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12시간 중 휴게시간이 '6시간'
노동조합 "산재 불승인 유도하려 한 것"
LG화학 "공단 가이드라인에 맞춰 작성"

LG화학이 소속 노동자의 산재신청을 불인정 받게 하기 위해 휴게시간을 조작, 근로시간을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 LG화학노동조합 청주지부(이하 노동조합)에 따르면 필터·복합소재·회로소재 제조 파트에서 근무하던 노동자 3명이 최근 근로복지공단청주지사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이들은 모두 '뇌심혈관계질병'에 따른 산업재해를 신청했는데 최근 모두 산재 불인정 판단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이 발송한 산재처리결과를 보면 '발병 전 4주간 및 12주간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40시간 미만이고 업무 중 많은 휴식시간이 부여됐다'라며 신청 상병(뇌심혈관계질병)과 업무와의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실제로 LG화학이 근로복지공단청주지사에 제출한 산재 신청자들의 휴게시간을 보면 12시간 근무 시 6시간, 8시간 근무 시 4시간씩 휴게시간을 부여한 것으로 표시했다.

근무시간 중 절반을 휴게시간으로 부여한 것인데 문제는 이 휴게시간이 조작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것.

12시간 근무했는데 휴게시간이 6시간?

노동조합 관계자는 "7월이 지나서야 작업 중 휴게시간 2시간 부여를 사측과 합의했다"라며 "그런데 사측이 근로복지공단청주지사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휴게시간을 적게는 4시간 많게는 6시간씩 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인데 왜 이런 자료를 제출했는지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산재 판정을 받으면 사측에 불이익이 간다. 그런 이유로 의도적으로 휴게시간을 늘려 근로시간을 단축한 것 아니겠냐"라며 서류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이번 산재 판정에서 불인정 통보 받은 A씨도 관련 자료를 확인한 뒤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2인 1조로 공장이 운영된다. 당시 신설 파트라 화장실갈 시간도 없이 교대로 일하고 있는데 회사는 어떻게 휴게시간을 저렇게 많이 줬다고 서류를 작성할 수 있는지 화가 난다"라며 "재심을 청구하니까 다시 휴게시간을 1시간으로 수정했다. 이는 본인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것 아니냐"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실제로 내가 그 정도 휴게시간을 부여 받았다면 왜 급여는 12시간 근무한 것으로 나왔느냐"라며 "왜 휴게시간을 과도하게 높여서 서류를 제출했는지 회사에서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LG화학이 근로복지공단청주지사에 제출한 휴게시간 내역.

LG화학이 근로복지공단청주지사에 제출한 휴게시간 내역.

휴게시간 1시간으로 변경, 산업재해 '해당'

이들의 주장대로 업무시간표상 휴게시간을 1시간으로 조정한다면 29시간이던 근무시간이 51시간으로, 48시간이던 근무시간이 77시간으로 변경되는 등 근로복지공단이 공개한 만성과로 당연인정기준인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을 초과한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한 것으로 평가 한다'라는 규정에 적용 가능하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제공한 양식에 맞춰서 작성한 사항이고 근로복지공단 가이드에 따라서 실제 근무를 하는 현업부서에서 작성한 내용이다"라며 "휴게시간 수정도 재심을 신청한 직원과 부서 실장들이 수정한 것이지 회사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라고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이어 "산재를 신청한 직원들의 업무 특성상 휴게시간은 최초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내용이 맞다. 회사측 입장의 변동은 없다. 재심 신청을 한만큼 그 결과를 지켜보면 될 것 같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청주노동인권센터 "사회적 비난 가능성 높아"

이와 관련해 조광복 청주노동인권센터 노무사는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하는 증거자료를 조작해서 제출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사회적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라며 "이렇게 과도하게 휴게시간을 높인 이유를 확인해야한다. 사측은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문답확인서를 공개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취재진은 이와 관련해 근로복지공단청주지사에 관련 입장을 물었지만 답하지 않았다

한편 LG화학 노동조합은 "사측이 제시한 과도한 휴게시간으로 산재 불승인을 통보 받은 조합원들은 모두 업무가 다른 부서보다 과중해 휴게시간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라며 "12시간 근무중 6시간이나 휴게시간을 부여했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항이 사회적 비난은 물론 법적 문제까지 접촉되는 사항이다"라며 "산재 재심신청과는 별도로 법률 검토를 통해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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