이장은 2011년 30여 년 만에 고향마을을 찾았다.

통영에서 30여 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신장암 발병 이후 마음 편히 요양이나 할 요량으로 고향을 찾았다.

김웅회 이장

하지만 고향마을은 기대했던 것과 전혀 딴판이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엉망’이었다고. 폐가가 수두룩했고 길가는 지저분했으며 무엇보다 동네 사람들은 이 마을에서 사는 것을 싫어했다.

“30년 만에 고향을 찾았는데 실망했지 뭐. 정말 엉망이더라고. 마을이 없어질 것 같았지. 폐가도 많고 사람들도 우리 마을은 안돼 라는 패배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았어.”

자연스럽게 ‘어떻게 하면 마을을 살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살기 좋은 고향마을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다.

요양 차 고향을 찾은 김 이장은 그렇게 뜻하지 않게 ‘마을 살리기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우리 마을에서 웬 소시지?”

김웅회 이장은 몸이 회복되면서 전국을 다니며 이것저것 찾았다. 삼보산골마을에서 뭘 하면 좋을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농촌체험마을이라고 다녀보니 대부분 감자캐기, 고구마캐기, 떡매치기 그런 프로그램이 많더라고. 근데 이젠 안 돼. 농촌이라고 맨날 감자나 캐고, 연이나 날리고, 팽이치기 같은 것만 하라는 법 있어? 변해야 돼. 앞으로 농촌체험 프로그램은 뭔가 색다르고 특별한 걸 해야 돼. 그래야 농촌으로 사람이 오지.”

그러던 중 생각난 것이 소시지였다.

“담벼락에 소시지 그림을 그리고, 소시지 만드는 기계를 사들이니까 처음엔 사람들이 웃더라고. 웬 소시지? 그게 되겠어? 우리가 어떻게 소시지를 만들어? 다들 걱정을 했지.”

하지만 김 이장의 생각은 달랐다. 소시지는 날씨에 상관없이 365일 먹는 음식이고 특히 아이들에게 소시지는 최고의 음식이다. 어른아이 누구라도 흥미롭게 만들 수 있는 컨텐츠라고 생각했다. 김웅회 이장은 소시지에 마을의 ‘희망’을 걸었다.

우선 방부제를 넣지 않고 천연 재료로만 소시지를 만들었다. 특히 설탕 대신 꿀을 넣어 만든 ‘허니 소시지’는 이곳의 인기상품이다. 김 이장은 “체험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시지를 개발해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평군 죽리 삼보산골마을에서는 소시지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지원사업 통해 마을살리기 나서

우여곡절 끝에 소시지가 마을체험 프로그램의 컨텐츠가 되었다곤 하지만 그렇다고 소시지가 전부는 아니었다. 우선 당장 집도 수리해야 하고, 길도 정비해야 하고, 사람이 살고 싶은 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정말 하나둘이 아니다. 또 이러한 일이 마을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야만 했다.

우선 마을환경을 정비했다. 30여 가구의 담장을 허물고 새로 지었으며 폐가를 수리했다. 그리고 소시지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도 짰다.

김 이장은 또 될 수 있는 한 정부에서 지원금을 주는 사업에 눈길을 돌렸다. 꽃길 가꾸기 사업, 창조적 마을만들기 사업, 마을발전 현장포럼, 문화활동, 귀농인의 집 운영 등등. 지원사업을 통해 마을살리기에 앞장선 것이다.

그렇게 김 이장은 지난 7년 동안 마을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반신반의하는 주변의 걱정을 뒤로하고 최근에는 ‘삼보산골새뜰관’라는 소시지 체험관도 건립하고 농촌체험마을로도 지정받았다.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삼보마을을 다녀간 사람만 족히 1500명이 넘었다. 가구 수도 10여 가구 이상 늘었다.

김 이장은 “소시지와 수제맥주가 결합된 마을축제, 마을을 떠난 사람들이 다시 모여 축제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좋아하기는 일러요. 실제 마을을 살리고 사람이 많이 모일 수 있는 활동을 더 많이 해야죠.”

김웅회 이장은 “마을이 전보다 활발해지고 살아나는 것 같아 정말 보람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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